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SBS KBS YTN MBC 등 실천 투쟁

언론노조 민실위 11월1일 긴급 회의 개최

보도 현장이 언론노동자의 분노로 끓고 있다. 최순실-박근혜 게이트가 터졌지만 정작 추가적인 진상 규명은커녕 의혹 축소 및 부실한 보도 등으로 진실을 가리려는 행태가 언론사에서 발생했다. JTBC, TV조선, 한겨레, 경향신문, 조선일보 등에서 연일 최순실-박근혜 게이트를 보도하고 있지만 정작 지상파 등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쏟아졌다. 언론사 노동조합에서는 긴급총회를 열거나 성명 및 민실위 보고서 등을 통해 언론의 본연의 역할을 위해 싸울 것을 결의하고 있다.

10월 25일 국민일보가 박근혜 대통령 연설문이 최순실에게 유실된 사건을 6면 하단에 보도하자 국민일보씨티에스지부는 <우리는 오늘 아침 신문이 부끄럽다>는 긴급성명을 발표하며 강하게 항의를 했고, 결국 사측은 편집국장을 교체했다.

국민일보씨티에스지부는 성명에서 “그동안 누적됐던 편집국장의 뉴스 판단 미스, 지나친 자기 검열, 이로 인해 편집국 전체에 만연한 피로감과 안일한 분위기가 빚어낸 인재”라며 “24일 밤 이 기사 처리를 둘러싸고 보여준 편집국 수뇌부들의 행태는 무책임과 무능력의 극치였다”고 강하게 성토했다.

25일 SBS본부는 <언론이길 포기한 결과, 이제 만족하는가?>라는 성명에서 “어제 JTBC 보도는 국정을 농단해 온 박근혜 정권에 대한 사망선고인 동시에 스스로 언론이길 포기했던 모든 언론에 대한 파산선고”라며 “보도를 국민의 알 권리와 언론의 사회적 책무가 아니라 사적 이익의 실현을 위한 방패막이로 오남용해 온 사측의 방식이 이제 완전히 파산했다”고 밝혔다.

SBS본부는 28일 조합원 결의대회를 열고, 보도개입 중단과 공정방송 촉구를 위한 조합원 지침을 발표했다.

SBS본부는 보도와 교양을 비롯한 모든 일선 제작 현장에서 방송 본연의 임무와 상관없는 부당한 민원성 제작 지시와 로비활동을 거부하며, <중단! 보도개입, 사수! 공정방송> 리본을 패용한다고 밝혔다.

MBC본부는 25일 민실위 보고서에서 △대통령 입만 쳐다보는 뉴스데스크 △최순실-박근혜 관계를 설명하지 않는 뉴스 △기본적인 설명이 누락된 보도 등을 비판했다. 27일 상암동 사옥 외벽에 <청와대 방송 즉각 중단하라>는 카드 문구를 게재했고, 같은 날 <뉴스데스크는 왜 존재하는가?>라는 제목의 노보를 발행했다. MBC본부는 노보에서 뉴스데스크가 청와대 방송을 자처하고 있으며 이런 사태를 초래한 김장겸 보도본부장과 최기화 보도국장 사퇴를 촉구했다.

28일 지역 MBC노동조합에서도 공동성명을 내고 ‘MBC는 청와대 방송을 자청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노동조합은 “취재를 했어도 전파를 타지 못하는 이른바 성역이 존재하고, 그 성역을 오랜 기간 외면해온 결과, 정말로 몰랐을 것이라는 게 우리의 판단”이라며 “특종은 종편에 다 뺏기고 시청률과 신뢰도는 바닥이 어딘지도 모를 만큼 나락으로 향했다”고 비판했다.

YTN지부는 26일 <최순실 게이트보도, YTN은 한숨소리로 가득하다>라는 성명을 발표하고, YTN지부 공정방송추진위원회 역시 “이미 많이 늦었지만, YTN 보도국이 더 이상 머뭇거리지 말고 최순실 관련 의혹을 적극적으로 취재, 보도할 것”을 촉구했다. YTN지부는 27일 노사 공방위에서 △부실한 최순실 보도 △청와대 해명 먼저 보도 △여야 공방 처리 등으로 축소 보도한 것을 따졌다.

27일 YTN지부, 기자협회, 기술인협회 등이 연 사원 총회에서는 현 사태를 보도 참사로 규정하고 진실규명 보도를 이끌 자신이 없는 보도국 간부들의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사원총회에서는 최순실 게이트 특별취재팀의 인력 보강과 자율성과 독립성 보장을 강조한 뒤 보도국의 민주화와 공정방송 회복을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26일 KBS본부는 <KBS의 참담한 추락, 누가 어떻게 책임질 건가?>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KBS본부는 “지난 9월20일, 보도 편집회의에 실무자 대표로 참석한 기자협회장의 항의에 정지환 보도국장 등은 "최순실이 대통령 측근이야? 측근이 맞나? 뭐가 맞다는 거지? 알려져 있다는데 어떻게 측근이라고 장담할 수 있나?"라며 묵살했다”며 “지난 수년 간 청와대 권력의 눈치를 보며 스스로 ‘숨기고, 모른 체하고, 무시하다 마지못해 면피하기·물타기’로 일관해 온 그대들만의 ‘언론 자유’, ‘공정 방송’이 작금의 결과를 가져왔다”고 꼬집었다.

27일 KBS PD협회와 기자협회 역시 각각 성명 및 결의문을 통해 KBS보도 붕괴에 따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날 저녁 열린 기자총회에서는 김인영 보도본부장과 정지환 통합뉴스룸국장의 사퇴 촉구 결의 찬반 투표를 실시하는 것으로 뜻을 모았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28일 최순실 보도 참사 관련 7대 취재 제언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문제, 박근혜 최태민 최순실 의 과거 자료 화면 발굴, 대북 정책 등 최순실 농단 의혹, 사드 등 대규모 국방사업 개입 의혹 등이 포함되어 있다.

KBS본부는 “지난 25일 뒤늦게 최순실 의혹 취재 전담 T/F가 발족했지만 KBS의 관련 보도는 여전히 타사 단독 보도 따라가기에 급급한 참담한 상황”이며 “메인 뉴스에 마땅히 보도해야 할 아이템을 방송에서 빠뜨리는 작태도 여전하다”고 밝혔다. KBS본부는 빠진 아이템으로는 △박근혜 대통령을 상대로 하야를 촉구하는 대학생의 기습시위 △경북대학교 교수 88명의 시국선언문을 발표 등을 꼽았다.

KBS본부는 31일 노사 공방위를 열었고, 11월1일 낮 12시 KBS 본관 민주광장에서 ‘최순실 보도 참사와 인사제도 개악 규탄’ 조합원 결의대회를 연다.

아울러 26일 언론노조는 성명을 내고 "경향신문 ‧ 한겨레 ‧ SBS 언론노동자들이 비상식에 맞서 꿋꿋이 싸움을 이어나가고 있고, 국민일보 ‧ 서울신문‧ 한국일보 언론노동자들도 권력의 눈치를 보며 여전히 보도통제를 꾀하는 세력과 고군분투 중"이라며 "제 공영방송이 나서야 한다. 제자리로 돌아와 그릇된 권력과 맞서 싸워야 한다. 먼저 내부 부역자들과 물러서지 않는 싸움을 하라"고 전했다.

언론노조 민주언론실천위원회는 1일 오후 3시 언론노조 회의실에서 긴급 회의를 개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