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펜하겐 기후회의, 결국 지구를 기후재앙에서 구출하지 않았다.

- 선진국의 법적 구속력 감축 목표 배제, 실종된 민주적 논의가 협상 실패 야기-

12월 19일, 2009 코펜하겐 유엔기후변화 당사국 총회(COP15)가 ‘기후보호 실패’의 결과로 막을 내렸다. 기후위기로부터 지구와 인류를 구하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 했던 법적 구속력 있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관한 합의 도달은 실패한 채 ‘코펜하겐 협정(Copenhagen Accord)’이라는 정치적인 일부 합의와 선언에 그친 것이다. 또한 법적으로 총회 승인이 된 것이 아니므로 구속력 있게 향후 협정 일정이 진행될 지는 여부도 불투명하다.

비록 지구 기온 상승을 2℃ 이하로 유지하는 부분에 있어 다수의 당사국들의 지지를 얻었으나 이를 실행하기 위한 법적 구속력 있는 장기온실가스 감축 목표치 제시는 삭제되어 실질적인 ‘공유비전(shared vision)’ 마련은 알맹이 없는 사문으로 남게 되었다.

이번 코펜하겐 회의 실패는 먼저 선진국에게 그 책임이 있다. 지구온난화에 야기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선진국은 1990년 대비 2020년까지 최소 40%, 2050년까지 최소 80%의 법적 구속력 있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먼저 약속해야만 했다. 그러나 선진국은 책임회피와 소극적 감축목표로 일관했고, 이는 개도국들의 비판과 온실가스 감축 동참 거부로 이어져 결국 법적 구속력 있는 전 지구적 공유비전 마련에 실패한 것이다. 더군다나 향후 법적 구속력 있는 목표치 마련에 대한 구체적 시안도 삭제되어 기후위기에 대처하는 행동은 더욱 더뎌지고 있다.

선진국의 재정지원 역시 개도국의 동참을 이끌기에 부족했다. 2010~2013년까지 300억불, 이후 2020년까지 매년 1,000억불의 재정지원 약속은 기존의 입장보단 진일보한 측면이지만, 기후적응기금으로 최소 2000~3000억불을 필요한 개도국의 요구에는 턱 없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당사국 총회 기간 동안 민주적 합의와 참여의 가치 훼손도 협상 실패의 원인으로 나타났다. 협상 초기부터 일부 선진국 중심의 협상 초안 문서들이 난무하였고, 신뢰와 투명성을 바탕으로 한 논의는 마련되지 못 했다. 또한 미국, 중국 등 주요 온실가스 다 배출국들을 중심으로 마련된 합의문은 당연히 기후위기에 가장 큰 피해에 직면한 개도국들의 반발에 부딪혔고, 당사국들의 합의를 바탕으로 회의 결과를 이끄는데 실패했다. 또한 회의 막판에 각국 정상대표들의 보안과 안전 등의 이유로 취해진 시민사회그룹에 대한 회의장 제한 출입 조치는 ‘환경문제에 관한 공공의 참여와 정보의 접근성 보장되도록 하는 ’오르후스 협약(Aarhus Convention)‘과 같은 국제법도 무시한 것 이다.

결국 이번 COP15 회의에서 기후정의는 실행되지 않았다. 선진국의 책임 방기, 민주적 논의 마련 미흡 등으로 인해 합의안 마련에 실패하였고 행동을 지연함으로써 기후변화는 가속화되고 기후재앙에 인류와 지구의 운명을 더 큰 위험에 빠지게 되었다.

한국 정부는 기후정의에 관한 원칙이 우리에게도 적용되고 있음을 직시하여야 한다. 지금까지 협약 상 개도국 지위라는 이유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개도국 수준에서 유지하려는 자세는 이번 COP15에서도 나타난 것처럼 최빈국과 다른 개도국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한국정부는 책임 있는 자세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설정하고 국제사회에 제시하는 것이 가장 급선무임을 명시하여야 한다. 또한 녹색포장으로 얼룩진 4대강 개발 사업과 원자력 증설 계획을 기후변화의 대응책으로 삼고, 심지어 해외에 홍보까지 하는 행위는 국제적 망신에 불과하므로 즉시 중단해야 한다.

오늘 세계 각국의 대표와 정치인들은 지구를 살릴 구속력이 있는 실질적 코펜하겐 협약 마련에 실패하였다. ‘호펜하겐(Hopenhagen)’이라 불렸던 ‘코펜하겐 COP15’는 합의안 채택 실패로 ‘브로큰하겐(Brokenhagen)’이라는 오명에 놓였다.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전 세계 수 천, 수 억 명의 시민들은 아직도 기후정의를 요구하며, 지구와 인류를 구하는 실질적 합의와 행동을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환경운동연합은 정치, 산업분야는 물론 지역과 시민들 사이에서 기후재앙을 막기 위해 행동과 노력에 최선을 다 할 것이며, 국외 연대 활동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것이다.

2009년 12월 29일

환/경/운/동/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