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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청문회를 열자] 4대강 사업으로 국격 높인다더니...

4대강 사업, 그 뒤 5년. 멀쩡했던 강이 죽고 있습니다. 1000만 명 식수원인 낙동강 죽은 물고기 뱃속에 기생충이 가득합니다. 비단결 금강 썩은 펄 속에 시궁창 깔따구와 실지렁이가 드글거립니다. 혈세 22조원을 들인 사업의 기막힌 진실. '4대강 청문회'가 열리도록 '좋은기사 원고료 주기'와 '서명운동'에 적극적인 동참을 바랍니다. 이번 탐사보도는 환경운동연합, 대한하천학회, 불교환경연대,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이 공동 주최하고 충남연구원이 후원합니다.

 

이명박씨는 재임 기간 유난히 '국격'을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4대강 사업을 통해 국격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국토부 장관을 지낸 권도엽씨도 "4대강 사업은 단순한 공사가 아니라 국격을 높이는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당신들 말처럼 4대강 사업이 정말 국격을 높였을까요?

건설사 CEO 출신인 만큼 이명박씨 본인이 잘 아시리라 생각됩니다. 대한민국이 '건설강국'이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던 것은 시공 품질 관리, 다시 말해 정밀 시공과 그에 대한 품질관리가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4대강 사업으로 만들어진 '보'는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건설강국 코리아'아 아닌 '졸속날림 코리아'를 여실히 보여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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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녕함안보는 2012년 6월 준공됐지만, 이후에도 거듭 보강공사를 벌여왔다. ⓒ 이철재

우선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4대강에 세워진 16개의 콘크리트 인공구조물을 '보'라고 하지만, 실상은 '대형댐'입니다. 국제대댐위원회(ICOLD) 대형댐 기준을 평생 건설업계에 몸담았고, 1990년대 붕괴된 연천댐을 직접 관리한 이명박씨가 모를 리 없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댐을 '보'라고 불렀던 것은 댐이 갖고 있는 부정적 이미지를 회피하기 위한 꼼수였죠.

2011년 10월 '4대강 새물결 맞이행사'에서 이명박씨는 4대강 사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 됐다고 선언했습니다. 이 장면을 공영방송을 동원해 생중계까지 했고, 거의 모든 언론이 4대강이 새롭게 태어났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당신이 연출한 '억지 쇼'가 끝난 뒤 황당한 일이 발생했습니다. 4대강 사업의 핵심으로 건설된 보에서 물이 줄줄 세는 모습이 확인된 것입니다.

창녕함안보, 물속에 아파트 8~9층 높이의 MB 싱크홀

이를 두고 당신의 '아바타'들은 '물 비침 현상'이라는 신조어를 만들며 '별일 아니다'. '보강 공사하면 문제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참으로 '웃픈(웃기면서 슬픈)' 상황이었습니다. "물이 세면 누수지 무슨 물 비침이냐"는 국제적 하천 전문가인 한스 베른하르트 교수(독일 칼스루헤 대학)의 지적이 그냥 나온 것이 아닙니다. 국제적으로 국격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망신을 당한 꼴입니다.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공사 전 진행해야 하는 수리모형실험을 공사 중에 하는 등 졸속 계획과 그에 따른 날림 공사로 벌어진 현상이었습니다. 또한 당신의 임기 안에 모든 것을 끝내기 위해 365일 24시간 공사를 하다 보니 정밀 시공이 될 수 없었습니다. 풍수기, 혹서기, 혹한기는 공사를 하지 않는 것이 상식이지만, 당신과 '이명박 아바타'들에게는 이런 상식이 통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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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톨릭관동대 박창근 교수팀은 창녕함안보 하류에서 에코사운딩 장비로 수심 변화를 측정했다. ⓒ 이철재

4대강 특별취재팀은 지난 26일 오전 낙동강 창녕함안보를 찾았습니다. "원래 문제가 많았다"는 것이 현장에서 에코사운딩이라는 장비로 수심 변화를 측정하고 있는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교수의 지적입니다. 함안보는 2012년 준공했지만, 심각한 상태가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공사를 했기에 이런 상태가 된 것일까요?

