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엠네스티의 성매매 비범죄화 정책은 성매매 여성을 보호한다는 명분아래 성매매 알선과 수요를 대변할 뿐이다.



지난 5월 26일, 국제 엠네스티는 <성노동자 인권 존중과 보호 및 실현을 위한 정부의 의무 정책> 을 발표하였다. 또한 파푸아뉴기니, 홍콩, 노르웨이, 아르헨티나 4개국에서 진행한 ‘성노동자 인권침해에 대한 조사보고서’를 공개하면서, ‘성노동자’들이 처한 심각한 폭력적 상황과 사례를 열거하였다. 이는 지난 2015년 8월 국제 엠네스티의 국제대의원총회에서의 결의에 따른 것으로, 그간의 무수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이 정책을 공식적으로 채택한 것이다.


국제 엠네스티는 정책 발표를 통해 “구조적 불평등을 겪는 피해자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더 ‘성노동’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한다. 또한 ‘성노동자’가 직면하는 사회적 낙인과 비난에 대해 지적한다. 국제 엠네스티는 이러한 인권침해와 폭력에 일상적으로 노출된 전 세계 성노동자를 위하여 각국 정부가 보호에 나서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 엠네스티가 내린 이번 결정은 일상적으로 마주하는 ‘성노동자’들의 폭력적 현실에 대한 진단과 문제를 대하는 관점이 남성 중심적 가치관과 시선 속에서 얼마나 현실을 왜곡할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성매매의 본질을 제대로 보라!! : ‘성노동자’가 입는 피해는 성매매의 범죄화 때문이 아닌


성매매에 내재한 본질이다.



국제 엠네스티의 인권보고서에서 드러난 ‘성노동자’의 피해는 성매매의 범죄화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성매매의 본질적인 측면에 가깝다. 보고서에 드러난 인권침해가 성매매비범죄화 국가나 불법화 국가에서 공통적으로 일어난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성구매자의 갑작스런 위협, 알선업자의 착취, 단순히 돈을 지불했다는 것만으로도 한 인간의 신체를 지배하에 두는 폭력적 행위들은 그것이 인신매매건 아니건, 합법화 국가건 아니건 간에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며, 우리는 이러한 행위들을 멈추게 하고, 이러한 폭력과 인권침해로부터 여성을 보호해야 한다는 공통의 의무를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엠네스티는 성매매 범죄화를 성노동자의 인권 실현을 막는 장애물로 상정하면서 성인간 합의한 성노동의 모든 측면에 대한 비범죄화를 요구할 뿐만 아니라, 성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성판매, 성구매 또는 성노동 조직화를 범죄화 하는 법도 폐지해야 한다는 사실상의 성매매 산업에 대한 비범죄화, 그리고 실질적인 합법화를 요구하고 있다.



성을 판매하는 여성이 ‘성인간의 합의’된 성매매로 인하여 감수해야 하는 폭력적 상황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성매매 여성을 착취하는 알선업자와 포주의 통제하에 있어야 한다는 역설적 상황은 전 세계에서 찾아볼 수 있는 흔한 사례이다. 업주들의 요구에 화답해온 국가에서 성매매여성에 대한 관리와 지배를 업주들의 손에 쥐어주고 자신들은 뒤에서 협력자 방조자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국제 엠네스티는 이번 정책 발표를 통해 성을 구매할 권리나 성매매 알선을 통해 이득을 취할 권리에 대해 주장하지 않는다. 사실 그럴 필요도 없다. 성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명분을 앞세우는 것만으로도 성구매와 성매매 알선의 권리를 인정해주기 때문이다. 이러한 태도는 국제엠네스티가 성매매/성산업에 대해 개인적인 문제로 접근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입장과 업주나 합법화주의자들의 활동을 대변해 주고 있다는 반증이다.



‘성노동’ 이라는 환상과 무지 : 성매매는 ‘성인 사이의 합의한 거래’가 아닌 성착취 일뿐이다.



국제 엠네스티는 그들이 규정하는 ‘성노동’이 성인 간의 합의한 거래에 대해서만 사용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성매매에 있어 “성인 사이의 합의”가 가능하다는 것은 오늘날 지구상에서 이루어지는 대부분의 성매매가 젠더에 기반한 폭력으로 작동한다는 것을 간과한 순진한 믿음이거나 소망일뿐이다. 이러한 전제에서 출발한 ‘성노동’에 대한 국제 엠네스티의 정책이 심각한 오류에 빠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성노동자의 안전, 거주, 건강 등 인권을 훼손하는 것이 성매매를 불법화하기 때문이라는 국제 엠네스티의 주장은 마치 정상화된 형태의 성노동이 존재할 것처럼 말한다. 이들이 말하는 정상적 성노동이란 무엇인가? 젠더 위계가 여전히 발생하는 현실 속에서 젠더 위계가 없는 성노동이 정말 가능하리라고 보는가? 그들이 그토록 보호하고자 하는 실체 없는 ‘성노동자’의 인권 (실체는 성착취피해자이다)을 보호하고 싶다면 국제 엠네스티는 젠더 위계를 없애기 위해 노력했어야 한다. 진정으로 ‘성노동자’들에 대한 비범죄화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한다면 수요자와 성매매 알선업자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하며 이는 착취피해자에 대한 비범죄화를 요청하는 것이 정당하다.



일부 성적 자유주의가 여성의 성적 자유와 해방을 주장하면서도 여성이 처하고 있는 성적 억압과 차별에 대해서는 간과하고 있는 것처럼, 국제 엠네스티는 결국 여성인권을 보호한다는 명분 아래 전 세계의 수많은 성매매 여성들을 합의라는 허울속에서 자발적 선택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폭력에 대한 정당한 이유는 없다’ : 성매매여성에 대한 비범죄화로 여성처벌을 멈춰야



국제엠네스티는 폭력에 대한 정당한 이유는 없다면서 “정부가 성노동자를 피해와 착취, 강압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취해야 하는 중요한 조치 중 하나”로 ‘성매매 비범죄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 2년 넘게 진행한 연구와 조사를 통해 내렸다는 이번 결정이 일부 국가의 성산업 현장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폭력과 착취, 인신매매에 대한 경고를 던지고자 했다면 부디 그것이 성공하길 우리는 진심으로 바란다.



그러나 수십년이 넘게 현장에서 직접 활동하면서 수많은 여성들을 구조지원하고 있는 우리 단체와 많은 연구자들은 ‘성노동자’보호라는 명분 아래 ‘성매매를 비범죄화’ 하는 정책은 성구매자, 성매매 알선업자들의 권리를 대변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는 결론을 가지고 있다. 성매매합법화는 성매매여성의 사회적 낙인을 제거하는데 전혀 효과가 없으며 폭력으로부터 여성을 보호하지도 못한다. 그래서 우리는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성매매/성착취피해를 줄여나가기 위해서는 수요를 차단하고 ‘성매매여성에 대한 비범죄화’를 우선적으로 선택하도록 싸우고 있는 것이다.



국제엠네스티는 여성폭력에 저항하는 전 세계 성착취 생존자, 피해경험자, 여성단체 및 많은 인권단체들의 외침과 경고에 더욱 귀 기울여 부디 허울 좋은 그 명분을 걷어치우고 자신들이 누구를 옹호하고 있는가를 분명히 보길 바란다.




2016년 5월30일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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