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에너지 절감을 위한 사회·제도적 기반을 갖춘 데 비해 한국의 수준은 어떨까? 전문가들은 “한국은 ‘에너지 문맹국(文盲國)’에 가깝다”고 말한다. 자신이 한 달에 전기·가스비를 얼마나 쓰는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고, 학교에서 체계적인 에너지 교육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주택·차량·가전제품을 살 때 무조건 큰 것을 선호하는 것도 에너지 사용의 후진성을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일본이 학교에서 연간 60시간 이상 에너지 교육을 하는 데 비해, 우리나라는 에너지 관련 정규 교육과정이 없다. 우리 정부는 2002년부터 에너지 절약 확산을 위해 에너지 정책연구학교를 30여개 지정했지만 형식적인 교육에 그치고 있다. 일반 학교에는 에너지·환경 문제를 가르칠 교사가 거의 없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권혜경 연구원은 “일본에는 도시마다 에너지 교육을 담당하는 전시장과 박물관이 설치돼 있지만, 우리나라는 서울에도 이런 시설이 없다”고 말했다.

가전(家電) 기기 사용법 무지(無知)로 인한 에너지 낭비도 심각하다. 대부분 가정에서 ‘전기 먹는 하마’로 통하는 전자레인지와 비데, 냉·온정수기 등의 플러그를 하루 종일 꽂아놓고 있다.

전자레인지 플러그를 꽂아둬서 새나가는 대기 전력은 가구당 연간 24㎾h로 실제 전자레인지 사용 때 들어가는 전력의 30%를 넘는다. 특히 비데의 연간 대기전력은 98㎾h, 4L 용량의 냉·온수기는 570㎾h에 달한다. 이는 700L 냉장고의 월 소비전력(31㎾h)보다도 훨씬 높다. 사무실에서 팩스와 복사기를 24시간 켜두는 바람에 낭비되는 대기 전력도 엄청나다.

무조건 크고 새로운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성향도 문제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가구당 에어컨 평균 보유대수는 2004년 이후 2년 만에 14%가 늘었고, 김치냉장고는 31%, 식기세척기와 공기청정기는 각각 100%와 125% 늘었다.

용량이 500L를 넘는 대형 냉장고 보유 비율은 2000년 42%에서 2006년엔 66.7%로 급증했다. 9.6kg 이상 대형 세탁기 비중도 2000년 40%에서 2006년 80%로 2배 늘었다.

일본에선 겨울에 집안에서도 내복을 입지만, 우리는 군인·어린이·노인만 입는 옷이 된 지 오래다.

에너지관리공단 안진한 팀장은 “주부들이 자전거로 장을 보러 가는 일본과는 달리 우리는 가까운 마트도 자동차로 간다”며 “작은 차를 기피하는 문화 때문에 경차 보급률은 일본(32.5%)의 6분의 1 수준인 5.5%에 불과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