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공항 전면 재검토와 새로운 제주를 위한 도민행동>

출범 기자회견

 

제2의 난개발시대 기폭제가 될

제2공항 건설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라!

 

지난해 제2공항 건설계획이 전격적으로 발표된 이후 제주도는 중대한 분기점에 섰다. 제주도 100년의 미래를 좌우할만한 대형 프로젝트이며, 제주도 역사상 최대의 토목공사, 최대의 주민 토지 강제수용 사업임에도 지난 1년 동안 변변한 도민사회의 공론화 없이 제주발전을 명분으로 주민들의 요구는 지역이기주의로 무시되어왔다. 입지 결정을 위한 예비타당성 조사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제주도는 사업이 확정된 것처럼 강행하고 있고 이로 인한 지역의 부동산 투기는 광풍 수준이다.

현재 제주는 관광객 증가와 인구 급증으로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교통체증 심화, 생활쓰레기의 폭발적 증가, 하수처리 용량 초과, 지하수고갈 등의 문제와 함께 각종 사회문제들이 뒤를 잇고 있다. 지난해 관광객 1,300만여 명으로도 벌써 다양한 환경적․사회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데 제2공항의 건설로 관광객이 기하급수로 증가할 경우 이를 어떻게 풀어갈지에 대한 계획은 전무하다.

또한 제주도의 미래를 좌우할 이 결정 과정에 정작 해당 지역주민뿐만 아니라 도민이 빠져있다. 사전타당성 용역을 맡은 일개 용역팀에 제주의 미래가 맡겨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2공항을 필두로 한 양적인 관광객 팽창정책으로 과연 제주도민은 행복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이 빠져있고, 삶의 토대인 자연환경과 지하수는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전제되어 있지 않다.

제2공항 용역보고서에서 제주공항의 항공수요는 2030년에 현재의 2배 가량인 4,0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과도한 추산일수도 있지만 현재와 같은 추세의 저가항공을 기반으로 한 저가관광이 계속될 경우 통계대로 갈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러나 이 통계는 중요한 전제를 놓치고 있다. 제주섬이 과연 얼마나 많은 관광객을 감당할 수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전제가 빠져있는 것이다.

또한 관광객수 예측도 변수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 관광객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을 때 이에 비례하여 자연자원이 파괴되면서 관광객 유인효과가 줄고 오히려 관광객 숫자가 감소할 가능성을 무시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 중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인 관광객이 최근의 사드배치문제처럼 한반도의 정치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변할 수 있는 돌발변수도 고려하고 있지 않다.

설령 이러한 예측이 맞더라도 대량 관광객의 입도를 받쳐주는 무한대의 관광객 확대정책이 과연 제주도민 대다수의 삶에 도움을 줄 것인가. 이 통계가 예측대로 맞는다면 인구, 도로, 교통량, 건축물 등 모든 측면에서 현재의 2배 이상 확장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런데 제주도는 이에 대해서는 설명이 없다.

스페인의 휴양지 마요르카는 이러한 대량관광의 폐해가 나타난 대표적인 사례다. 이 아름다운 섬은 대량관광으로 인해 심각한 환경문제와 수자원 고갈문제, 각종 사회문제가 발생하면서 오히려 관광객이 급감했었다. 또한 관광산업 일변도 중심의 획일적 지역발전, 관광산업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가 심화되면서 경제적 토대조차 불안정해졌다. 이는 제주도도 마찬가지다. 현재 제주의 관광수혜를 독점하고 있는 곳은 대기업 면세점, 메이저 관광업계, 건설업계 등이다. 많은 도민들은 관광 수혜에서 소외되어 있으나 마치 관광산업이 제주도 전체의 이익인양 포장되고 있거나 오해하고 있다.

제2공항 추진과정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수백여년 마을의 역사와 삶의 터전인 밭과 집을 내놓아야 하는 지역 주민들의 반대운동이 지역 이기주의로 폄하되고 있다. 제주도 역사상 최대의 토지수용이 될 이 사업에 당사자들이 반대하는 것이 과연 지역 이기주의인가. 백번 양보해서 설령 제2공항 건설로 도민들의 전체 이익이 증대될 것이라 가정한다 해도 지역 주민들의 의견과 권리는 정당하게 보장받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2공항 건설은 제주도민의 대다수 이익이 아닌 소수의 이익 집중과 과도한 개발로 인한 문제가 예상된다는 점에서 지역주민들의 반대를 이기적인 행동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맞지 않다. 그리고 과업지시를 초월하여 용역진이 부지를 선정한 문제, 용역을 수행한 연구팀의 중립성 문제, 해당 지역주민에 대한 도지사의 부적절한 발언도 제2공항 문제의 갈등사안이 되고 있다.

