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포커스뉴스)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43회 국회(임시회) 제8차 본회의'에서 '가습기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마련 위한 국정조사계획서'가 참석자 전원 찬성으로 통과되고 있다. 2016.07.06 강진형 기자 photok7@focus.kr

가습기 살균제 국회 청문회, 성공할 수 있을까?

 

장재연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email protected])

7월 8일 국회에서 가습기 살균제 국정조사특별위윈회의 국정조사계획서가 만장일치로 통과되었다. 90일간 청문회와 현장조사가 있을 것이라고 한다. 국민들이 만든 여소야대 국회이어서 가능했던 것 아닐까 싶다. 그런데 과연 국회특위는 국민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까?

청문회는 한자로 聽聞會다. 청(聽)도 들을 청, 문(聞)도 들을 문이다. 듣고 또 들으라는 뜻일 것이다. 영어로도 hearing이다.

국회의원들은 들으려고 하기 보다는 말을 하고 싶어 한다. 자기들이 뭔가를 찾아내서 말하고 싶고, 그것을 통해 유권자들의 주목을 받고 싶은 유혹에 빠지기 쉽다. 증인신청이 어렵고 자료제출이 안되었다는 등 이런 저런 변명을 늘어놓지만, 지금까지 대한민국 청문회가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들으라는 청문회에서 증언은 듣지 않고 국회의원들 자기들만 말을 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단언하고 싶다.

범법자를 찾아내고 판단하는 것은 경찰이나 검찰, 그리고 사법부의 역할이다. 가습기 살균제와 같은 사태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는 사회를 만들려면, 고의적이고 악의적인 범법자들이 아니라, 작은 이익에 눈을 살짝 감는 보통 사람들의 작은 부주의에 의해서도 사고발생이 구조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들어야 한다. 국회 청문회가 진짜 필요한 이유와 역할은 그런 제도나 법률을 만들기 위한 것이다.

국회의원들과 비서관들이 아무리 열심히 준비해도, 짧은 시간 안에 모든 전문성을 확보하고 문제를 찾아내기는 쉽지 않다. 사태파악 능력이 딸리다 보면, 인터넷 기사검색이나 해서 남의 말이나 인용하는 수준에 그치거나 증인들에 대한 고압적 태도와 국민감정을 자극하는 발언으로 이를 만회하려고 하기 쉽다. 그러나 그것은 국회의원 스스로 청문회를 제대로 운영하지 못했기 때문에 자초한 결과다.

국회의원이 처음부터 모든 것을 다 알 수는 애초부터 없다. 국회청문회는 이미 많은 주장을 쏟아낸 사람들이 아니라, 새로운 증인이나 다양한 입장의 관계자들을 찾아서 이들의 의견을 국민들이 공개적으로 들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듦으로써 실체적 진실에 접근해야 한다. 미리부터 선악의 편을 갈라서 예단하지 말아야 하며, 누가 사태를 악화시키고 수습한 것인지 진실을 파악한 후에 판단해야 한다.

논점이 무엇인지를 잘 파악해서 증인이나 관계자들에게 정확한 질문을 던지고 충분히 증언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 증언을 통해 새로운 사실을 밝혀야 한다. 이번 가습기 살균제의 경우에는 질문을 대립되는 상호간에게 던지고 각자의 증언을 비교하는 방식이 유용할 것이다. 누구의 주장도 그대로 믿지 말고, 반론을 충분히 확인해야 한다.

예를 들어 규제를 하는 정부부서와 규제를 받는 기업에게 같은 질문을 던져서, 무엇이 잘못된 이유였는지 또한 어떻게 해결방안을 만들어야 하는지 서로 말하게 해야 한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에게 제품의 화학물질 규제에 관해 어떤 상호 논의가 있었고, 서로의 입장이 무엇이었고 논의의 결과는 무엇이었는지 서로 말하게 해야 한다.

피해자와 가해기업이 서로 어떤 입장에서 의견을 주고받았는지 말하게 해야 한다.

정부와 기업, 그리고 소비자단체나 사회단체의 입장과 주장을 서로 말하게 해야 한다.

국회 청문회는 이처럼 상호 모순되거나 대립되는 주장이 부딪치게 만들고, 그 내용을 국민들이 듣고 생각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를 통해 공통점과 반대되는 주장이 무엇인지, 어느 쪽이 맞는지 혹은 어떻게 조정하고 해결해야 하는지 방안을 도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 결과를 근거로 이런 어처구니없고 참혹한 사태의 재발을 근원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제도화해야 한다.

국회의원들의 공명심 때문에 자기들이 뭔가 한 건을 찾아내서 말하려고 하는 입장을 취하다 보면, 국회 청문회는 모든 증인이나 상호 모순되는 주장들 전부와 대립관계에 서게 된다. 그러면 진실이 밝혀질 리가 없다.

과연 이번 20대 국회는, 지금까지 국회 청문회가 겪어온 시행착오를 극복하고 제대로 된 청문회(聽聞會, hearing)를 할 수 있을까? 여러 가지 상황과 국회의원들의 관행으로 보아 어렵겠지만, 그래도 끝까지 희망을 버리고 싶지 않은 마음이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진짜 멋진 청문회를 통해 대한민국의 사회의 희망을 보고 싶다. 한두 마디 발언으로 만들어지는 반짝 스타가 아닌 국민이 정말 믿고 신뢰할 수 있는 국회의원을 통해 대한민국 정치의 희망을 보고 싶다.

[caption id="attachment_163965" align="aligncenter" width="640"](서울=포커스뉴스)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43회 국회(임시회) 제8차 본회의'에서 '가습기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마련 위한 국정조사계획서'가 참석자 전원 찬성으로 통과되고 있다. 2016.07.06 강진형 기자 photok7@focus.kr (서울=포커스뉴스)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43회 국회(임시회) 제8차 본회의'에서 '가습기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마련 위한 국정조사계획서'가 참석자 전원 찬성으로 통과되고 있다. 2016.07.06 강진형 기자 [email protected][/cap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