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포바벨탑에 오른 지 41일 만에 다시 세상으로 나갑니다. 국민들에게 4대강 사업의 진실을 알리고 정부에게 국민의 소리를 들으라고 촉구해왔던 활동을 이제 마무리 합니다. 우리는 지금 떠나지만 다시 돌아올 것입니다. 운동가는 좌절하지도 않고, 멈추지도 않습니다. 늘 생명 그 곁에 있을 것입니다.”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며 27m 높이의 이포보 교각 위에서 고공 농성을 벌여온 환경단체 활동가 3명이 31일 농성을 해제하고 마침내 땅을 밟았다. 고공 농성 41일 만이다.

지난달 22일 이포보 교각 위에서 농성에 돌입했던 염형철 서울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박평수 고양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장, 장동빈 수원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등 활동가 3명은 이날 오후 5시 20분께 농성을 해제하고 교각 아래로 내려왔다.

▲ 31일 경기도 여주군 이포보에서 4대강 사업 중단을 요구하며 고공 농성을 벌여온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41일 만에 농성을 풀고 교각 아래로 내려오며 '4대강 파괴 즉각 중단' 등이 적힌 펼침막을 들어 보이고 있다. ⓒ뉴시스

이들은 보에서 내려오기에 앞서 무전기를 통해 농성 해제에 따른 입장을 발표했다. 이들은 “우리는 정부로부터 4대강 사업 재검토 약속을 받지 못했고, 국회로부터 4대강 사업 검증과 합의를 위한 기구 구성 계획도 듣지 못했다”며 “하지만 이는 우리의 실패가 아니라 국민을 외면하는 저들의 무능과 무책임의 결과”라고 비판했다. 또 “귀가 없는 정부, 삽질이 난무하는 정권에는 미래가 없다”며 “우리의 간절한 탄원을 거부했던 대가는 국민의 엄혹한 심판과 자연의 역습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이어 “지난 41일은 우리에게 고난이었지만 4대강의 생명을 살리는 맨 앞에 있었음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과분하게 받은 사랑과 4대강 생명들에 대한 연민으로 두려움 없이 싸웠다. 행복했다”고 심경을 밝혔다.

또한 “우리는 세상에서 기다리는 난관들에 대해 의연히 대처할 것”이라며 “사법기관에 의해 자유를 빼앗길 수 있고, 대림산업이 청구한 1억800만 원의 손해 배상에 대해서도 합리적인 수준에서 책임을 지겠다. 대림산업의 주장처럼 공사가 늦어졌다면 그 기간 동안 생명을 연장한 것의 목숨 값으로 알고 기쁘게 생각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끝으로 “우리는 지금 떠나지만 다시 돌아올 것을 약속한다”며 “운동가는 좌절하지 않고 멈추지도 않는다. 늘 생명 그 곁에 있을 것이다. 국민들께서도 새로운 공간과 활동에서 함께 해주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 야당, 종교계, 시민단체 등 각계 대표자들로 구성된 대표단 10여 명이 이포보 공사 현장 진입에 앞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프레시안(선명수)

이들의 농성 해제는 농성을 중단하고 귀환하라는 각계 대표자들의 호소에 따라 이뤄졌다. 농성이 장기화되면서 농성자들의 건강 악화에 대한 우려도 있는데다가, 오는 9월부터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4대강 사업 저지 운동을 벌이기로 결정함에 따라 “국민과 함께하는 집중 행동으로 반대 운동을 이어나가자”라는 판단에서였다.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사회단체를 비롯한 종교계, 야당 등 시민사회 대표자들은 이날 오후 3시께 경기도 여주군 이포보 공사 현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들의 귀환을 촉구했다.

40여 일 동안 이포보 현장 상황실에서 농성자들을 지원했던 환경운동연합 박창재 상황실장은 “적은 양의 물과 폭염, 비바람과 탈진까지 견뎌오며 꿋꿋하게 여기까지 왔다. 이제 내려와서 함께 싸우자”며 농성 중단을 호소했다.

