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27일 목요일 아침부터 너무나도 뜨거운 태양 볕에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오늘은 손꼽아 기다리던 금강이를 만나러 가는 날인데 인상을 쓰고 있을 수는 없다. 그리하여 모자와 자외선차단제, 선글라스까지 완벽히 챙겨 출발하였다. 역시나 김형숙, 신옥균회원은 묵묵히 우리의 험난한 이 길을 동행하였다. 백제보, 공주보, 세종보를 돌아보는 코스~ 늘 다니는 코스지만 갈 때마다 새로움으로 놀라움을 주는 곳이다.
멀리서 말안장의 상징물이 보인다. 백제보는 많은 문제들이 발생하는 금강의 아픔과 상관없이 무미건조하게 서있다. 평일 오전에 금강은 너무나 쓸쓸함 그자체이다. 천만이 넘었다는데, 막상 현장에 와서 보면 사람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주말에는 많은 사람들이 오는 것일까? 이곳을 찾은 사람들이 천만이라는 것은 사실조차 확인할 수 없는 통계라고 비판한 이경호국장의 말에 공감이 갔다. 보 난간에는 온통 거미줄이 쳐져있었다. 빽빽이 쳐져있는 거미줄에 하루살이들이 붙어있어 이것 또한 장관이라고 표현해야 할까? 거미의 생태를 관찰할 수 있도록 자연 그대로 방치해 놓은 수자원공사 직원들을 칭찬해주어야 하는가? 좀 씁쓸하였다. 뒤늦게 임동진회원 내외분이 도착하였다. 그저께 비가 와서 물이 조금불어 있었고 이곳저곳에서 모인 쓰레기가 보주변에 띠처럼 모여 있었다. 이 쓰레기를 어떻게 처리 할까 궁금해 하는 찰나에 한척의 배가 물살을 일으켜 쓰레기를 한곳으로 모으더니 커다란 기중기에 달려있는 집게손으로 쓰레기를 끌어올리는 광경을 보았다. 사람보다 더 쓸모있는 이 기계에게 박수를 보내주며 우리는 백제보를 뒤로한 채 부여의 황산대교 쪽으로 이동하였다. 상황천에 녹조는 사라졌고 죽어 잘라 없앤 베롱나무터에는 다시 나무가 심어져 있었다. 하지만, 사람이 절대 찾아 올수 없는 곳에 공원을 조성해 놓고 관리도 하지 않고 방치해 놓은 이른바 4대강 사업의 흉물들을 보자니 안타까움을 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점점 사람의 손이 닿지 않아 조성된 공원들이 최고의 습지화 되어가고 있는 상황으로 우리는 먼 훗날 이명박 정부를 칭찬해야 할 수도 있다는 우스개 소리를 했다. 황산대교 하류 일부구간에 공원관리가 되지 않고 방치되어진 구간은 정부가 의도한 바와는 다르게 스스로 자연을 회복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금강정비사업을 진행한 곳 중 스스로 회복되어가는 하천을 만날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공원관리를 하면서 산책로와 둔치를 개보수하는 곳에서는 일어나지 않는 현상이다. 다시 공원관리라는 미명으로 훼손되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가지고 공주보로 발길을 돌렸다.
공주보도 백제보와 별반 다를 것이 없어 보였다. 단지 녹조방지를 위해 만들어 놓은 시설물만이 덩그러니 지천의 한 부분을 지키고 있었다. 물고기라도 볼 수 있으려나 아무리 내려다보아도 너무나도 탁한 물 때문에 그 어떤 것도 볼 수가 없었다.
마지막 세종보 역시 숨막히는 더위 앞에서 탈진한 영혼들이 쉴 수 있는 그 어떤 곳도 없었다. 콘크리트 구조물은 지글지글 끓고 있었으며 그대로 모든 열을 복사방출 하고 있었다.
푸른 자연은 이 열로부터 우리를 조금이라도 지켜줄 수 있었을텐데…
돌아오는 길에 우리는 합강리를 들렸다. 오랜 세월동안 거센 역경과 환란을 모두 이겨내며 견뎌온 커다란 이 나무는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의 상처는 견디지 못하고 죽어가고 있었다.
인간은 자연을 지켜주지 못하고 병들게만 하고 있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
7월의 금강이는 더 아름답게 변화될 수 있을까?
-대전환경운동연합 간사 조용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