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역행하는 제주도 교통정책, 변화가 필요하다
- 도로부문 지자체 온실가스 증가율 1위
- 화석연료차 처리 후 전기차 신청 조건 전기차 로드맵 슬그머니 폐기
- 전기차 보급 확대보다 대중교통 낙후문제 우선 해결해야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 제주도가 ‘탄소 없는 섬’ 목표에 역행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도민사회에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 교통안전공단이 제출한 ‘2013∼2014 도로부문 지자체 온실가스 배출량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제주지역 도로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3년에 102만8천tCO2eq, 2014년엔 131만4천tCO2eq를 배출해 1년 사이 전국 평균증가율 5.4% 보다 5배 이상 높은 27.8%의 증가율을 보이며 전국 지자체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문제는 이런 증가율이 더 커졌을 것이란 점이다. 제주도 전체 등록차량은 45만7330대에 달하고 있다. 지난해 자동차 신규등록 현황을 보면 71,671대로 하루 평균 196대가 매일 새로 등록된 셈이다. 시민 한명 당 자동차 보유대수는 0.76대로 전국 평균 0.42대를 훨씬 웃도는 차량증가를 보이고 있다. 특히 미세먼지와 온실가스발생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경유차량의 경우 전체차량의 약 42%를 차지하며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차량증가에 따라 교통체증도 더욱 심화되고 있는데, 한국은행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신제주와 공항 입구를 연결하는 도령로의 경우 6월 일중 통행속도가 19.3km/h로 서울 도심의 통행속도 19.6km/h 보다 느렸다. 퇴근 첨두시간대(오후 5~7시) 통행속도는 14km/h로 서울 도심권 평균속도인 18km/h 보다 무려 4km 느렸다. 제주도의 교통정체가 매우 극심하다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차량증가도 문제지만 교통체증으로 차량이 도로위에서 체류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그만큼 도로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도 덩달아 증가한다. 게다가 교통체증이 심각한 도로변 대기질의 악화도 무시할 수 없는 문제로 지적된다.

 이런 차량증가와 교통체증은 인구와 관광객의 가파른 증가세와 무관하지 않겠지만 더욱 큰 문제는 대중교통의 혁신이 없다는데 있다. 현재 제주도의 대중교통은 매우 낙후된 상황으로 시내와 시외 모두 자가용으로 이동하는 것이 편리한 상황이다. 이러다보니 대중교통 이용률은 정체되고, 자가용증가율은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제주도는 대중교통체제개편 용역을 통해 혁신적인 방안을 제시하겠다고 했지만, 10월에 발표된다는 계획은 감감무소식이다. 신교통수단도입도 잠깐 얘기되는가 싶더니 역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모양새다. 이렇게 제주도가 대중교통에 쏟는 노력과 관심이 들쑥날쑥 하는 이유는 전기자동차에 쏠린 도정의 정책 탓도 크다. 많은 비용과 노력이 들어 가야하는 대중교통정책이 전기자동차 정책에 후순위로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당초 취지에서 벗어난 전기자동차 정책은 온실가스 감축이 아닌 증가로 연결되고 있다. 제주도는 올해 상반기 전기자동차를 구매하기 위해서 기존 화석연료자동차를 폐차 또는 도외로 매각해야 우선보급 한다는 조건을 달고 모집에 나섰다. 하지만 상반기 모집결과 신청자가 저조했고, 보급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하반기에 이런 조건을 슬그머니 없애 사업을 진행했다. 올해 보급목표 4,000대를 달성하기 위해 작년 원희룡지사가 야심차게 발표한 전기차 로드맵에서 발표한 내용을 폐기해 버린 것이다.

 작년 9월 원희룡지사는 전기차 로드맵을 발표하면 기존 화석연료자동차를 폐차 등 말소등록하거나 육지부로 매각할 경우 우선 보급대상자로 선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화석연료자동차를 그대로 두고 전기자동차를 확대 보급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사실을 제주도가 인지해서 내린 판단이었다. 그런데 이런 계획이 보급목표 달성이라는 이유로 폐기된 것이다. 결국 전기자동차를 왜 확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당위성을 제주도 스스로 없애 버린 셈이다. 이로 인해 온실가스감축은 고사하고 교통체증에 전기자동차가 가세하면서 되려 온실가스 증가에 기여하고 있다. 차량총량관리를 해야 할 만큼 차량증가 문제가 심각한 제주도의 상황을 고려한다면 현재의 정책방향은 분명히 잘못됐다. 게다가 전기자동차에 쏠린 관심이 친환경자동차로 분류되는 하이브리드차와 경차의 구매욕구 저하로 이어지고 있는 부분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친환경과 온실가스 감축을 목표로 추진되어온 전기자동차가 도리어 취지를 역행하고 있는 것이다.

 전기자동차 보급 확대가 세계적 흐름이라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도 이런 흐름에 적절히 대처해야 한다는 사실 역시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제대로 된 정책과 평가 없이 무턱대고 전기자동차만 보급하겠다는 것과 그 목표를 채우기 위해 무리하게 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 앞서 제기된 문제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탄소 없는 섬’은 기약 없는 계획일 뿐이다. 부디 제주도가 대중교통 개선과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취지에 부합하는 전기자동차 정책으로 ‘탄소많은 섬’이 아닌 진짜 ‘탄소없는 섬’으로 나아가길 기대한다.

2016. 10. 24.

제주환경운동연합(윤용택·김민선·문상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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