지난 10일 태풍 '뎬무'의 북상으로 20일 만에 함안보 고공 농성을 접어야 했던 이환문 진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역시 “태풍으로 인해 타워크레인에서 내려와야 했을 때 심장에서 피눈물이 나는 것 같았다. 세 분 동지가 내려온다면 당시 우리와 비슷한 심정일 것”이라면서도 “그래도 이제 농성을 접고 내려와 모두가 두 손을 맞잡고 4대강 사업이 중단될 때까지 함께 싸웠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민주당 4대강사업저지특위 이미경 위원장은 “농성자들의 요구안이었던 국회 내 4대강 사업검증특별위원회 구성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며, 이제 야당이 검증특위 구성에 앞장 서겠다”고 말했고,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 역시 “누구보다 가장 뜨거운 여름을 보냈을 활동가 3명이 이젠 이포보에서 내려와 더 큰 싸움을 준비해 나가자”며 농성 해제를 촉구했다.

▲ 농성을 벌이던 활동가 3명이 교각 위로 모습을 드러내자 환경단체 회원들이 손을 흔들며 이들을 반기고 있다. ⓒ프레시안(선명수)

기자회견을 마친 오후 3시 30분께 국회의원·종교인·변호사·시민사회단체 대표자 10여 명으로 구성된 대표단이 농성자들을 설득해 데려오기 위해 이포보 공사 현장으로 진입했다. 그러나 경찰은 농성자들의 가족 접견 및 공사현장 밖에서 이들을 기다리는 환경단체 회원들과의 만남을 가로막아 한 때 대표단이 이포보 아래에서 연좌 농성을 벌이는 상황이 벌어졌다. 취재진의 출입 역시 경찰에 의해 가로막혔다.

경찰과의 합의가 끝내 무산되자, 대표단 중 4명은 오후 5시께 이포보 교각 위에 올라 농성자들과 접견, 5시 20분께 보 위에서 무사히 내려왔다. 공사현장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환경단체 회원 100여 명은 농성자들과의 접견을 수차례 요청했으나, 결국 경찰이 샛길을 통해 농성자들을 태운 구급차를 내보내면서 대표단 10명 만이 공사현장 밖으로 되돌아왔다.

▲ 이포보에서 내려온 직후,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향하던 농성자들을 보게 해 달라며 환경단체 회원들이 구급차량을 막아서자 경찰이 이들을 밀어내고 있다. ⓒ뉴시스

교각 위에서 농성자들을 접견한 민주당 4대강특위 이미경 위원장은 “건강이 어떠냐고 물어보자, 박평수 위원장이 '멀쩡한 강이 망가지고 있는데, 몸이 망가지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며 “이제 아래에서 열심히 싸우자는 말씀을 드리고 이 분들을 데려 왔다”고 말했다.

환경운동연합의 한 관계자는 “얼굴만 잠깐 보게 해달라는 소박한 요구인데, 경찰은 그것조차 들어주지 않았다”며 “세 명의 활동가를 샛길로 빼돌린 것과 다름없다. 가족들과의 접견도 막은 것은 지극히 비인도적인 처사”라고 울분을 토했다.

농성자 3명은 보 아래로 내려온 직후 경찰에 연행돼 여주고려병원으로 후송, 간단한 진찰을 받은 후 오후 8시 현재 여주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다음은 41일 동안의 이포보 고공 농성을 미치며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발표한 입장글이다. <편집자>

4대강 사업 저지 이포댐 현장활동을 마치며

이포바벨탑에 오른 지 41일 만에 다시 세상으로 나갑니다. 국민들에게 4대강 사업의 진실을 알리고 정부에게 국민의 소리를 들으라고 촉구해 왔던 활동을 이제 마무리 합니다.

