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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Jungi Jo 미세먼지원정대 캠페인-flickr

 

미세 먼지와 먹을거리

 – 한살림소식지 551호 [살림의 창] (2016. 5. 9.)

 

글 강양구

 

요즘 미세 먼지 때문에 한숨을 쉬는 사람이 많다. 날씨가 아무리 좋아도 뿌연 공기 속을 뚫고 돌아다닐 엄두가 나지 않는다. 실제로 마스크 없이 돌아다니다가는 폐암은 물론이고 뇌졸중, 심근경색 같은 무서운 병을 일으키는 미세 먼지가 폐 깊숙이 박힌다고 하니 보통 일이 아니다. 어쩌다 우리나라가 이 지경이 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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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 먼지를 가지고 대화를 나누다 보면, 많은 이들이 중국 탓을 하곤 한다. 글쎄, 진실은 그렇게 간단치 않다. 중국에서 날아오는 오염 물질이 분명히 우리 공기를 나쁘게 하는 한 원인이지만, 그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자동차, 화력 발전소, 공장 굴뚝에서 나오는 국산 미세 먼지가 50~70% 정도를 차지한다. 그러니까 우리가 미세 먼지를 덜 배출하면 공기가 깨끗해진다.

하지만 전망은 그렇게 밝지 않다. 작년에 한 독일 자동차 회사가 오염물질 배출 사실을 속여 가며 자동차를 판매한 사실이 확인되어 난리가 났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오히려 한두 푼이 아닌 그 자동차의 매출이 늘었다. 스캔들에 놀란 자동차 회사가 할인 판매를 하자, ‘이때다!’ 하면서 상당수 소비자가 그 자동차를 구매한 것이다. 고급 자동차를 구매한 사람은 이렇게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나 하나쯤 이런 자동차 탄다고 공기가 얼마나 더 나빠지겠어.’ 그는 어차피 차 안에서 공기청정기를 틀면 되니, 공기가 나빠지든 말든 신경이 안 쓰일 것이다. 이렇게 한 사람, 한 사람 자기가 마시는 공기에만 신경을 쓰면 절대로 우리는 미세 먼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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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voanews.com

 

먹을거리 얘기를 해야 하는 자리에서 뜬금없이 미세 먼지 타령을 한 것은 그 둘의 관계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언젠가부터 여러 사람이 먹을거리에 부쩍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한살림을 비롯한 생활협동조합에 관심이 늘어난 것도 이런 사정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역시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그렇게 개운치 않다.

생협 매장에서 먹을거리를 구매하는 많은 이들의 일차적 관심사는 나와 가족의 입에 들어가는 좋은 먹을거리다. 사실 나부터 그렇다. 그런데 그렇게 좋은 먹을거리만 따지기 시작하면, 어느 순간부터 생협 매장을 이용할 동기가 사라진다. 생협이 뜨면서 대형 마트도 싸고 질 좋은 지역 먹을거리, 유기농 먹을거리를 팔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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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게으름을 피우다가는 원하는 물건을 놓치기 십상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볼품 없어 보이는 생협 먹을거리를 꼭 고집할 이유가 있을까? 그냥 마트에서 각종 인증을 받았다는 먹을거리를 좀 더 싼 값에 구매하는 게 훨씬 더 낫지 않을까? 어차피 나와 가족 안에 들어가는 건 똑같은 텐데. 한 사람, 한 사람이 이렇게 생각하기 시작하면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진 우리나라 먹을거리 생태계는 회복될 수 없다. 왜냐하면, 돈 버는 게 최우선인 대형 마트는 농민에게 좀 더 싼 값에 먹을거리를 떼 올 테고, 그 과정에서 상당수 농민은 농사를 포기할 것이다. 그렇게 농민이 하나둘 사라지면, 나중에는 먹을거리를 수입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어진다.

 

출처 : International Livestock Research Institute - flicke

출처 : International Livestock Research Institute – flickr

 

더 큰 문제는 여기부터다. 어떤 이는 외국에서 값싸고 질 좋은 먹을거리를 수입해서 먹을 수 있으면 되지, 뭐가 큰 문제냐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만약에 그렇게 먹을거리 대부분을 외국에 의존하고 있는데, 어느 순간 수입 길이 막힌다면? 정말로 아찔한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그러니 최악의 상황에서 나와 가족이 굶어 죽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나라의 논밭에서 우리의 식탁으로 이어지는 먹을거리 생태계가 건강하게 유지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첫 번째 과제는 땀 흘리며 정직하게 농사를 지어서 안전하고 질 좋은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농민이 웃으면서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그러니 때깔 좋은 마트 먹을거리를 보면 그토록 고생해서 농사지은 먹을거리를 마트에 싼값에 거저 주고 눈물짓는 농민을 생각하자.

 

강양구필자 소개

글을 쓴 강양구 기자는 인터넷신문 프레시안의 과학기술·보건의료·환경 담당 기 자로 공부하는 기자, 시민의 편에 서는 기자가 되려고 끊임없이 노력 중입니다. 황 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건,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위험 논란, 에너지 문 제와 먹을거리 위기 등의 기사를 썼습니다. <세 바퀴로 가는 과학자전거>, <아톰의 시대에서 코난의 시대로>, <밥상 혁명>(공저), <정치의 몰락>(공저) 등의 책도 펴냈 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