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세대에 부끄러운 전력수급기본계획
시민의 목소리 배제한 계획일 뿐
글 양이원영_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본부 부장
기후재앙은 이미 시작되었다. 사막화와 폭우는 날로 악화되고 있고 북극과 남극의 빙하와 만년설은 녹아내리고 멸종되는 생물수가 늘어나고 있다. 소리 없이 무너지고 있는 생태계 속에 인류라고 예외는 아니라서 어린이와 노약자들의 희생은 늘어나고 있다. 그래도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한 국제적인 협력을 위한 노력은 계속 되고 있다. 지난 1일부터 폴란드 포츠난에서 2주간 기후변화협약 14차 당사국 총회가 열리고 있는데 한국의 시민사회노동계는 국제사회의 정의를 바로세우기 위한 선진국들과 한국의 역할을 촉구하며 총회에 참여하고 있다.
한국은 세계 인구의 1%도 되지 않지만 세계 9위의 이산화탄소 배출국가다. 선진국들은 2020년까지 1990년 당시 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노력 중인데 우리는 2005년에 벌써 1990년보다 배출량이 두 배 넘게 증가했다. 지난 8월에 확정된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 의하면 2030년 이산화탄소는 1990년보다 2.5배 이상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정부는 전 지구적인 기후재앙에 대한 국제적인 노력에서 책임회피를 할 것으로 보이는데 그 결과는 우리뿐만 아니라 지구전체, 우리 아이들에게 예상하기 힘든 고통으로 돌아갈 것이다.
폴란드에서 총회가 열리고 있는 같은 시기, 지난 5일, 삼성동 한국전력공사 본사에서는 2022년까지의 발전설비계획을 발표하는 4차 전력수급기본계획 공청회가 있었다. 전 세계 금융위기와 실물경제 악화에도 불구하고 2022년까지 연평균 4.2%의 경제성장률을 전제로 전력소비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핵발전소 12기, 유연탄발전소 12기 등 37조원을 들여 발전설비를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전기는 2차 에너지로, 에너지를 쓰기도 전에 60%이상의 에너지를 버리게 되는 비효율적이고 값비싼 에너지이다. 그러나 한국은 OECD국가 중 1인당 전력소비량이 높은 수준이고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고 금번 계획은 더 많은 에너지, 전기를 소비할 계획으로 가득하다.
발전설비만 늘리는 공급위주의 전력수급계획은 에너지낭비 구조를 더욱 강화시켜 지구온난화에 악영향을 줄 것이다. 늘어난 발전설비로 인한 일상적인 방사성물질 방출, 핵폐기물과 발전소 온배수, 온실가스, 분진 등으로 생태계와 미래세대에 대한 위협은 더욱 커질 예정이다. 기후재앙의 시대, 에너지 위기 시대에 에너지 정책의 기본방향은 에너지 소비량 자체를 줄이는 것이 되어야 한다. 나아가, 비효율적인 전기소비 비중은 더 줄여야 한다.
정부의 전력정책은 발전소 주변에서 고통 받고 있는 주민들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의 삶, 지구전체, 미래세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시민들은 에너지를 줄일 준비가 되어 있다. 핵폐기물과 이산화탄소를 내지 않는 깨끗한 에너지를 생산하는데 기꺼이 투자를 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공청회에서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을 생각은 애초에 없는 것 같았다. 소수 전문가와 정부 관료 그들이 우리와 미래세대의 삶을 결정할 권한은 없다. 아이들에게 부끄러운 전력수급계획이 되지 않으려면 비상의 시기에 비상하게 시민들과 함께 에너지수요를 줄이고 깨끗한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한 계획을 처음부터 다시 짜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