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 평
하천 저류지의 안전하고 과학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저류지 붕괴 가능성, 지속적인 토사퇴적, 자료축적의 미흡에 대한 대응필요
제주시는 8월 11일 보도자료를 통해 태풍 ‘뎬무’ 내습 시, 하천 저류지의 가동을 통해 하류지역의 홍수피해를 예방했다고 발표했다. 제주도 환경자원연구원도 8월 20일 보도자료를 통해 한천 1․2 저류지를 통해 100만 톤의 하천수를 지하로 인공함양 했다고 밝혔다.
이렇게 제주시내 4대 하천의 상류지역 저류지가 홍수예방에 더해 지하수 함양까지 긍정적 효과를 보여주고 있지만, 800억 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하고 있는 저류지 건설 및 운영은 아직도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째, 하천 저류지의 붕괴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태풍 ‘뎬무’ 당시 가동을 한 한천 1저류지의 경우, 1지의 남측 사면에 쌓은 호안이 붕괴하였다. 그런데 문제는 이 보다 더 심각한 곳에 있다. 한천 2저류지의 1지와 2지를 가르는 월류보가 붕괴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가 확인되었다.
지난 6월 28일, 한천 저류지를 완공하고 맨 처음 홍수가 유입되었던 날 촬영한 사진을 확인해본 결과, 월류보 아래쪽에서 물이 새고 있었다. 보에 물이 새면 언젠가는 붕괴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만약에 이 월류보가 붕괴하면 수 십 만 톤의 물이 그대로 저류지 인근으로 넘쳐흘러 오등동 일대는 물바다가 될 수 있다. 전문가의 점검이 필요하다.
둘째, 태풍이 올 때 마다 저류지 입구 안팎과 바닥에 쌓이는 토사처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번 태풍 ‘뎬무’로 인해 한천 1․2저류지 유입구에는 엄청난 양의 토사가 쌓였으며, 저류지 바닥에도 뻘처럼 진흙이 쌓였다.
당초 지난해 완공된 한천 2저류지 입구에는 쌓이는 토사를 준설할 수 있는 중장비 진입로가 없었지만, 이번 5월 수문설치공사를 하면서 새롭게 개설하였다. 저류지 설계과정에서 토사퇴적에 대한 고려가 없었음을 드러내는 증거다.
물론 이제는 중장비 진입로가 개설되었지만 태풍이 지나고 며칠이 지나도록 퇴적된 토사를 준설하지 않았다. 집중호우가 예기치 않게 연달아올 경우에는 하천저류지 입구에 쌓인 토사를 즉시 준설하지 않으면, 하천 저류지는 그 기능을 상실한다. 따라서 하천 유출이 멈추면 곧바로 저류지 유입구 내외의 토사를 준설해야 한다.
한편 저류지 바닥에는 유입구의 토사보다 더 가는 토사가 퇴적되었다. 이 토사가 지속적으로 쌓이면 저류지 바닥으로 홍수를 함양시킬 수 있는 투수성이 나빠지기 때문에, 이 토사를 어떤 방식으로, 어떤 주기를 통해 처리할 것인지도 시급하게 결정해야 한다.
셋째, 하천 저류지 마다 홍수 유입량이 제각각 다르며, 하천 저류지로 유입된 홍수량에 대한 자료를 축적하지도 않는다. 현재 7개의 하천저류지가 건설되었지만, 그중 환경자원연구원이 관측망을 가지고 있는 한천 1․2저류지를 제외하고는 산지천과 독사천, 병문천 저류지에 유입된 홍수량은 아무도 모른다. 한천은 수위와 유속, 저류지 유입량을 자동 측정하고 있지만, 다른 하천은 저류지 입구 및 하천 하류의 교량에 설치된 관측카메라를 통해 관리자가 직접 홍수위를 보며 기록하고 있다. 과학적 관리가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주먹구구식으로 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
환경자원연구원에 따르면 한천 1․2저류지 유입된 홍수량은 각각 31만 7천 톤과 69만 톤으로 무려 100만 톤의 홍수가 유입되어 지하로 함양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저류지 전부에 물이 들어찬 것은 아니다. 한천 1․2저류지의 구조는 각각 저류지 3개(1지,2지,3지)가 이어져 있으며, 이번 홍수유입으로 인해 만수위를 기록한 곳은 각 저류지의 1지이며, 인공함양정이 있는 3지에는 거의 물이 유입되지 않았다. 인공함양정이 홍수를 지하로 유입시킨게 아니라, 저류지 바닥에서 그대로 물이 스며들었다.
한편 산지천 2저류지는 물이 가득 들어차지도 않았다. 다른 저류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는 강우특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저류지 위치 선정을 잘못했다는 증거가 된다. 한천의 발원지는 한라산 백록담이어서 이번 태풍 ‘뎬무’때 한라산에 내린 700mm의 강우량이 그대로 한천 유역에 내린 비로 계산할 수 있다. 하지만 산지천의 경우에는 상류에 내린 빗물이 거의 유입되지 않았으며, 산지천 범람의 원인은 하류 도심부에 내리는 빗물이기 때문에, 이번에 70mm에 그친 도심부 강수량으로 인해 범람하지 않았던 것이다.
따라서 저류지 운영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저류지 붕괴가능성 대비 뿐 만 아니라, 토사퇴적에 대한 처리방안을 시급히 세워야 하며, 저류지 운영과 관련된 과학적 자료를 충분히 축적해 (가)저류지 운영관리지침을 수립해야 한다.
2010년 8월 23일
제주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윤용택․현복자․오영덕)
※관련사진은 본회 홈페이지(jeju.kfem.or.kr)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