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향희 변호사로부터 이금열 회장 사건을 소개받은 법무법인 세한의 한 관계자는 서향희 변호사가 이금열 회장 사건에서 모종의 역할을 했음을 짐작케 하는 증언을 내놨다.

사건 당시 서 변호사가 사건에 간여하는 문제로 (법무법인 내에서) 논란이 있었다. 나는 서 변호사의 개입을 반대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장기적으로 보면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했다.

▲ 뉴스타파-서향희 변호사 이메일 인터뷰

▲ 뉴스타파-서향희 변호사 이메일 인터뷰

이 관계자의 증언은 사건을 소개하고 변호사비 흥정에 간여했을 뿐, 사건 자체에는 개입한 사실이 없다는 서 변호사의 주장과는 차이가 있다. 이금열 사건 당시 서 변호사의 역할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는 대목이다.

뉴스타파가 서 변호사와 가진 6번의 이메일 인터뷰에서는 일부 석연치 않은 대목도 발견됐다. 서 변호사는 첫 이메일 인터뷰에서는 이금열 사건에 대한 기억이 확실하지 않다고 밝혔다가, 구체적인 질문이 이어지자 수임료 결정에 간여한 사실, 사건 진행 상황을 박순석 회장 측에 전달한 사실 등을 차례로 인정했다. 자신의 남편인 박지만 이지(EG)그룹 회장과 함께 박순석 회장을 만나지 않았냐는 질문에서도, 처음엔 박순석 회장 소유의 리베라호텔에서 한 차례 만난 게 전부라고 밝혔다가, 구체적인 장소를 지목하며 재차 질의하자, 남양주시의 한 식당에서 몇 차례 더 만난 사실이 있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서 변호사가 말을 바꾸며 무엇인가를 숨기고 있다는 의심을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서향희와 6번 이메일 인터뷰…모르쇠, 말바꾸기

뉴스타파는 이번 취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박근혜 정부 출범 첫해인 2013년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서향희 변호사에게 ‘철거왕 이금열’ 사건을 소개한 박순석 신안그룹 회장과의 부적절한 관계를 문제삼아 경고했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다. 2014년 말 불거진 소위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 당시 확인된 청와대의 ‘서향희 동향 문건’에 이와 같은 내용이 포함된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이런 내용의 문건이 만들어진 시점은 2013년 6월. 서울 리베라서울호텔 중식당에서 서향희 변호사, 박순석 회장, 이금열 회장등이 만나 사건을 논의한 시기와 겹친다. 서 변호사가 이금열 사건을 청탁받는 등 박순석 회장과 관련된 것이 경고의 배경이 아닌지 의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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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유출된 청와대 문건 가운데 서 변호사와 관련된 부분은 128쪽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의 핵심 관계자는 최근 뉴스타파와 가진 인터뷰에서 박순석 회장과의 관계를 우려하는 내용이 문건에 포함돼 있었다고 말했다.

서 변호사가 박순석 회장과 공동으로 무슨 사업을 준비하면서 자주 만남을 갖고 있는데, 매우 부적절하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습니다. 박지만 회장에게 말해 두 사람이 더 이상 만나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 핵심 관계자

이와 관련 박 회장의 한 측근 인사는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2013년경 서 변호사가 박 회장에게 ‘청와대의 경고가 있어 회장님을 뵙기가 힘들 것 같다’는 내용의 연락을 했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그럼 당시 청와대는 어떤 이유로 서 변호사와 박 회장의 관계에 개입했을까. 취재진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당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었던 조응천 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질의했으나, 조 의원은 “청와대에서 취득한 내용은 공개하기 곤란하다”며 즉답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