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나라 빚을 어찌할 것인가

[1044호] 2009년 10월 21일 (수) 이필상 (현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국가 부채가 위험 수위로 치닫고 있다. 부채가 증가하는 규모와 속도가 통제하기 어려운 수준을 넘어 재정 부실의 위기로 빠져드는 양상이다. 지난해 3백8조원 규모였던 정부 부채가 올해는 3백66조원으로 늘어난다. 내년에는 4백7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2년 새에 무려 100조원이나 증가하는 것이다. 문제는 정부가 언제든지 채무자가 되어 갚아야 하는 숨은 부채가 많다는 것이다. 공기업 부채, 연금 준비금 부족액, 통화안정증권 잔액 등을 포함하면 사실상의 국가 부채는 지난해 기준으로 1천4백39조원이라는 분석까지 나왔다. 정부가 발표하는 수치에 비해 무려 4.7배나 된다. 내년도 국내총생산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은 36.9%로 추정된다. 잠재 부채 비중을 감안하면 이 비율은 1백72.3%로 상승한다. 경제가 비상 사태를 맞을 경우 사실상 나라 살림이 파탄 상태에 처할 수 있는 수준이다.

국가 부채가 급격히 증가하는 이유는, 세수는 부족한데 정부가 재정 사업을 무리하게 확장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경제 살리기 사업으로 4대강 정비 공사를 착공했다. 2012년 준공 예정으로 총 22조2천4백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또한, 저소득층의 내 집 마련을 위해 보금자리 주택 사업을 시행 중이다. 2012년까지 총 27조원의 자금을 지원한다. 이외에도 학자금 후불제 도입에 매년 11조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등 재정 사업을 대대적으로 벌이고 있다. 그러나 이런 사업들을 실행할 수 있는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가 확실치 않다.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세원이 계속 감소하고 있다. 여기에 감세 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 법인세와 근로세 등 주요 세금의 징수도 줄고 있다.

공기업들의 부채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 토지주택공사와 수자원공사 등 국책 사업을 주도하는 10대 공기업의 부채가 지난해 1백57조3천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도에 비해 37조원이나 늘어난 것이다. 향후 연평균 36조원씩 늘어나 2012년에는 3백1조6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4대강 정비와 경인운하 건설 등 국책 사업에 소요되는 비용을 떠맡는 것이 공기업 부채가 증가하는 주요 원인의 하나이다. 공기업이 부채를 갚지 못하면 물론 정부가 대신 갚아야 한다. 4대 연금도 적자 구조이다. 이미 군인연금과 공무원연금은 적자로 돌아서 세금으로 메우고 있다. 국민연금과 사학연금도 점차 적자로 돌아서 2050년에는 1백71조원, 그리고 2070년에는 6백62조원의 적자가 쌓일 것으로 추정된다. 세금으로 감당이 안 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그렇다면 재정 정책을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가?

우선 정부는 정치적 논리에 따라 공약 사업을 추진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 경제가 자력으로 회생할 수 있는 사업을 집중적으로 벌여 예산의 생산성을 극대화해야 한다. 그래야 경제가 올바르게 살아나고 정부도 세원을 넓혀 부채의 덫에서 벗어날 수 있다. 경제성이 의문시되고 고용 창출 효과가 낮은 토목 건설 사업 위주의 재정 사업은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 대신 신산업 개발, 중소·벤처 기업 육성, 직업 훈련 교육, 사회적 일자리 창출 등에 재정 사업의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그래야 미래 경제를 선도적으로 열며 취업과 창업의 기회를 근본적으로 확대하고 경제의 재도약을 가져올 수 있다. 여기에 조직과 예산을 축소하는 정부 개혁을 서둘러, 작고 일 잘하는 정부를 만들겠다는 대통령의 공약도 반드시 지켜야 한다.

ⓒ 시사저널(http://www.sisapres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