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가 새누리당 나경원 의원 딸의 성신여대 부정입학 의혹을 보도한 이후, 성신여대는 사실무근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현대실용음악학과의 특수교육대상자 특별전형 면접에서 실기시험은 없으며, 당시 실기는 점수에 반영하지 않는 참고용이었기 때문에 나 의원의 딸이 실기에서 문제를 일으켰더라도 합격 여부와는 무관한 일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을 반박하는 당시 다른 수험생의 증언이 나왔다. 당시 나 의원의 딸과 함께 면접을 본 다른 지원자는 “실기시험으로 자유곡을 준비하라는 내용을 분명히 봤고, 면접장에 들어갔을 때도 먼저 연주부터했고 이어 질문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자유곡’ 준비하라고 분명히 명시”…“실기 평가 없었다는 말 황당”

▲2012학년도 성신여대 현대실용음학학과에 특수교육대상자 특별전형으로 지원해 면접을 봤던 문성원 씨. 문 씨는 뉴스타파와 인터뷰에서 분명히 실기시험을 봤다고 증언했다. 그는 성신여대에선 떨어졌으나 경북대 신문방송학과에 특수교육대상자 특별전형으로 합격, 현재 2학년에 재학 중이다.

▲2012학년도 성신여대 현대실용음학학과에 특수교육대상자 특별전형으로 지원해 면접을 봤던 문성원 씨. 문 씨는 뉴스타파와 인터뷰에서 분명히 실기시험을 봤다고 증언했다. 그는 성신여대에선 떨어졌으나 경북대 신문방송학과에 특수교육대상자 특별전형으로 합격, 현재 2학년에 재학 중이다.

뉴스타파는 수소문 끝에 2012학년도 성신여대 현대실용음악학과에 특수교육대상자 특별전형으로 지원했던 학생 4명 중 1명인 문성원 씨를 만나 당시 면접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문 씨는 선천적으로 팔이 잘 굽혀지지 않는 장애 때문에 일반전형이 아닌 특수교육대상자 전형을 택했던 학생이다. 팔이 불편하지만 어려서부터 피아노 치는 것을 좋아해 면접에서 피아노를 연주했다.

문 씨는 취재진에게 “진짜 실기가 있었어요. 실기라고 칸이 되어 있지는 않았는데, 조건처럼 있었어요. 자유곡 하나, 그런 식으로. 아마 제 생각엔 (학교에)전화해서 곡을 물어봤던 거 같아요. 막연하게 자유곡이라고 돼 있으니까요”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직접 성신여대 입학처에 전화해 ‘정말 아무 자유곡이나 준비하면 되느냐’고 물었고 ‘그렇다’는 대답을 들어 자유곡 1곡을 정해 한 달 넘게 연습했었다”며 “이제 와서 실기시험이 없었다는 성신여대의 주장은 황당한 소리”라고 말했다.

문 씨는 당시 면접장에 자신 말고도 실기연습을 하던 학생들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문 씨는 “면접 대기 시간에 다른 학생들도 계속 악보를 외우고 있는 등 실기준비에 바쁜 모습이었다”며 실기시험이 없었다면 수험생들이 왜 그런 준비를 했겠느냐고 반문했다.

“수능 제쳐두고 한 달 넘게 피아노 연습…면접관들도 악기연주부터 시켜”

▲문성원 씨는 과거 팔이 불편한데도 피아노를 잘 쳐서 ‘SBS 세상에 이런일이’에 소개되기도 했다.

▲문성원 씨는 과거 팔이 불편한데도 피아노를 잘 쳐서 ‘SBS 세상에 이런일이’에 소개되기도 했다.

