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천주교 주교회의(의장 강우일 제주교구장)는 ‘4대강 사업’이 자연환경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하며, “정부가 책임있고 양심적인 길을 선택할 수 있기를 기도한다”고 밝혔다.
한국 가톨릭 전체를 대표하는 기구인 주교회의의 이런 발표는 4대강 사업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어서, 정부의 4대강 사업 강행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주교회의는 12일 서울 광진구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 천주교의 모든 주교들은 우리나라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4대강 사업이 자연환경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것으로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모두 22명의 주교로 구성된 주교회의는 지난 8~11일 춘계 정기총회를 열어 이렇게 의견을 모았다.

주교회의는 “우리 산하에 회복이 가능할 것 같지 않은 대규모 공사를 국민적 합의도 없이 법과 절차를 우회하면서까지 급하게 밀어붙여야 하는 이유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경솔한 개발의 폐해를 누가 책임질 수 있느냐”고 되물었다. 주교회의는 이어 “우리 자신을 포함한 사회 전체의 성찰과 회개를 촉구하며 정부 당국자들과 국민 모두가 미래의 세대에게 책임있고 양심적인 길을 택할 수 있기를 기도한다”고 밝혔다.

주교회의는 교회 안팎의 공동 문제를 논의하고 해결책을 찾기 위한 국내 주교 전체의 모임으로, 1980년대 민주화운동 시대 이후 주교회의가 사회 현안에 대해 직접 우려의 목소리를 낸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정기총회 결과를 발표한 강우일 주교는 “4대강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정부 쪽 실무진과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쪽 의견을 모두 들었지만, 정부 쪽 설명이 너무도 미흡했다”며 “왜 이렇게 서둘러 사업을 진행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게 모든 주교들의 공통된 우려였다”고 말했다.

주교회의는 ‘4대강 사업’을 체계적으로 연구해 신자들에게 그 결과를 전할 방침이다. 주교회의 관계자는 “각 교구와 본당에 생명위원회를 설치해 4대강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룰 것”이라고 밝혔다. 또 주교회의는 오는 9월 4대강 개발과 환경 문제를 내용으로 한 백서도 낼 계획이다.

-출처 – 한겨레신문, 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