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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제주혁신도시 사업지구 내 용암동굴 무단훼손


  공공기관 이전에 따라 현재 서귀포시에 건설 중인 ‘제주 서귀포 혁신도시 개발사업’ 사업지구 내 용암동굴이 무단으로 파괴되어 없어진 것으로 확인되었다. 사업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는 지난 2007년 환경영향평가 협의가 완료된 시점에 이미 사업지구 내 용암동굴은 문화재적 가치가 떨어진다고 판단해 토지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용암동굴을 없애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확인되었다.


 하지만 LH는 이를 위해 문화재청이나 서귀포 문화재 담당부서와 협의를 거치지 않고 단순히 환경영향평가 협의이행계획에만 이 내용을 적시해 사업승인기관인 국토교통부와 협의기관인 제주도에 제출했다. 그러나 제주도는 LH가 혁신도시 사업지구 내 용암동굴을 완전히 없애버린 사실을 최근에야 인지하였다. 더욱이 이 사실을 확인하고도 전후 과정이나 불법성 여부 등에 대한 확인이 아직까지 안된 상태다.


 서호동 동굴은 당시 사업지구의 문화재 지표조사 시에 확인된 용암동굴로 ‘고근산으로부터 유출된 용암류의 최상부층에서 형성된 독립된 소규모 동굴’이라고 환경영향평가서에는 기술되어 있다. 또한 ‘이 동굴은 분화구에서 연속적으로 유출되는 용암류의 공급에 따라 조절되는 지표면의 용암동굴이며, 동굴 형성의 일부는 용암류 내에 다량으로 포함된 용암개스가 표면으로 부풀어 올라 만들어지는 투뮬러스성 공동의 형성원인도 일부 작용한 것’이라며 동굴의 형성과정도 설명하고 있다.


 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에서는 지형·지질분야에서 ‘동굴인접지역의 보존녹지에 대하여는 경계테두리 설치 및 안내판을 부착하여 보존대책을 강화해야 함.’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LH는 이 협의내용의 이행계획으로 동굴을 없애 연립주택 부지로 조성한다는 납득할 수 없는 계획을 제출했지만 승인기관이나 협의기관 모두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일련의 과정을 볼 때 LH의 행위자체에는 문제가 있지만 이러한 계획을 사전에 문서로 회신하여 절차적으로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LH의 행위는 엄연한 관련규정을 어긴 행위이다. 협의내용을 보면, “사업시행 및 협의내용의 이행과 관련하여 다른 법령에 의한 인·허가, 승인, 신고 등이 필요한 사항에 대하여는 사전에 관계법령에 의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LH는 서호동 용암동굴을 없애기 전에 문화재 관련부서에 허가 및 신고 등의 절차를 무시했다. 전문가의 소견만으로 동굴을 없애기로 판단한 셈이다. 하지만 당시 현장조사를 의뢰받은 전문가는 사업지구 내 용암동굴의 현황을 조사했을 뿐 멸실해도 된다는 의견을 제시한 적은 없다. 해당 전문가는 본회와의 통화에서도  LH의 용암동굴 멸실행위는 분명히 잘못된 행위라고 밝혔다.


 승인기관인 국토교통부와 협의기관인 제주도의 소홀한 책임도 문제다. 동굴을 보존해야 한다는 협의내용에 대해 멸실하여 연립주택을 짓겠다는 어처구니없는 계획을 아무런 문제지적도 없이 승인한 것이다. 예측컨대 협의내용이 많다보니 일일이 세부내용을 확인하지 못한 실수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문제는 다시 원상복구 할 수 없는 일이라는 점과 또 다시 유사한 일이 재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과실여부에 대해서는 명확한 조사가 있어야 한다. 또한 LH의 동굴파괴 행위에 대해 너무나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제주도의 자세도 문제다. 협의내용을 어긴 사실이 확인됐지만 그렇다할만한 조치는 아직까지 감감무소식이다.


 혁신도시 내 용암동굴 파괴행위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성산포해양관광단지 내 용암동굴 은폐의혹 사건도 있었다.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로 무혐의 처리가 되기는 했지만 이처럼 제주의 매장문화재가 개발사업 과정에서 발견되지만 사업자들의 보존의지는 희박하다. 행정 및 사법당국의 빈약한 조사의지가 오히려 개발사업자들의 불법행위를 부추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따라서 이번 혁신도시 내 동굴 멸실 행위에 대해서 제주도는 명확한 사실관계를 밝히고 이에 따른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당부한다.
  

  제주환경운동연합공동의장(오영덕·이진희·정상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