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영향평가 진동·소음 추가
국민건강 자동으로 좋아질 것

환경부는 내년부터 환경영향평가 항목에 환경유해 인자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추가하기로 했다. ‘환경영향평가’제도는 환경오염을 사전에 예방하려는 것으로, 각종 사업계획을 수립·시행함에 있어서 해당 사업의 경제성 및 기술성뿐만 아니라 환경적 요인도 종합적으로 비교·검토해 환경적으로도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개발이 되도록 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이제 한 발 더 나아가 이러한 인자들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도 추가로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환경의 건강에 대한 영향으로 가장 많이 알려진 초기의 사건은 중금속 오염으로, 1953년 일본의 미나마타라는 어촌에서 발생했던 수은 중독증인 미나마타병이 대표적이다.

처음엔 미나마타의 동물에 이상한 행동이 나타났는데, 이어서 마을 주민들도 사지가 마비되는 등의 증상이 발생했다. 발생 원인은 미나마타시 근처의 한 질소비료 공장에서 배출한 폐수의 메틸수은으로 밝혀졌는데, 폐수가 유입된 물 속에서 자란 어패류를 먹은 동물과 사람도 수은이 농축되면서 유발된 것이었다.

곧 공장의 자체 정화시설로 수은의 배출을 줄였지만, 미나마타시의 수은농도가 정상으로 돌아오는 데는 무려 40년 이상이 소요돼 미나마타병에 걸린 사람의 자녀도 선천성 미나마타병이 발생하게 됐다. 이러한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중금속으로는 수은 외에도 카드뮴, 납, 비소 등이 있는데 이들의 특징은 한 번 오염되면 정상을 찾는 데 매우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아직도 새집증후군같이 금속 중독에 의한 건강문제가 간혹 발생하기도 하지만, 최근 점차 더 큰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낮은 농도에서의 만성중독 증상이다. 중금속은 물론 비스페놀과 프탈레이트 같은 환경호르몬이 대표적인 만성 노출 물질인데, 이들은 한때 플라스틱 식기나 의료용품에도 사용된 바 있어 논란이 됐다.

이제 곧 실시될 환경영향평가에서는 이러한 중금속이나 환경호르몬 노출 외에도 진동, 소음 같은 요인도 추가해 훨씬 더 포괄적인 평가가 이루어지게 된다. 이는 환경이 좋다 나쁘다고 할 때 단순히 경치가 아름답거나 교통이 좋고 상권이 훌륭하다는 등의 조건 외에도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좋은지 나쁜지도 이야기하게 될 날이 온 것이다.

그런데 이런 환경의 문제는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전통적으로 건강해지려면 잘 먹고, 충분히 쉬고, 규칙적인 생활과 운동을 하는 등 개인적인 습관이 중요했다. 물론 이러한 생활습관의 중요성은 아직도 건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이런 요인은 개인의 노력이 매우 중요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이런 습관을 실천해 건강해질 수 있다.

하지만 환경과 같은 문제는 아무리 개인적인 건강습관이 좋은 사람도 공해가 많거나 건강하지 않은 환경 속에 있게 되면 이를 헤어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반면 건강에 좋은 환경 속에 있게 되면 큰 노력 없이도 대부분이 건강하게 된다는 것이다.

요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항목으로 또 다른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이 건물 및 도로의 구조와 배열이다. 건물을 아파트단지와 단독주택으로 지을 때 사람들에게 미치는 건강영향이 다르고, 도로를 사람이 다니기 쉽게 하느냐 자동차 위주로 하느냐에 따라서도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미국은 대부분 살기 좋은 주거지역을 만들기 위해 상업지역을 뚜렷이 구분했지만, 이제는 우리나라처럼 이 두 지역을 혼합하는 구조가 인기를 끌고 있다. 그 이유는 두 지역을 구분하게 되면 사람들이 대부분 자동차를 사용하게 돼 걷는 거리가 짧아지게 되고 비만이 많아진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건강영향평가가 실시되면 많은 시설이 건강에 좋은 영향을 미치도록 설계될 것이고, 그러면 국민의 건강은 자동으로 좋아지게 될 것이므로 그 효과를 기대해 본다.

조비룡 서울대 교수·가정의학

출처 : 세계일보 오피니언 11월 18일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