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네이버캐스트]

형광증백제란?

재질을 하얗게 보이도록 하는 염료 중 하나. 합성수지나 접착제, 섬유, 펄프에만 사용하도록 돼 있다. 장기간 사용할 경우 발암 우려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는 화학 약품. 얼마 전 한국소비자원에서 주유소 76개의 판촉용 화장지를 품질 시험한 결과 38개의 제품에서 형광증백제가 검출됐으며, 특히 형광증백제가 검출된 제품에서 발암물질로 알려진 포름알데히드가 함께 검출돼 이슈가 됐다.(블랙라이트 하이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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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아이 이불
동대문시장을 돌아다니며 직접 고른 천으로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 만들어 두었던 것. 낳자마자 이 이불에서 뒹군 딸내미를 생각하면 그렇게 미안할 수가 없다. 요즘은 이불 위에 천을 덮어 밤 중 배변훈련용 깔개로 사용한다.

2.무형광증백제 행주 세탁 전후
무형광증백제 행주는 다행이 블랙라이트 테스트에서 빛나지 않았다. 하지만 형광증백제를 사용한 실만큼은 피해갈 수 없었다. 게다가 오른쪽의 한 달여간 일반 세제로 세탁한 행주는 네온사인처럼 빛났다.

3.화이트 세면 타월
욕실장에 어수선하게 여러 색깔의 수건이 섞여 있는 게 싫어서 일부러 남편과 나의 이니셜까지 새겨 맞춘 화이트 타월이 세탁 전후 상관없이 블랙라이트에 반응했다. 세탁한 타월은 심지어 새하얗기까지 했다.

4.무형광증백제 타월
신기하게도 무형광 증백제 타월에 블랙라이트를 비추자 칠흑 같은 어둠 속으로 수건이 사라졌다. 판매가 잘 되지 않아 절판시킨 곳들이 많아 구입할 때 애 먹었는데, 어렵게 구한 만큼 뿌듯하다.

5.아이 피부에 직접 닿은 옷들
시판 중인 옷 중에서도 별로 푸른 빛을 내지 않는 화이트컬러의 면 티셔츠가 있는가 하면 일반 세제로 세탁한 거즈 손수건은 번쩍번쩍. 색깔 옷 사이사이에 들어있는 흰색 줄무늬도 예외는 아니다.

6.두루마리 휴지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일반 휴지들은 빛나지 않았다. 대신 휴지가 감겨 있는 심지 부분은 유독 형광색으로 보였다. 주유소에서 서비스로 주는 저급 휴지는 두 말 하면 잔소리.

7.방석과 방석 솜
이케아에서 구입한 방석 커버와 솜은 아기 기저귀 갈 때도 쓰고, TV 볼 때 베개처럼 사용하던 것. 패턴은 물론 솜은 그야말로 백색이다. 요즘엔 아이가 잘 때 침대 밑으로 떨어지는 것을 대비해 안전매트 용도로만 사용하고 있다.

8.이불, 면 러그, 침대 시트
동대문시장에서 천 끊어다 맞춘 땡땡이 침구는 무늬 부분만 도드라진다. 베이지색 러그는 칠흑 속에 묻혔고, 일반 세제로 세탁한 침대 시트는 다림질 안 한 상태로 씌웠더니 세탁 시 생긴 구김 사이에 형광물질이 끼어 있는 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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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라이트 테스트 후 바뀐 것]