우리는 정부가 보라고 주장하는 거대시설에 올라 그들의 언어가 얼마나 비상식적인지 드러냈고 찢기고 발린 남한강의 아픔을 전하며 4대강 사업이 자연의 안녕과 국민의 행복을 파괴하는 사업임을 밝혔습니다. 우리는 정부와 정치권에 4대강의 홀로코스트를 중단하고 대안을 마련하라는 국민의 뜻을 전달했습니다. 수많은 시민들이 이곳 이포댐과 낙동강의 함안댐을 찾아 우리의 열정을 응원했고 온라인 등에서 수많은 시민들이 자신들의 의지와 분노를 표시해 주었습니다. 우리는 소수가 아니라 여론의 중심이었고 국민의 목소리에 가까웠습니다.

▲ 이포보 위에서 내려온 염형철 서울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이 경찰에 연행되며 주먹을 쥐어 보이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우리는 정부로부터 4대강사업 재검토 약속을 받지 못했고 국회로부터 4대강사업 검증과 합의를 위한 기구구성 계획을 듣지도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우리의 실패가 아니라 국민을 외면하는 저들의 무능과 무책임의 결과입니다. 귀가 없는 정부, 삽질만 난무하는 정권에는 미래가 없습니다. 우리의 간절한 탄원을 거부했던 댓가는 국민의 엄혹한 심판과 자연의 역습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적극적인 직접행동으로 4대강 사업을 논의하는 계기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특히, 엄숙하고 치열하기보다 유쾌하고 평화롭게 소통하면서 각자의 일과 현재를 이야기하고자 했습니다. 이를 위해 트윗, 기고 등을 다양하게 시도하고 좋은 호응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발전기가 고장나면서 소통은 위축됐고 외부상황에 어두워지면서 진지한 대화를 하기가 힘들어졌습니다. 또, 우리의 건강과 안전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달'(4대강사업)이 아닌 가리키는 '손가락'(3인의 생활)에 관심이 모아지는 것도 부담이었습니다. 시민사회단체들이 거리농성에 나서고 종교인들이 촛불을 들게 된 것도 우리에게 새로운 역할을 고민하게 했습니다.

이에 우리는 꺼지지 않는 불꽃으로 세상에 돌아가기로 하였습니다. 지난 41일은 우리에게 고난이었지만 4대강의 생명을 살리는 맨 앞에 있었음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사랑하면 두려움이 없다고 했듯이, 과분하게 받은 사랑과 4대강 생명들에 대한 연민으로 두려움 없이 싸웠습니다. 행복했습니다. 우리는 세상에서 기다리는 난관들에 대해 의연히 대처하겠습니다. 사법기관에 의해 자유를 뺏길 수 있고 대림산업이 청구한 1억800만 원(개인 1일 300만원)의 손해배상에 대해서도 합리적인 수준에서 책임지겠습니다. 대림 측의 주장처럼 공사가 늦어졌다면 그 기간 동안 생명을 연장한 것들의 목숨 값으로 알고 기쁘게 생각하겠습니다.

그 동안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이포댐 곁에서 풍찬노숙하며 지원했던 동료들, 뜻을 함께한 단체들, 방문자들, 촛불들, 걱정해 주셨던 국민들에게 따뜻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우리의 벗이 되어 주었던 할미새, 강도래, 개똥잠자리, 왜가리… 이포의 달, 별, 바람에게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또한, 우리로 인해 불편을 느꼈을 지역주민들, 경찰들, 공사관계자들 등에게도 양해를 구하며 절멸의 위기에 처한 4대강의 생명들과 남한강의 모래, 여울 등에게는 부끄럽고 죄송한 마음을 남깁니다.

우리는 지금 떠나지만 다시 돌아올 것을 약속합니다. 운동가는 좌절하지 않고 멈추지도 않습니다. 늘 생명 그 곁에 있을 것입니다. 국민들께서도 새로운 공간과 활동에서 함께 해주시기 바랍니다.

2010년 8월 31일

고양환경운동연합 박평수
서울환경운동연합 염형철
수원환경운동연합 장동빈

 

/선명수 기자(=여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