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옥바라지골목 지키자는 역사학자에게 '내정간섭' 운운하는 종로구청 주택과장의 수준
이젠 입이 아플 지경이지만, 2013년 박원순 시장이 없다고 공언했던 '동절기 철거'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올 겨울 서대문형무소 옆 일명 옥바라지 골목도 그랬다. 인근에 학교가 있음에도 제대로된 펜스를 치지 않고 석면제거 공사를 하는 것은 아예 '상식'에 속한다. 알파고니 뭐니 첨단 기술이 판을 치는 세상같지만 서민들이 살아가는 곳은 오히려 야만과 폭력이 범람한다. 


<서울시의 철거 중단 공문은 종이쪼가리에 불과하고, 종로구청은 여론이 불리해지자 사실상 철거명령으로 공사를 종용하고 있는 것이 현재 옥바라지 골목의 상황이다>

600년 역사도시라는 서울에 가짜 한옥들과 관광상품화된 그럴 듯한 퍼포먼스를 제외하고 무엇이 남아 있는지, 경복궁이니 창경궁이니 박제화된 고궁들을 제외하고는 무엇이 남아 있는지 묻는다. 우리의 역사는 궁궐과 그 안에 살던 왕족의 역사인 것인가. 더 나아가 서울시의 역사는 고작 왕조의 역사 뿐 근현대의 역사는 건너뛰어도 되는 것들인가.
일제시대에서부터 민주화운동시기까지 독립을 꿈꾸고 민주화를 갈망했던 것은 단순히 서대문형무소에 갖힌 몇몇 영웅의 몫이 아니었다. 그 꿈을 함께 하며 서대문형무소 주변 여관집에 기거하며 청소 등 날품을 팔면서 살았던 이들이 있었기 때문에 역사는 변해왔다. 서울시와 종로구청의 평면적인 역사관에 따르면 서대문형무소를 아파트 단지들이 굽이보는 재건축도 충분히 역사성을 지키는 것이라 볼 수 있겠으나, 역사를 사랑하는 학자의 시각은 전혀 다르다. 
역사문제연구소의 후지이 다케시 연구원은 1950년대 한국 현대사를 연구하는 학자로서 서울 역사의 빈곳, 즉 근현대사에 주목해온 중요한 소장학자다. 이이가 옥바라지 골목의 보존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것은 학자로서 당연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이에 대해 옥바라지골목 철거의 책임을 지고 있는 종로구청 주택과장이라는 자가 '내정간섭' 운운하며 국적을 들먹였다. 기가 찰 일이다. 
역사를 말하는 것, 그것의 의미와 보존을 따지는데 국적은 무의미하다. 종교적인 이유로 이라크 반군이 오래된 유산을 부순 것에 국제적으로 분노했던 것을 보자. 자국민이 자국의 유적을 부수는 것인데 이에 대해 비난하는 것도 내정간섭인 겐가? 이런 이가 담당 공무원이니 옥바라지 골목의 시공사가 안하무인으로 철거를 진행하는 것이다. 이 동영상을 보면서 가장 모멸감이 들었던 것은, 저 공무원이라는 직위에 있는 이들이 옥바라지 골목을 지키기 위해 연대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세금으로 생활하는 이라는 사실이다. 알파고의 능력도 결국 기계에 데이터를 입력하고 알고리즘을 짜는 사람이 제일 중요하다. 마찬가지로 역사문화도시 서울의 가치는 결국 서울시와 종로구청의 수준에 달려 있다. 달랑 공문 한장만 보내는 것으로 2013년 동절기 철거 중단이라는 박원순 시장의 언론 플레이에 응답하는 서울시나, 역사를 이야기하는 학자에게 '내정간섭' 운운하는 종로구청을 보면 아무리 알파고여도 '탱자가 되는 수순'을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 노동당 서울시당은 종로구청장과 서울시장에게 해당 공무원의 징계를 요구하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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