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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감사위원회는 독립된 지위 기관으로서 책임 있는 감사를 수행하라
도민사회 핵심적 논란마다 침묵… 자치이념의 책임성·자율성 실종됐다


 제주자치도가 흔들리고 있다. 지역경제가 위태로워서도 아니요, 천재지변이 일어난 것도 아니다. 그 어떤 외부 요인에 의해서 제주도가 위험한 것이 아니라 바로 내부요인에 의해 제주도가 휘청거린다. 이미 자치이념에 부합된 민주적·자율적 내부통제시스템은 운영이 중단됐다. 그 자리를 공공기관 청렴도 꼴찌, 반부패 경쟁력 최하위 성적표가 차지하고 있다. 공무원의 억대뇌물수수, 공금횡령, 공금유용 등의 사건들은 이런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제주도의 행정행위 과정에서도 일반인의 상식을 벗어난 일들이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 당연히 특혜의혹이 일 수 밖에 없다. 심지어 도지사의 친인척, 선거공신 개입 등의 의혹이 일지만 이에 대한 공정하고 투명한 조사활동은 찾기 힘들다. 공신력이 의심되는 사업에 공공사무를 저해할 만큼 무리한 공무원 동원이 벌어지지만 이를 감독하고 시정하는 활동은 없다. 수백억의 지방비가 불분명한 용처에 사용되고, 심의기관의 승인도 없이 수십억이 유용되어도 침묵으로 일관한다. 공공의 자원으로 규정한 제주의 지하수와 바람자원이 누가 보더라도 뻔히 사익 추구에 악용되고 있지만 이를 바로잡기 위한 감사활동은 부재하다. 갈수록 공공서비스의 질은 저하되고, 공직사회의 기본과 원칙은 무너져 간다.


 이는 제주도감사위원회를 두고 하는 얘기다. 물론 제주도 역시 자정노력과 공공의 이익을 우선하는 행정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책임이 크다. 이는 굳이 제주도의 책임론을 따질 필요도 없다. 제주도의 행정이 투명하고 민주적이며, 도민들로부터 신뢰받는 행정을 위해 노력한다면 감사위원회 역할과 책임이 쉬이 거론될 일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가 본 성명서에서 밝히려는 것은 누구의 책임소재가 아니라 책임성이 실종된 감사위원회의 역할이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2년 전인 지난 2011년 12월 감사위원회 시민감사관 자격으로 7대자연경관 선정사업과정에 불거진 논란에 대해 감사위원회가 투명하게 조사해 주도록 감사청구를 했었다. 단체 명의로 청구하고자 했으나 감사위원회 담당자는 그 이전부터 홈페이지를 통해 시민감사관 명의로 신청할 것을 당부한 바가 있었다. 그 이후 시민단체 공동명의의 기자회견 자리에서 감사위원회의 7대경관 관련 감사청구의 늑장처리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자 감사위원회는 바로 해명자료를 배포해 ‘단체명의의 공식 감사청구가 아니며, 인증서 수여 등 후속사업이 진행 중인 사항이라 이 내용이 마무리된 다음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감사를 청구한 시민감사관에게는 감사위원회의 위신을 훼손이나 했다는 양 공문을 보내 질책하기도 했다. 그리고 1년이 넘도록 감사청구 결과는 회신되지 않고 있다. 7대경관 선정사업 과정 자체가 문제여서 감사를 청구한 사항인데 후속사업까지 종료된 후 감사를 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감사를 하지 않겠다는 통보나 마찬가지다. 그리고 감사의 필요성 여부에 대한 판단은 하지 않은 채 누가 청구했느냐에 집착하고, 이를 청구한 시민감사관을 오히려 공문까지 시행해 경고 처분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