1. 무첨가 세제를 쓴다
기존에 사용하던 일반 마트 PB가루 세제 때문에 온갖 빨래들, 심지어 무형광증백제 행주까지 세탁 후 푸르게 빛나는 것을 보고 무첨가 세제로 바꾸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내 맘에 드는 액상 세제 1.2리터가 인터넷 쇼핑몰에서 1만 7000원선이었으니 살림하는 입장에서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 게 당연했다. 예전에 쓰던 가루 세제가 2kg에 5000원꼴이었으니 엄두도 못 낼 만큼 어마어마한 가격인 셈이다. 그래서 고르다 고르다 1리터에 1만 1000원 정도 하는 샤본다마의 EM(우리 몸에 유용한 미생물) 무첨가 NB형 리필 제품을 구입하는 것으로 타협했다. 다른 천연 성분 세제들의 향기가 못미덥기도 하고, 경험상 가루 세제보다 액상세제가 빨래를 했을 때 찌꺼기가 없어 좋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도 몇 달, 배변 훈련 중인 아이가 하루에도 몇 번씩 바지에 오줌을 싸고 물장난, 흙장난에 옷을 더럽혀 빨래양이 늘어나자 그 비용마저 부담이 됐다. 결국 최종으로 사용하고 있는 세제는 샤본다마의 가루 세제(2.5kg 2만3000원선). 벌크 타입으로 군더더기 없는 누런 종이 박스 제품인데, 워낙 비누분이 고와 액상세제의 장점이 무색할 정도로 잘 녹는다. 겨울엔 정전기 때문에 세븐스제너레이션의 라벤더 향 섬유유연제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샤본다마의 가루 세제는 향이 없어 빨래 후 햇볕에 바짝 말렸을 때 빨래 냄새가 나서 좋다. 또 대중없이 눈짐작으로 넣었던 세제를 가격을 생각하니 팍팍 쓸 수 없어 계량컵으로 정확히 계량해 사용했더니 오히려 세제 사용량이 줄어든 셈이 됐다.

2. 분리해서 세탁한다
형광증백제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해서 구입했던 행주가 블랙라이트 아래서 푸르게 빛나는 이유가 형광증백제 세제 때문이라는 걸 알고 빨래는 컬러별로 분류하는 것은 물론, 형광증백제를 사용한 의류와 아닌 것도 분류해서 세탁하기 시작했다. 기분이 그렇게 산뜻하고 좋을 수가 없다. 속옷과 색깔 옷, 흰옷 정도 구분해서 빨던 것보다 좀 더 빨래를 많이 나눠 해야 하기 때문에 물과 전기를 더 많이 사용하는 것 같아 군별로 세탁감이 많이 모였을 때 한 번에 세탁한다. 그래서 빨래의 로테이션을 위해 게임하듯 아침마다 아이 옷과 내 옷을 같은 군으로 맞춰 입는 버릇이 생겼다. 그럼 온갖 빨랫감이 동시에 밀리는 일이 줄어든다.

3. 순백색 제품은 사지 않는다
제대로 한다면 유기농 면 사다가 손바느질로 아이 이불이며 옷을 만들어 주는 게 맞겠지만, 그렇게 살다간 제풀에 지펴 바느질하다 만 천들로 집 안이 가득할 것이 뻔했다. 그래서 동대문 시장에 가서 패턴이 있는 거즈 천을 끊어다 수예점에 맡겨 재봉틀로 들들 박아왔다. 그것만으로도 아이가 얼굴을 비비고 놀 때 안심이 된다. 의식적으로 새하얀 옷, 하얀 제품을 안 사게 됐다. 아이 옷 살 때는 살짝 아이보리기가 섞여 있는 면제품을 구입하고, 면봉이나 화장솜도 무형광증백제 제품으로 골라 산다. 식당에 가서도 물티슈를 사용하는 대신 화장실에서 손을 닦는 일이 편해졌고, 냅킨 대신 손수건을 쓰기도 한다. 유난 떤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과거에 나도 그랬던 것을 떠올리며 조근조근 설명해 주고 싶다. 임신한 동안에는 아토피다 기형아다 걱정돼 마실 물 하나도 조심하는 게 엄마의 심리다. 그런데 막상 건강한 아기가 태어나고 나면 그 기억은 까맣게 잊고 산다. 그러다 아이 얼굴에 붉은 기라도 조금 돌면 임신했을 때 먹었던 라면 한 그릇 때문이 아닐까 노심초사하고….

내가 편하게 살다가 죽을 때까지 무탈한 것만이 목표라면 어찌어찌 친환경 하지 않아도 은근슬쩍 넘어갈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 몸에 남는 형광물질이며 환경호르몬 등은 대물림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다행인 것은 친환경 하는 습관 역시 대물림 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