문 씨는 성신여대가 ‘현대실용음악학과 면접에서 악기연주는 필수가 아닌 희망자에 한해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이고, 점수에 반영하지 않는 참고용이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문 씨는 “내가 알아서 피아노를 친 것이 아니고, 면접관이 시켜서 피아노를 쳤다”며 “실제 면접장에 들어갔을 때도 심사위원들이 가장 먼저 악기연주를 해보라고 했고, 이어서 질문을 던졌다. 실기연주를 해보라고 시킨 것 자체가 평가를 통해 점수에 반영하겠다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면접 질문도 ‘음악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색깔은? 그리고 그 이유는?”이런 식으로 답이 정해진 질문이 아니었다. 실기를 점수에 반영하지 않았다면 그런 질문만으로 어떻게 합격자를 가렸는지 의문”이라며 “성신여대 탈락 후 많이 아쉬웠지만 나보다 악기연주를 잘 한 학생이 합격한 줄 알았다. 타 학생에게 25분씩 면접시간을 기다려주는 일이 있었는 지도 몰랐다. 과연 내가 아무 재력이 없는 일반인의 딸이라고 밝혔다면, 그런 나를 면접관들이 기다려줬을까? 그랬더라도 기다린 시간을 감안하지 않고 나를 합격시켜줬을까”라며 박탈감이 든다고 털어놨다.

▲ 문성원 씨의 입시지도를 맡았던 고3 담임선생님 최인희 씨. 최 씨도 성신여대 특수교육대상자 특별전형 면접에서 실기평가가 분명히 있었고, 그 때문에 문성원 씨가 수능공부까지 제쳐두고 실기연습에 밤낮으로 매진했다고 말했다.

▲ 문성원 씨의 입시지도를 맡았던 고3 담임선생님 최인희 씨. 최 씨도 성신여대 특수교육대상자 특별전형 면접에서 실기평가가 분명히 있었고, 그 때문에 문성원 씨가 수능공부까지 제쳐두고 실기연습에 밤낮으로 매진했다고 말했다.

문 씨의 입시를 지도한 대안학교 선생님 최인희 씨 역시 성신여대 주장에 대해 “황당한 소리”라고 지적했다. 최 씨는 “성원이의 입시지도를 하면서 분명히 자유곡을 준비하라는 내용을 봤고, 이 때문에 학교에서도 피아노실을 따로 마련해 주는 등 성원이의 실기연습을 위해 배려했다”며 “성원이는 학생부 성적이 2등급 정도로 높아 실기준비만 잘하면 합격 가능성이 있겠다고 생각했다. 당시 수능시험 공부도 열심히 하던 학생이었는데, 수능준비까지 제쳐두고 실기연습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당시 성원이가 장시간 연습을 하면 팔에 마비가 오기 때문에 무리하면 안 되는데도, 성신여대에 입학하겠다는 의지로 밤낮없이 연습을 했다. 실기평가가 없었다면 그렇게 무리를 했겠느냐”며 “만약 성신여대가 실기평가를 점수에 반영하지 않을 것이었다면 정확하게 수험생들에게 공지를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문성원 씨는 성신여대 탈락 후 경북대 신문방송학과 특수교육대상자 특별전형에 합격, 현재 2학년에 재학 중이다. 문 씨는 “성신여대는 특수교육대상자 전형으로 대학 지원을 했던 곳 중 유일하게 음악관련 학과였고, 가장 가고 싶은 학교였다. 입학해서 계속 음악공부의 꿈을 이어가고 싶었지만, 이제는 다른 진로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타파의 거듭된 해명 요청…성신여대 측 “대응하지 않겠다”

당시 실기 시험을 분명히 봤다는 수험생과 지도 교사의 증언이 나옴에 따라 뉴스타파는 성신여대 측에 당시 실기평가가 없없다면서 학생들에게 자유곡은 왜 준비하라고 했는지, 실기평가를 점수에 반영하지 않겠다는 사실은 모든 수험생들에게 공지가 된 것인지 물었다. 하지만 성신여대 측은 이번에도 답변을 거부했다.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이병우 교수에게 직접 사실 확인을 하기 위해 학교를 방문했으나 성신여대는 출입 자체를 막았다. 성신여대 측은 “뉴스타파 취재에는 대응을 하지 않겠다. 출입도 할 수 없다”며 반론을 거부했다.

앞서 뉴스타파는 나 의원의 딸 김 모 씨가 2012학년도 성신여대 특수교육대상자 특별전형의 현대실용음악학과 면접에서 드럼 연주에 필요한 MR(반주음악)을 틀 장치(MR카세트)가 없다는 이유로 드럼연주를 거부했고, 이 때문에 이병우 심사위원장(현대실용음악학과 학과장)이 교직원들을 동원해 카세트를 구하느라 면접 시간이 25분이나 지체됐는데도 최고점으로 합격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촬영 : 김남범, 김기철, 김수영
편집 : 박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