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전사고 1주기 끝나지 않은 재앙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가 난 지 9개월이 된 지난해 12월16일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는 기자회견을 열어 “원자로가 냉온정지 상태에 이르렀고, 사고 자체도 수습됐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3단계 사고수습 일정표(로드맵) 중 2단계 목표(냉온정지)를 달성했다고 선언하면서 ‘사고수습’이라는 표현을 쓴 것이다. ‘사고수습’이란 표현의 근거는 원자로 1~3호기의 압력용기 아랫부분 온도가 섭씨 100도 이하로 내려갔고, 방사성물질 유출량이 목표치 밑으로 내려갔다는 점이다.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에서 사고가 난 원자로는 1~6호기다. 5, 6호기는 다른 원자로에 비해 사정이 낫지만, 일본정부가 사고수습이라고 말한 1~3호기는 그다지 좋은 상태는 아니다. 지진해일이 일어날 당시 정기점검 중이어서 원자로에서 연료를 빼놨던 4호기 또한 마찬가지이다. 1호기는 제일 먼저 폭발했던 건물인데 연료봉이 다 녹아서 핵연료가 바닥을 뚫고 내려간 상태이다. 땅 속에서 수소와 결합해 폭발할 가능성이 높고, 연료가 땅 밑으로 내려가 스며들어서 역으로 발전소 자체에는 별 문제가 없는 것이다. 2호기는 보기에는 문제가 심한 4개의 원자력발전소 중에 제일 멀쩡한 건물이고 위험도도 가장 낮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안심할 수 없다. 지난 1월 갑자기 원자로의 온도가 불규칙적으로 상승했다.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이 고비를 못 넘긴다면 앞으로의 수습 과정이 더 힘들어질 전망이다. 3호기의 상황은 현재 최악이다. 원자력발전소는 각 호기마다 조금씩 다른 원료를 사용하는데 3호기에서 쓰던 원료는 플루토늄을 재활용해서 만든 핵연료 MOX를 사용했다. 현재 동일본지역이 세슘오염이 되게 만든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3호기는 손 쓸수 없는 상황이라 일본정부와 도쿄전력도 손을 못 대고 있다. 4호기는 아직 무너지지는 않았지만 혹시라도 폭발이 일어난다면 상황은 심각하다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이다.
지진해일이 일어난 후에 건져낸 폐연료봉만 3호기의 2.5배이고 폭발한다면 약 2.5배의 플루토늄이 발생하게 된다.

일본정부는 2012년 가을 크레인을 설치해서 원자력발전소에 있는 핵 연료봉을 처리한다고 했으나 현재 4호기는 붕괴중이기 때문에 몇 달 안에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

후쿠시마 원전은 지진과 쓰나미로 건물 외벽이 파손되고 내부 시설들이 망가진 채 최소한의 응급복구만 해둔 상황인 만큼 추가 강진이나 쓰나미, 태풍 등 자연재해에 매우 취약한 상태다. 지진이나 쓰나미가 한 번만 더 발생하면 후쿠시마 원전은 다시 3월 대지진 직후의 시작점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있다.

사고에 따른 오염은 1년이 지난 현재도 진행 중이다. 사고 초기보다 줄었다고는 하지만 원전에서는 요즘도 매일 시간당 6000만∼7000만Bq(베크럴)의 방사성물질이 유출되면서 일본 열도는 물론 주변국까지 오염이 확산되고 있다. 일본 기상청이 추산한 원전사고로 대기에 방출된 방사성 세슘의 총량은 약 4경(1조의 1만배)Bq로 옛 소련의 체르노빌 원전사고로 방출된 세슘량의 약 20%에 이른다. 사고 초기 원자로를 식히기 위해 쏟아 부은 냉각수가 막대한 양의 오염수로 변해 언제든 유출돼 토양과 바다를 오염시킬 가능성도 문제로 지적된다. 원자로 냉각에 쓰인 고농도 오염수와 세슘 등을 제거해 오염을 낮춘 저농도 오염수의 총량이 당초 예상의 두 배인 20만t이 넘은 상태다.

도쿄전력은 저장탱크를 늘리거나 원전부지에 저수지를 만드는 등 대책을 강구 중 이지만 여름쯤 가면 현재의 저장용량이 한계에 달해 바다로 방출하거나 원전 주변의 토양으로 유출시켜야 할 상황에 몰리고 있다.

2012년 1월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