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지에서 온 그림편지]
마늘 손보느라 바쁘구만, 닭밥은 영감이 좀 주지 그라요?
“그 빗속에서 용케 마늘밑이 들었구만이라우.”
“올봄은 비가 자주 온께, 마늘 양파농사 물 걱정 안하고 넘어간다 했더니 비가 흔한 것도 큰일이구먼.”
“그래도 안골 밭은 물 빠짐이 좋응게 이나마 마늘밑이 들었지라잉~. 한 며칠 가문께 일하기는 좋구먼유.”
“요맘때면 보리 베어 탈곡하고 마늘 양파 캐라고 하늘이 좋은 날을 주신께 농사꾼은 부지런히 일해서 거둬들여야 되는겨.”
“맞소! 맞어! 우리 영감은 옳은 말씀만 딱딱 골라 한당께요.”
“그란디 우째서 고양이하고 닭들이 사람을 졸졸 쫓아다니는 겨? 임자, 오늘 요것들 밥 안 준 거여?”
“우째 나만 이집 주인네이겄소? 아침내 밥하고 집안 쪼깐 청소하고 이제 마늘 손보느라 바쁘구만, 닭밥은 영감이 좀 주지 그라요?”
“아따! 이 사람 보게. 나도 아침 일찌거니 논에 가서 물꼬보고 왔구먼 그럴 새가 있당가. 내 자네 고생하는 줄 모르는 거 아니네. 에헴! 저그 가서 누구 좀 만나고 올라네.”
“또 어딜 갈라고 그라시오? 술 좀 앵가니 드시쟤.”
우리 아짐, 아이고! 영감님하고 오순도순 하려 했는데 혼자 마늘일 하시네요. 고양이 손이라도 빌린다는 농번기에 고양이도 옆에서 ‘야아옹’ 하품만 하고 있고 “누가 내 속 알어, 누가.” 푸념 속에 마늘이 다듬어져 동글동글 쌓여갑니다.
김순복님은 해남 참솔공동체에서 단호박, 양파 등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놓치 않았던 미술에 대한 꿈을 딸들이 보내준 스케치북과 색연필로 다시 펼치고 있습니다. 농부와 농촌이 어울어진 풍경을 따뜻한 시선이 담긴 글과 그림으로 옮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