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 4개 정당 비례대표 후보들의 평균 재산은 24억 원으로, 국민 평균 재산 2억 8천만 원보다 9배 가량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례대표 한 명이 현금과 예금을 평균 8억 원, 부동산은 5건을 소유하고 있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의 비례후보들은 절대 다수가 고소득, 고학력자인 것으로 나타난 반면, 정의당 후보들은 국민 평균보다 재산이 적었다.
뉴스타파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한 20대 총선 후보자들의 재산 내역을 바탕으로 원내 4개 정당(새누리당, 더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에서 공천한 비례대표 후보 110명의 세부 재산과 학력, 경력 등을 분석했다.
평균 재산 24억 원…부자 국회의원, 가난한 국민
새누리당 비례대표 18번으로 공천 받은 김철수 씨의 재산은 540억 원이다. 비례후보 가운데 가장 많다. 배우자가 서초구에 75평 아파트 등 2채의 아파트를 가지고 있고, 본인은 관악구에 공시지가 500억 원 대 대형 빌딩을 소유하고 있다. 김철수 씨를 시작으로 4당 비례후보 110명을 재산이 많은 순서로 배열해봤다.
비례후보들의 재산 평균은 24억 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가구주 전체 재산 평균은 2억 8천만 원이다. (출처: 2015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 비례후보가 국민들보다 9배 가량 부자인 셈이다. 지역구 후보자까지 포함해 4당 국회의원 후보 819명을 계산해도 재산 평균은 23억 원이 넘는다.
당 별로 보면 새누리당 비례후보 44명의 평균은 41억 원, 국민의당은 23억 원, 더민주당은 12억 원이다. 정의당은 국민평균에 못미치는 1억 8천만 원이다.
비례후보들의 유난한 ‘부동산 사랑’…통장도 ‘두둑’
새누리당 비례후보들이 가지고 있는 재산 중 부동산 가격의 비중은 98%가 넘는다. 1인 당 평균 40억 원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 더민주당 비례후보들의 부동산 비중은 73%, 국민의당은 53%이다. 정의당도 91%에 이르지만 재산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대부분 전세임차권이거나 1인 1주택인 경우가 많았다.
4당 비례후보들이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은 모두 544건이다. 1인 당 평균 5건 정도를 소유하고 있다. 544건 중 이른바 버블세븐이라고 불리는 지역에 속해 있는 부동산은 95건, 17% 정도다. 4당 비례후보들 가운데 서울에 사는 사람은 61명이고 이 가운데 31%가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에 살고 있다.
비례후보들은 부동산만 많은 게 아니다. 예금과 현금을 합하면 1인 당 평균 8억 원을 소유하고 있다. 채권과 증권까지 현금화가 손쉬운 자산을 합하면 1인 당 10억 원이다.
학자, 기업인, 의료인 출신 비례후보 가장 많아
4당의 비례후보들의 출신도 분석해봤다. 선관위에 본인이 등록한 직업 말고 실제로 정치인이 되는데 발판이 된 경력을 찾아 분류했다. 110명 가운데 가장 많은 직업정치인 27명을 제외하면 교수나 연구원 출신인 학자가 16명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기업인이 12명, 의료인이 7명 순이다. 당 별로 보면 새누리당은 기업인 출신이 7명으로 가장 많았고, 나머지 3개 당은 직업 정치인이 가장 많았다.
분류 |
(명) |
직업정치인 |
27 |
학자 |
16 |
기업인 |
12 |
의료인 |
7 |
▲ 4당 비례후보 경력 분류
새누리/더민주/국민의당, 고학력-부자들이 비례대표 절대 다수
재산 뿐만 아니라 비례대표들은 학력도 높다. 110명 중 박사 학위를 받았거나 박사 과정에 있는 사람만 43명이다. 평균으로 봐도 석사 이상이다.
가로축을 학력으로, 세로축을 재산으로 놓고 그래프를 그려서 각 비례후보들의 위치를 점으로 찍어봤다. 아래 그래프에 새누리당과 더민주당, 국민의당의 비례후보들의 좌표를 표시했다. 고학력이고 재산이 많은 사람들이 압도적인 다수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3개 당은 일치했다. (재산이 80억 원이 넘는 후보들은 제외했다.)
아래 그래프는 정의당 후보들의 좌표가 추가된 것이다. 정의당 후보들의 경우 재산은 국민평균보다 작고 학력은 비교적 고르게 분포해 3개 다수 정당과 확연히 다른 분포를 보였다.
이 그래프에 다시 국민평균의 좌표를 표시했다. (아래 그래프) 다수당 3곳의 비례대표 후보들이 평범한 국민들과 얼마나 다른 사람들인지 확연하게 비교된다.
“부자들의 국회, 정치를 특정 계층의 전유물로 만들어”
서복경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부소장은 특정 직종과 재산가들, 그리고 고학력자들이 국회의원의 다수를 차지하는 현상에 대해 “유권자들에게 정치적 무력감을 심어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서복경 부소장은 “비례대표는 지역구 의원들이 대표하지 못하는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들을 대표할 수 있게 하도록 만든 제도인데, 현재 다수당들은 스스로 정한 당헌 당규도 무시하면서 비례대표 공천을 사(私)천으로 전락시켰다”며, “유권자들이 정치를 돈 있고, 먹고 살 걱정이 없는 사람들만 하는 것으로 여기게 되면서 정치와 멀어지고, 결국 정치가 특정 계층의 전유물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데이터 : 최윤원 김강민 연다혜
편집 : 정지성 박서영
CG: 정동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