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여성대회 후기] 퍼레이드 참가기
다문화 아이들의 성평등도 보장
덜 소비하고 더 존재하라
여성으로서 스스로 권익을 회복시키기 위해
2016년 3월 5일, 3.8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제32회 한국여성대회가 열렸다. 두 번째 순서로 퍼레이드가 이어졌고 퍼레이드는 우천 속에서 진행되었다. 그날 폭우가 내린다는 것을 모르는 이는 없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주저하지 않고 거리로 나섰다. 선두에 있던 이들은 “오늘의 날씨가 우리들의 현실을 대변한다”며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우비 한 장을 걸친 차림으로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서울시청에서 평화비 소녀상까지 행진하는 걸음들에 비 내리는 날씨의 울적함은 보이지 않았다.
퍼레이드 대열에는 외국에서 온 이들도 있었다. 퍼레이드를 준비하는 표정에는 설렘이 가득했다. 소개를 부탁하자 ‘다문화커뮤니티’에서 온 그들은 두 명이 필리핀 출신, 한 명이 미국 출신이라 했다. 다문화커뮤니티에 대해 “각자의 나라에서 성평등을 이루고자 왔다. 다문화 아이들의 성평등을 보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들은 독특한 분장을 하고 자신들의 목소리를 담은 피켓을 들고 행진에 임했다.
종로 한 가운데에서 퍼레이드가 한창 열기를 더해가던 중 눈길을 사로잡는 문구의 피켓이 보였다. ‘덜 소비하고 더 존재하라’ 피켓의 주인은 ‘여성환경연대’ 소속 회원들이었다. 문구의 의미를 묻자 “여성의 외모에 대한 강요는 단순한 아름다움에 대한 집착을 넘어 소비를 강요하고 환경을 위협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을 역설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대답했다.
평화비소녀상에 도착했을 때 즈음 이번에는 멀리 김해에서 온 이들이 보였다. 김해여성회의 노순덕 이사는 “여성회의 이사가 되고 나서 처음 맡는 행사이기 때문에 의미가 크다. 여성이 여성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으로 참가했다”고 이번 여성대회에 참가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덧붙여 앞으로 여성회의 이사로서 임하는 각오에 대해 “여성으로서 스스로 권익을 회복시키기 위해 오늘 여성대회와 같은 행사, 언론 등에 다방면으로 참가하겠다”고 말했다.
오후 4시경 평화비소녀상에 도착한 그들은 소녀상과 함께 비를 맞으며 퍼레이드를 정리했다. 약 1000명의 참가자가 모인 이번 한국여성대회에서의 퍼레이드는 그 어느 때보다 열정도 의미도 컸다. 시민들은 우산을 쓰기는커녕 건물 안에서 나올 생각조차 안하는 그 때에, 그들은 어깨가 젖는 줄도 모르고 희망의 씨앗을 심었다. 다문화아이들의 성평등, 외모에 대한 편견과 이로 인한 과소비 강요, 성평등 국회, 데이트폭력 처벌 강화 등 그동안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현실의 문제들을 외치며 희망의 시작점이 된 것이다. 3월 5일, 그들은 모였고 행동했다. 제32회 한국여성대회는 끝났지만 그 날의 열기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글, 사진 : 안지용(제32회 한국여성대회 온라인 기자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