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법치주의를 '법에 의한 통치'로 이해하지만, 여기서 한가지 더 고려해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법치주의가 절대로 '법을 통한 통치'여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즉, 법을 집행하는 자 역시 법에 지배를 받아야 법치주의라고 할 수 있지 그렇지 않다면 그것은 '독재'에 가깝다. 

특히 공공기관, 마포구청과 같이 법률에서 위임된 공무를 집행하는 곳은 이런 엄격성이 더욱 필요하다. 그리고 행정대집행과 같은 국민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 절차는 더욱 그렇다. 그런데 오늘 새벽 아현역 인근 아현포차를 기습철거한 마포구청 건설관리과 이모계장 이하 도로정비과 공무원은 그렇지 않았다.

현행 <행정대집행법>에 따르면, 행정대집행을 위해서는 계고장을 발송해야 한다. 그리고 2~3차 계고장을 통해서 충분히 행정대집행이 일어날 것을 인식시킨 후에 물리적인 대집행 절차에 들어가도록 규정했다. 그런데 영업 중인 아현포차에 합판 펜스를 설치하고 시설물의 문과 물품을 철거해간 마포구청은 이런 절차를 무시했다. 이후, 계고를 했냐는 질문에 대해 이모 계장은 '그게 뭐냐는'는 반응을 보였다. 

위의 왼쪽이 인근 서대문구청이 강제집행을 위해 보낸 계고서다. 그리고 오른쪽이 철거가 진행된 아현포차의 모습이다. 판넬을 건들지 말라는 경고문을 제외하고는 어떤 계고장도 보이지 않는다. 실제로 다른 구의 강제집행 시에 위와 같은 계고장이 2~3차례 나오고 그 사이, 행정과 협의를 거치면서 해결방안을 모색한다. 하지만 마포구청이 한 행위라곤 행정문서로 6월 30일까지 자진철거하라는 공문 1개였다. 당연히 이 과정에서 대화는 전혀 없었다.

사실 마포구청이 행정대집행의 근거로 내세운 것은 지역의 집단 민원이었다. 지난 3~4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사실상 실효적으로 도로를 점용해 영업을 해온 아현포차의 이력을 생각하면, 민원 접수를 이유로 행정대집행을 진행한다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 민원의 내용이 인근 초등학교의 학생안전이라 하지만 지난 긴 시간 동안 별 문제가 없었고 마포 래미안푸르지오가 들어서서도 관련 사건이 발생한 적이 없다. 마포구청이 상식적으로만 판단해도 집단 민원의 내용이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를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즉 민원에 대한 판단을 하지 않고 그것을 근거로 행정대집행을 진행한다는 것은 <행정대집행>이 정한 시급성과 불법점용으로 인한 실질적인 불편이 없다는 점에서 사실상 위법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런 행정절차의 적법성에 대한 해명 요구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마포구청은 공무집행 방해로 경찰을 불렀다. 그리고 페이트로 자신들이 설치한 판넬에 낙서를 하고 떠났다. 그러면서 "내일 또 치러 올거야, 언제든"이라는 말을 하고 유유히 사라졌다. 적어도 마포구 아현포차라는 현실 앞에는 법치주의가 아니라, 법 위에서 군림하는 공무원 독재만 보였다. 이런 마포구청에 대해 UN 인권협약 상 생계대책없는 강제철거가 위반되는 내용임을 지적하고, 행정대집행법 상 공무원이 준비해야 하는 성명을 밝히고, 각각 패찰을 착용하도록 한 규정을 상기시키는 것은 부질없는 짓이었다. 

노동당서울시당은 상인들과 함께 이런 법의 남용에 대해 단호하게 맞설 것이다. 그것은 불법을 하겠다는 선언이 아니라, 법 위에서 군림하는 공무원의 행위를 '공무'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공무'가 아니니 법 위반도 없다. 아현포차는 사실상 마포구 건설관리과 공무원에 의해 무법지대가 되었다. 개탄한다. 상인들과 함께 마포구청이 민원 뒤에 숨어 강제집행 만을 고민할 것이 아니라 상인들과 대화에 나서고 오래된 주민들과 새로운 주민들이 상생할 수 있는 결과를 내놓을 때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오늘 2시에는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하였고, 상인들은 국가인권위원회에 오늘의 행정대집행에 대해 긴급구제 진정을 했다. 그리고 다음 주 월요일에는 마포구청장과의 면담을 요청하는 기자회견을 구청 앞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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