함안보 하류 물받이공(보 시설 보호를 위한 콘크리트 구조물) 앞에는 아파트 8~9층 높이에 해당하는 23m의 구덩이가 파였습니다. 원래 수심 6m까지 고려하면 29m로서, 길이 700m, 너비 300m에 이릅니다. 함안보의 수문을 열었을 때, 물의 힘에 의해 바닥이 파여 나가는 현상, 즉 세굴 때문에 벌어진 일입니다. 이런 내용은 감사원과 총리실 산하 4대강조사평가위원회에서도 지적됐습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처장은 "쉽게 말해 물속에 싱크홀이 생긴 것"이라 말합니다. 이른바 'MB 싱크홀'의 탄생입니다. 국토부 및 수공 등도 이러한 상황을 알고 4~5차례 보강 공사를 했습니다. 더 이상의 세굴을 방지하기 위해 사석을 투입하기도 하고, 콘크리트 이불이라 할 수 있는 SPF(섬유 매트리스) 공법을 도입하기도 했죠.

지난해 5월에는 평균 무게 3톤에 달하는 바위 6만여 개를 물속으로 넣기도 했습니다. 야산 하나를 통째로 캐서 투입했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였습니다. 보강 공사가 이것으로 끝일까요? 불행한 것은 끝이 아닐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박창근 교수는 "올해 비가 얼마 오지 않아 그렇지 조금 큰 비가 오면 바위들도 유실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함안보, 재시공하거나 철거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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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창근 교수의 증언에 따르면 2015년 창녕함안보 보강 공사에는 평균 3톤에 달하는 바위 6만 여개가 투입됐다고 한다. ⓒ 이철재

함안보 상류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상류에는 깊이 15m 가량의 '깔대기' 모양의 물속 싱크홀이 생겼다는 것이 박창근 교수의 조사 결과였습니다. 상류 싱크홀은 모래가 하류로 빠져나가면서 생기는 현상, 즉 파이핑 현상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 박 교수의 지적입니다. 이를 두고 4대강조사평가위원회에서는 '용솟음 현상'이라 말하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함안보의 현재 상태가 결코 안전할 수 없다는 점에 있습니다. 함안보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러 징조들이 이를 증명해 주고 있습니다. 박창근 교수는 "함안보가 당장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부실 징조가 여러 곳에서 보인다, 큰 홍수가 왔을 때 보가 밀리거나 주저앉을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박재현 인제대 교수는 "정밀 조사가 필요하다"면서 "공학적 측면에서 (위험)징조들이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함안보는)사상누각과 비슷한 상태"라는 진단입니다. 박재현 교수는 함안보를 보강해도 문제가 계속 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입니다. 왜냐면 설계 자체가 부실했기에 말입니다.

이어 "보 기능을 계속 유지하려면 재시공 수준으로 하지 않으면 힘들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없앨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습니다. 함안보를 재시공하려면 수천억 원의 혈세를 다시 투입해야 하는데, 이를 고려하면 철거하는 것이 더 낫다는 입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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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녕함안보 하류에는 최대 깊이 23m의 세굴 현상이 발생했고, 그에 따른 보강 공사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 이철재

이런 부실은 앞서도 언급했지만, 설계부실 때문입니다. 더 근본적인 것은 이명박씨의 욕심 때문이었습니다. 당신은 4대강 사업을 본인의 임기 내 완공하려고, 합리적 문제 지적은 '반대를 위한 반대'로 몰아 세웠습니다. '좌파들의 상투적인 전술'이라는 색깔론까지 들고 나왔습니다. 이러한 비상식과 자신만을 위한 욕망이 4대강을 망쳤고 대한민국을 망쳤습니다.

상황이 이러기에 4대강 청문회에 당신을 모시는 것은 당연합니다. 4대강 사업에 대해 '셀프 칭찬'으로 일관하지 말고 국민을 우롱한 책임과, 혈세를 낭비한 책임을 청문회를 통해 스스로 인정해야 합니다. 그것이 더 큰 우를 범하지 않는 길이기도 합니다.

4대강 독립군은 4대강 사업 완공 이후 만 4년 동안 어떤 피해가 있는지 온몸으로 고발하고 있습니다. 우리 강이 어찌 썩은 저수지처럼 망가졌는지 갑갑한 심정입니다. 4대강 독립군은 우리 강이 진정으로 독립(Free)할 때까지 활동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그에 따른 도움을 요청합니다. 독립군 활동자금을 보내 주십시오. 그리고 4대강 청문회 청원에 서명해 주십시오.

우리 강의 독립을 위해서 말입니다.

- 글 : 이철재 환경연합 정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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