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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

하 세종대 교수가 11일 서울 종로구 사간동 출판문화회관에서 자신의 저서 『제국의 위안부』를 비판한 재일사학자 정영환 메이지가쿠인대 교수의 책 『누구를 위한 화해인가』를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박 교수가 정 교수의 신간에 대해 재반박하는 기자회견을 가진 이날, 국립중앙의료원 빈소에는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고 유희남 할머니와 마지막 이별을 하려는 조문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유희남 할머니는 1928년 충남 아산군 선장에서 태어나 15살이 되던 1943년에 일제에 강제로 끌려가는 것을 피하려고 60리가 넘는 곳으로 도망다니다가 붙잡혀 시모노세키로 끌려가 전쟁이 끝날 때까지 일본군‘성노예’로 고통을 겪었다. 해방 후 보따리 장사 등 온갖 힘든 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했고 2012년 경기도 광주 나눔의집에 입소한 후 여러 활동과 증언을 통해 일본의 공식 사죄와 법적 배상을 요구해왔다.

박 교수의 기자회견을 지켜보면서 그가 왜 유희남 할머니의 장례 기간에 기자회견을 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 기자회견이 그렇게 화급을 다투는 일이었을까. 힘겨운 생을 마감한 할머니의 장례 기간에 맞춰 굳이 위안부 피해자들의 마음에 생채기를 내는 그런 회견을 열 필요가 있을까.

나눔의집 안신권 소장은 “유희남 할머니는 생전에 폐암으로 투병하면서도 반인권적이고 반역사적인 책을 써서 할머니들의 명예를 실추시킨 박유하 교수와의 재판에 열정을 가지고 싸웠다”며 “그러다 끝내 폐암으로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운명하셨다”고 울먹였다.

유희남 할머니는 지난해 여성신문과의 인터뷰에서도 박 교수에 대해 강한 분노를 표현했다. “박유하 교수는 한국 여성 아닌가요? 폐기처분할 책을 어떻게 삭제판으로 다시 내놓을 생각을 했나요? 지식인이라는 사람이 양심이 있다면 이럴 수는 없지요.” 할머니는 “박 교수가 일본 현지에선 영웅 대접을 받고 있다고 한다. 일본의 역사 왜곡에 『제국의 위안부』가 논리적 근거를 대줬기 때문”이라며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책 파는 게 다가 아니잖아…. 억울하고 원통한 마음에 겨우 생명을 부지하고 있는 할머니들을 두 번 죽이는 일”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할머니는 또렷한 목소리로 박 교수와의 악연을 토로했다. 2014년 추석 무렵 소송 중인 박 교수에게서 걸려온 전화통화 내용도 소개했다. 당시 박 교수는 “일본에서 보상을 얼마나 받아주면 좋겠느냐”며 “한 20억원이면 되겠느냐”고 했다고 할머니는 전했다. 그래서 인간으로 태어나서 인간으로 제대로 살지 못한 70년 세월을 보상하라고 되받아쳤다는 것이다.

할머니는 평소 평화를 상징하는 소녀상이 자신의 분신이라고 강조해왔다. 그러면서 당시 위안소 생활이 끔찍했고 불면증과 소화불량, 가슴이 뛰는 심장병이 자신을 괴롭힌다고 했다. 다시는 이러한 아픈 역사가 반복돼선 안 된다는 게 할머니의 바람이었다. 전 세계인에게 이를 알리려면 피해 역사를 반드시 유네스코에 등록해야 한다는 말도 남겼다.

인권운동가 유희남 할머니는 지난 10일 그렇게 한 많은 생을 마감했다. 그가 떠나면서 이제 우리 곁에는 위안부 피해 생존자가 40명 밖에 남지 않았다. 역사의 정의를 바로세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할머니의 발인(12일)을 앞두고 기자는 박유하 교수에게 문득 되묻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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