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는 부영호텔 건축허가 보류하고 부지매입을 위한 협상에 나서라”

제주도의 해안경관을 대표하는 중문 주상절리 일대 경관을 민간기업이 사유화하는 대규모 숙박시설 건축이 허가될 전망이다. 제주도는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 2단계 지역 내 부영호텔 4건(호텔2·3·4·5)의 건축허가 신청에 대해 조만간 최종 허가를 내 줄 예정이라고 16일 밝혔다. 이미 지난해 말 건축·교통 통합심의위원회에서 조건부 승인을 내주며 최종허가를 예고한지 불과 5개월만이다.

제주도는 원래 길이가 200m 였던 건축물 길이를 100m 내외로 줄이고 주상절리대 진입도로를 확장해 관람객들의 이동통로를 대폭 확대하는 한편 부영호텔 부지 전체 면적 29만3897㎡의 28%인 8만3240㎡을 공공구역으로 설정하도록 해 경관사유화 방지를 위한 장치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또한 4개동 중 호텔 2동의 건축과 관련해 제주국제컨벤션센터와의 조화와 주상절리대 관람이동로에 대한 압박감 해소를 위해 Y자 형태의 건축물에 대한 전면부 조정 등 디자인 전체를 재검토 하도록 부영측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주도의 경관사유화 해소에 대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중문 주상절리대 호텔건축부지는 섭지코지를 독점사유화한 보광의 경우처럼 결국 대규모 숙박시설이 성벽처럼 해안경관을 둘러싸게 되어 제주 고유의 해안경관을 훼손하게 될 것이다. 건축물의 길이를 줄여 동과 동을 연결하는 사이로 한라산과 해안을 조망하는 시야를 확보했다고 하나 인공건축물이 해안경관과 한라산 조망을 차단하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하지 못했다. 또한 관람객들의 접근을 높이는 도로를 확대하고 호텔부지의 일부를 관람객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개방했다고 하나 이는 어디까지나 법적 구속력이 취약한 경관협정일 뿐이므로 부영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협정을 어기고 편법을 사용해 부지활용을 추진할 개연성이 상존한다.

중문 주상절리대 경관사유화 문제는 애초부터 잘못 끼워진 단추였다. 관광의 공공성을 확보해야 할 한국관광공사가 이윤추구만이 목적인 일개 사기업에 공시지가 수준으로 부지를 매각한 최초의 잘못이 크고 이를 알면서도 적극적으로 부지 매입에 나서지 않은 제주도의 무능에 2차적인 책임이 있다. 중국자본 유치에만 혈안인 제주도정이 정작 도내 주요 경관지의 사유지를 매입해 경관의 공공성을 확보하는 일에는 관심조차 보이지 않은데 따른 결과다.

도지사의 정무적 판단에 따라 환경을 보전하고 청정과 공존의 가치를 지키는 일이 좌우로 흔들려서는 안된다. 귀덕 공유수면 매립 문제나 곽지 과물해수욕장의 인공수영장 건축 사건처럼 작은 환경훼손 사안은 일사천리로 처리하여 도민들의 박수를 받는 동시에 뒤에서는 대규모 개발사업에 약간의 보완사항만 가미하면 허가해주는 이율배반적인 행정은 이제 지양되어야 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제주도는 중문 주상절리대 해안일대의 부영호텔 건축허가를 보류하고 즉각 부영측과 토지매입 협상에 나서라.
제주도민만이 아니라 전국의 시민들이 애용하는 천혜의 해안경관을 도민들과의 합의도 없이 사기업에 넘기는 일은 명백히 제주도의 미래비전인 청정과 공존에 역행하는 처사다.

더군다나 (주)부영은 최근 지나친 토지매입으로 회사 내 현금흐름이 급격히 악화됐다는 보도가 있고 그룹회장이 탈세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을 처지에 있는데 이러한 회사가 신청한 건축허가를 급하게 내 줄 이유가 없다. 탈세혐의에 대한 조사 결과에 따라 부영그룹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 (주)부영이 잘못된다면 그 결과에 따른 파장과 여파에 대한 책임 역시 제주도정에 미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또한 (주)부영측에도 전향적인 방향전환을 촉구한다. 공공임대 주택 건설을 통해 조금이라도 서민들의 무주택 설움을 해결하려는 노력을 해왔다고 자부한다면 제주의 환경에 대해서도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중문 주상절리대는 하나의 기업이 사유화할 곳이 아니라 전 국민이 공유하고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할 공공 경관지이기 때문이다.

제주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윤용택․김민선․문상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