1991년 수립된 제주도종합개발계획 이후, 제주도의 개발정책은 도 전역을 관광지구로 묶어 개발하는 방식을 통해 제주도 전체를 대규모 관광개발로 들썩이게 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하지만 그나마 조금 잦아들었던 제주도 전역의 개발시대는 제2공항 건설로 인해 또다시 제2의 제주도 난개발 시대를 열어젖힐 기폭제가 될 것이다. 이미 일어나고 있는 부동산 가격 폭등, 물 부족 문제, 교통문제, 물가 상승, 에너지고갈․쓰레기 문제, 건설붐으로 인한 골재 수급난과 2차 환경파괴 문제, 관광으로 과도하게 치우친 경제구조의 문제로 인한 고용․노동의 질적 저하문제, 대규모 숙박․위락시설의 난립으로 인한 해안․중산간의 생태계파괴 문제 등은 제2공항 개발계획이 최종 확정될 경우 브레이크 없는 전차처럼 속도를 통제할 수 없게 될 가능성이 높다.

제주도는 제주 100년의 미래를 위한 미래 비전 용역을 통해 ‘청정’과 ‘공존’을 미래비전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제2공항 건설계획은 제주도를 더 이상 청정하지 않은 곳으로 추락시킬 것이며, 자연과 사람의 공존뿐 아니라 사람과의 공존조차도 위험해지게 만들 것이다. 우리 시민사회진영에서는 지난해 제2공항 건설계획이 확정된 이후 깊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국책사업이라는 점과 높은 찬성여론, 기존공항 확충과 새로운 공항 건설, 입지선정의 문제 사이에서 고민했다. 하지만 시민사회진영은 지난 1년 동안의 치열한 토론을 통해 제2공항 건설계획은 결코 제주도의 미래가 될 수 없으며 양적 팽창에 기반한 관광정책노선을 수정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에 <제2공항 전면재검토와 새로운 제주를 위한 도민행동>은 오늘, 제주도와 국토교통부에 제2공항 계획 절차를 전면 중단하고 원점에서 재검토 할 것을 공식적으로 요구한다. MB정부의 4대강 사업은 요란한 구호를 내걸었지만 결국 거대 건설업체의 몇 년 치 일감 몰아주기에 그치며 이제는 생태계 파괴와 수질악화로 재앙을 초래했다. 제2공항 건설계획 또한 진정한 제주도의 이익보다는 대규모 토목사업을 통한 인위적 경기부양과 이를 통한 건설자본 살리기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제주도와 국토교통부에 현재 제2공항 추진의 근거가 된 ‘제주공항 인프라 확충 사전타당성 검토’ 용역에 대한 공개합동검증을 제안한다. 어제 제2공항성산읍반대대책위에서는 설명회를 통해 ‘제주공항 인프라 확충 사전타당성 연구’ 용역이 부실덩어리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번 기회에 합동검증을 통해 용역결과에 대한 의문과 불신을 해소할 수 있도록 제주도와 국토교통부가 결단을 내려주기 바란다.

우리는 이 대책기구의 발족을 통해 제2공항 건설계획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는 활동을 전개할 것이다. 그리고 양적성장의 제주발전 전략으로서 추진되는 제2공항 개발사업이 아니라 우리 제주도민의 삶과 제주사회의 질적 향상과 새로운 제주의 방향성을 모색하기 위한 공론화 운동도 함께 전개해 나갈 것이다.

2016년 9월 13일

제2공항 전면 재검토와 새로운 제주를 위한 도민행동

곶자왈사람들, 서귀포시민연대,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전교조제주지부, 전국농민회총연맹제주도연맹,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제주도연합,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제주지역본부, 제주민족예술인총연합, 제주여성인권연대, 제주여민회, 제주주민자치연대, 제주참여환경연대, 제주평화인권센터, 제주환경운동연합

(가나다순, 총 14개 시민사회단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