 또한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지난 2012년 6월 단체 명의로 제주삼다수의 도외 불법유통문제와 삼다수 일본수출 부실계약 문제, 삼다수 취수량 증산계획의 적정성 문제 등을 조사해 줄 것을 감사위원회에 감사청구를 했다. 당시 삼다수 도외 불법유통문제는 이미 4월부터 언론을 통해 보도되기 시작한 내용이었다. 또한 일본수출 부실계약 논란은 계약을 맺은 2011년 말부터 논란이 됐던 사안이다. 취수량 증산논란은 당시 불거진 사안으로 감사의 필요성이 인정된다면 시급을 요하는 사안이었다. 하지만 감사위원회는 우리단체가 청구한 이 세 가지 사항에 대해 아직까지도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다. 삼다수 도외 유통대리점 계약관련 사항에 대한 조사 마무리 등으로 조사가 미뤄지고 있다는 중간조사결과만 회신됐을 뿐이다. 지난해 개발공사가 도내 유통대리점을 선정하면서 도지사 친인척 특혜의혹이 언론을 통해 제기됐을 때도 감사위원회의 대응은 소극적이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삼다수 대리점의 도지사 친인척 특혜의혹이 제기되었고, 최근 경찰수사결과 도지사 친인척이 입건되기도 했다. 감사위원회는 과연 제주도로부터 독립된 지위를 갖는 기관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따름이다. 공공기관의 부실행정으로 공공의 자산이 사익추구에 악용되고, 도민의 이익이 현저히 침해받고 있는 상황에서도 감사위원회는 제 역할이 뭔지도 모른 채 명패만 부여잡고 있는 꼴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지난 8월 육상풍력발전지구 지정절차와 관련하여 감사위원회에 단체명의의 감사청구를 하였다. 제주도가 풍력발전지구 지정 공모범위를 초과하여 후보지를 결정하고, 선정방법도 위반하였으며, 조례에 의한 환경·경관 및 문화재 기준을 공모 및 심의·평가 과정에서 누락했기 때문이다. 제주도가 에너지공사를 설립해 풍력자원의 공유화 기반을 잡고서는 한편에서는 육상풍력자원을 사기업들에게 넘겨주는 이율배반적인 행정을 펼치고 있는 문제가 주요 쟁점이었다. 우리단체의 감사청구에도 불구하고 감사위원회가 조사를 차일피일 미루는 동안 제주도는 지난 10월 육상풍력발전지구 지정 후보지 공모를 변경공고를 하였다. 우리단체가 문제제기한 사항을 형식적인 변경공고 절차를 통해 보완해 부적정한 업무추진을 합리화하려는 시도였다. 더욱이 제주도는 변경공고가 끝난 후 조례에 의거 의견수렴 절차를 이행하고, 풍력발전 개발이익 환수노력을 해야 하지만 이 절차와 내용을 생략했고, 이를 여론이 강하게 지적하자 심의회의를 취소하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도 감사위원회의 감사결과는 요원하다. 감사결과가 발표되더라도 제주도의 부적절한 행정행위를 바로잡을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실무담당자 몇 명 책임을 묻는 수준으로 끝난다면 이는 하나마나 한 감사일 따름이다. 제주도가 풍력자원의 공공적 이용을 천명한 상황에서 사기업에게 노골적인 특혜를 주는 행정행위를 단지 실무자 판단으로 했을 거라고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이 근래 감사위원회에 공식적으로 요청한 감사청구는 위의 세 가지이지만 사실 감사위원회가 종합감사 외에 현안사항에 대해 관심을 갖고 감사를 실시했어야 했던 사항은 위 세 가지만이 아니다. 특혜의혹이 제기되었던 연동 그린시티 사업도 사실 감사위원회가 적절한 역할을 했다면 사회적 논란으로 확대될 사안은 아니었다. 도로공사와 관련하여 건설업체의 공무원 향응 의혹의 경우도 감사위원회의 일상감사를 통해 이러한 문제를 차단하는 것 또한 감사위원회의 역할이다. 특히, 수년간 지역사회의 쟁점이 되고 있는 제주해군기지와 관련해서도 감사위원회는 책무를 방기하고 있는 수준이다. 마을주민과 환경단체에서는 몇 해 전부터 해군의 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 위반사항을 발견하여 수차례 제주도의 관리감독과 행정조치를 요구해 왔다. 제주도의회의 행정사무조사 결과에서도 이러한 사항이 사실로 확인되기도 했다. 지금도 허가조건을 위반하는 행위가 고발되고 제주도는 이를 묵인하는 상황이지만 감사위원회는 제주도를 상대로 이렇다 할 책임행정을 요구하지도 못하고 있다.


 감사위원회는 지난해 감사 중점 방향을 마련하여 “진정민원에 대한 신속 엄정한 조사 처리로 도민 권리구제 및 불편해소”를 약속했다. 그러나 우리단체가 청구한 내용은 사건이 종료되도록 미루고만 있다. 제주도민의 이익과 직결되는 사안들이고, 제주의 환경과 앞으로 제주지역경제에 중대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사안들임에도 불구하고 늑장대응으로 감사의 시기를 놓치고 있다. 도지사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사안이거나 제주도정의 주요시책과 맞물린 사안이라 머뭇거린다면 이는 감사위원회의 위상과 역할을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지금처럼 도민사회의 핵심적인 사안마다 침묵으로 일관한다면 감사위원회의 존재 필요성은 사라진다. 공정하고 책임 있는 감사위원회의 역할로 도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길 촉구한다.<끝>


                                     2013. 01. 08


제주환경운동연합공동의장(현복자․오영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