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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문]


 


공수관리체계 위협하는 물 산업 육성정책 재검토해야 한다


한국공항의 먹는 샘물 개발허가 취소하고,


개발공사의 과다한 취수량 증량계획은 중단해야 한다


 


한국공항의 먹는 샘물 사유화 논란이 거세다. 제주개발공사의 삼다수 취수량 과다 증산논란 역시 마찬가지이다. 먹는 샘물의 증산 논란은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두 기업이 증산계획을 내놓을 때마다 도민사회의 논란은 있어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달라진 점은 이들의 지하수 증산계획에 대한 비판수위가 갈수록 무뎌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공항의 먹는 샘물 증산에 대한 도민사회의 여론을 보더라도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이 대다수이지만 예전에 비하면 그 단호함은 약해 보인다. 제주개발공사의 경우 지난 2006년 868톤에서 2100톤으로 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도민사회의 논란을 돌아본다면 지금의 논란은 미약한 수준이다.


하지만 이전과 지금의 지하수 현황이나 관리정책이 더욱 긍정적으로 변한 것은 아니다. 우리가 물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은 결코 아니라는 점이다. 여전히 가뭄으로 인한 수자원이 절실하다. 지난주에는 서부지역 일부 마을에 종일 수돗물 공급이 안 될 정도로 물 관리도 부실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민사회의 여론이 물 사유화와 과도한 지하수 개발에 대해 민감도가 떨어진다는 점은 제주의 지하수 보전에 있어서 바람직한 결과는 분명히 아니다.


우리는 이러한 상황을 초래한 가장 큰 원인은 단연코 제주도의 지하수 관리정책의 후퇴에 있다고 판단한다. 그리고 그 정점에는 제주도의 물 산업 육성정책이 자리 잡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물 산업 육성정책에 편승한 제주도의 물 산업 육성정책은 결과적으로 공공의 자원인 제주 지하수의 공적관리 원칙을 흔들고 있는 것이다. 공공의 자원으로서의 제주 지하수는 공공재의 성격규정을 분명히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물 산업 육성책이 추진되면서 제주의 지하수는 공공재뿐만 아니라 경제재로서의 가치로 접근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결국, 물 산업의 육성은 제주의 지하수를 상품화하는 전략으로써 공공의 이익보다는 상품화된 제주 지하수의 구매능력이 있는 한정된 소비자를 위한 자원으로 그 성격을 축소시키는 것이다.


물산업 인재양성사업단이 제주도민을 상대로 조사한 식수 이용현황 결과를 보더라도 이러한 우려의 결과들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음이 확인된다. 소득별·직업별 격차에 따라 먹는 샘물과 수돗물 이용이 양극화되는 결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제주도가 강조하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공공의 자원이라는 정의는 박제화 되어 가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그 선봉에는 물 산업이 제주도민을 먹여 살릴 ‘절대 선’이라며 이데올로기화 되어가고 있다. 제주지역의 영향력 있는 여론 주도층과 언론마저도 객관적인 검증이나 여과 없이 물 산업을 홍보하는 일에 열중이다. 결과적으로 물 산업을 절대 선으로 인식하는 도민여론이 늘면서 한국공항의 증산논리에 동의하는 여론도 공개적으로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지하수 증산 논란과정에서 한국공항이 취하는 대응태도 역시 최근의 변화상을 그대로 반영한다. 예전만 해도 이런 문제가 이슈화되지 않기를 바라는 입장이었다면 지금은 자신들의 주장과 논리를 강하게 제시하는 상황까지 왔다. 온갖 매체에 도배하듯 광고를 깔아 자신들의 주장을 홍보도 하고, 언론의 뭇매도 피해가는 전술도 벌인다. 관련 법규나 논점을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하며, 쟁점을 흐리는 것도 달라진 점이다.


그러나 아닌 것은 아닌 것이다. 시장판매 철수 의사는 전혀 없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판매는 계속 하면서 기내 공급물량이 적어 증산해야겠다는 논리가 가당찮기는 한가. 도민의 여론을 짓밟고 법률다툼까지 벌이며 얻어낸 승리를 쉽게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도 않는다. 먹는 샘물로 직접 상품화하기 위해 지하수를 이용하는 것과 호텔이나 골프장 등에서 영업활동을 위해 지하수를 이용하는 경우를 사기업의 똑같은 지하수 이용으로 보는 논리는 또한 설득력이 있기는 한가. 향토기업임을 강조하며 몇몇 사회공헌을 증산 논리에 맞춰가는 것 역시 한국공항 스스로 증산허가를 거래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향토기업임을 자처한다면 도민의 여론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기업윤리를 실천하는 것이 우선이다. 법적인 가능여부를 떠나 1년 여 동안 세 차례에 걸쳐 증산을 시도하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지나친 처사이다. 제주도민을 무시하고, 도민사회의 여론을 묵살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제주개발공사의 취수량 증산은 다분히 특혜라고 규정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 8-10년 후 필요 수량을 한꺼번에 신청하고 이를 흔쾌히 허가하는 것은 사전 암묵적 합의에 의한 특혜가 아니고서는 가능하지 않다. 설령, 백번 양보해 도민들의 성원을 받는 사업이라 하더라도 적법한 절차와 과정이 있는 법이다. 다른 지하수 개발 신청자들에게는 엄격한 기준의 지하수 이용계획을 요구하면서 제주개발공사에게는 무한 허용을 하는 것은 스스로 도정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처사이다.


최근 제주개발공사는 도내 삼다수 유통대리점들의 도외 불공정 유통 사실을 알면서도 사실상 묵인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불공정 유통의 문제뿐만 아니라 삼다수의 정상적인 가격형성 저해와 제품 이미지 하락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또한 삼다수 일본수출 계약의 특혜·부실 논란도 결국 개발공사의 신뢰 추락과 도민의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영업활동만 공정하고 제대로 했다면 이번처럼 과다 증산도 필요 없었을 일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양보다 질로 승부하겠던 개발공사의 공언은 아직까지도 구체화된 것이 없다. 최근에야 그 시작을 발표했을 뿐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과다증산계획은 개발공사가 여전히 먹는 샘물 시장에서 양으로 승부해 선두를 유지하겠다는 하수의 발상을 버리지 못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제주도정이 무분별한 물 산업 육성정책으로 인해 초래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반성하고, 선언에 그쳐버린 공수관리의 원칙이 제주 지하수 관리정책에 반영되고 실현될 수 있는 노력을 펼칠 것을 강하게 촉구한다.


제주도의회 역시 제주도의 물 산업 육성정책을 전면 재검토 할 수 있도록 견제를 강화해 가야 한다. 특히, 이번 회기에 상정된 한국공항의 증산계획 불허와 이를 계기로 하여 한국공항의 먹는 샘물 개발허가를 취소하는 방안도 앞으로 마련해 가야 할 것이다. 또한 제주개발공사에 대해서는 공기업으로서 제주 지하수 보전에 모범을 보일 수 있도록 현재 요청한 과다한 증산계획을 재고해야 한다.


 


2012년 6월 14일


 


제주환경운동연합 / 제주참여환경연대 / 곶자왈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