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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나무위키)

 

박근혜 정권 국정농단 정국에 대한 함께하는 시민행동의 입장

 

대통령은 거국내각 구성 권한을 국회에 양도하고 즉각 직무를 중단할 것!

지난 4년간 국정 전반에 대한 진상조사를 위한 범국민 조사기구와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국민 합의기구를 설치할 것!

 

대한민국은 난파했다. 세월호를 수장시킨 정권은 우리 사회 곳곳을 세월호로 만들더니 급기야는 스스로 세월호가 되어 난파해버렸다. 자격 없는 자들이 배를 몰았고 온갖 부패와 부정을 스스로도 감당못할 만큼 과도하게 쌓아갔다. 배가 침몰에 이를 동안 공무원들, 언론들은 철저히 입을 다물었거나 간혹 문제가 제기되면 침묵시켰다. 배가 침몰한 지금에서조차도 이들은 어떻게 하면 진상을 은폐하고 처벌을 피해갈 수 있을 것인가에만 골몰하고 있다. 여당의 지도부는 남의 일인 것처럼 개선안을 내놓고 있으나 그들 역시 대통령의 측근으로서 현재에 대한 책임을 면하기 힘들다.

 

누군가가 그만두고 누군가가 감옥에 가는 것으로 이 사태를 해결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지난 4년간 국정 전반에 무슨 일들이 벌어졌는지가 낱낱이 파헤쳐져야 하고 그 진상은 온 세상에 낱낱이 공개되어야 한다. 침몰한 우리 민주주의를 되살리기 위한 근본적 방안들이 국민적 합의를 통해 마련되어야 한다. 

 

1. 박근혜 대통령은 즉각 국회에 거국내각 구성 권한을 양도하고 직무 수행을 중단해야 한다.

 

지난 주말 범국민적인 시위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대통령은 비서실을 개편하는 것을 시작으로 국정을 수행할 의지를 보이고 있다. 책임이 밝혀지고 있는 측근들에 대한 사퇴는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현 대통령이 국가수반으로서 책임있는 의사결정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은 이미 만천하에 드러났다. 이 상황에서 청와대와 내각의 개편은 단지 한 비선 권력이 다른 비선 권력으로 교체된 것 이상의 의미가 없다. 

 

대통령은 단순히 행정부의 책임자가 아니다. 긴급명령권과 계엄권, 조약 체결권과 선전포고 권한을 가지는 국가의 수반이다. 우리는 한반도의 정세가 벼랑 끝에 서 있는 상황에서 현 대통령이 앞으로 1년 이상 이같은 비상대권을 계속 보유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믿는다. 대통령은 즉각 내각 구성에 관한 모든 권한을 국회에 위임하고 직무를 중단해야 한다. 국회는 조속히 대통령의 권한을 양도받을 거국 내각을 구성한 후 국민의 뜻에 따라 탄핵이든 하야든 대통령의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 

 

2. 지난 4년간 국정 전반을 조사하기 위해 수사권과 기소권을 갖는 범국민 조사기구를 설치해야 한다. 

 

우리는 최순실과 차은택이 정점에 있는 몇몇 비선실세들만이 국정 농단의 주체였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그들의 손길이 문화체육관광부 중심의 몇몇 분야에 국한되었을 것이라고도 믿지 않는다. 당장 지난 몇 개월간 이화여대는 물론, 넥슨, 산업은행, 서울대병원 등에서 벌어진 해괴한 일들을 목도한 우리 국민들로서는 최순실에 의해 임명된 거나 마찬가지인 민정수석과 최순실의 금고지기에 다름없었던 경제수석이 검찰과 경찰, 주요 경제부처와 그들의 감독을 받는 수많은 기관들에서 또다른 수많은 부정을 자행했을 것이라고, 그리고 그 기관들마다 수많은 작은 최순실과 차은택, 김종 차관과 같은 이들이 있었을 것이라고, 또한 이 과정에서 검경은 물론 정부여당과 주요 금융기관, 기업, 언론사들이 직간접적으로 협력하였으리라고 믿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러므로 최순실과 우병우, 안종범, 문고리 3인방은 물론 예전 비선 실세였던 정윤회와 전·현직 청와대 관계자들이 지난 4년간 박근혜 정부의 국정 전반에서 벌인 일들에 대해 낱낱이 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단순히 최순실 게이트에 국한된 특검은 해답이 될 수 없다. 특별검사가 10명이 있어도 부족할 것이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진 독립적 국민 조사기구가 조사범위의 제한 없이 지난 4년간의 국정 전반을 조사하도록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 

 

이미 우리 사회는 세월호 참사의 해법으로 성역 없는 조사를 위해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진 독립적 범국민 조사기구를 제안한 바 있다. 그 당시 정부여당이 이를 반대하고 나아가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를 무력화시킨 결과, 우리는 지금 국정의 총체적 난파를 목도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만큼은 반드시 독립적이고 범국민 조사기구에 의한 무제한적 조사를 통해 철저한 진상 규명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3. 범국민 조사기구의 결과에 따라 국정 농단 재발 방지 대책을 제안할 국민 합의 기구가 설치되어야 한다. 

 

이번 사태가 더욱 충격적이었던 것은 이미 십수년 전부터, 심지어 현 집권당 내에서 제기되었던 의혹이 그저 뜬소문으로 치부되다가 정권 막바지에 와서야 그 실체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 민주주의가 마련했던 최소한의 감시와 견제 기능조차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상황이 가능했는지, 국정 어느 곳이 문제가 아닌지, 왜 위험 경보는 울리지 않았거나 울렸어도 무시되었는지, 여당은 왜 이런 후보를 검증하지 못하고 자신들의 대통령 후보로 올렸는지, 이 지경이 오기까지 대부분의 언론들은 왜 침묵을 지켰는지, 도대체 신뢰할 만한 곳이 어디 하나 남아있는지, 가장 근본적으로 우리는 왜 이런 대통령을 뽑게 되었는지, 대답해야 할 문제들이 너무나 많고 근본적이다. 

 

따라서 범국민 조사기구의 역할은 단지 부정과 비리에 대한 조사에 그쳐서는 안된다. 조사기구는 권력에 의한 국정 농단을 막기 위한 종합적 처방을 마련해서 우리 사회에 제안해야 한다. 이를 위해 특별법에 조사기구와 함께 공직자, 언론인, 기업인, 시민사회단체 종사자 등 각계의 시민사회가 참여하여 재발 방지 대책을 논의하는 시민 합의 기구의 설치가 포함되어야 한다. 

 

현재 논의되는 개헌 또한 여야의 정치적 거래에 의해서가 아니라, 이 기구에 의한 국민적 합의 과정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단순히 대통령제를 분권형으로, 혹은 내각제로 바꾸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국정 전반에 대한 투명성 보장과 알 권리의 전면적 확대, 언론 종사자들의 자주성의 보장, 감사원의 국회 이관 등 권력에 대한 견제 장치 강화야말로 이번 개헌의 핵심 과제가 되어야 한다. 

 

이번에야말로 국가 전체가 진심어린 성찰을 시작하는 계기가 되는가 싶었으나 불과 1주일만에 정치권은 이미 당리당략을 앞세워 정쟁에 돌입하기 시작했다. 현재의 상황은 여야 정치권이 집권에 대한 유불리를 기준으로 판단해도 좋을 만큼 여유로운 상황이 아니다. 여야 정치권도 시민사회단체들이 구성하는 비상 시국회의에 참여하여 국민의 총의에 따라 위기 극복에 동참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