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241726377692342477.jpg

<들어가는 말>

19세기 초에 ‘교정’이라는 이름으로 강에 대한 대규모 개발 사업을 했던 독일 등 유럽은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유럽연합의 물 관리 기본지침」을 제정한바 있습니다. 이 지침의 주목적은 “모든 하천을 자연스러운, 또는 자연에 최대한 근접한 형태로 되돌리는 것”으로 하천생태의 발달을 촉진하기 위해 “2015년까지 인위적인 설치 시설물을 모두 제거”하는 등 EU 각국의 실천을 규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유럽의 이러한 변화는 오랜 경험을 통해 홍수 등을 막기 위한 인위적인 개발이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더 큰 피해를 초래한다는 것과 강이 인간의 삶에 매우 큰 영향을 끼치며, 함께 살아가야 할 지구에서 강 생태계가 매우 소중하다고 여기게 되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2011년에 한국은 EU 등이 지향하는 하천관리와 반대의 방식으로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진행하였습니다. 이 사업은 기후변화를 대비한다는 명목으로 강에서 모래를 천문학적인 규모로 파내 강을 깊게 만들고 4대강 16개의 보에 물을 가득 담는 공사를 감행했습니다. 모래가 물을 정화하는 필터역할을 한다는 것은, 고인 물은 썩는다는 말처럼 굳이 학술적인 설명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강에서 그 많은 모래를 파내고 강을 자유롭게 흐르지 못하도록 가두었으니 녹조가 창궐하고 물고기들이 떼로 죽는 것은 이 사업에 따르는 필연적인 결과라면 4대강사업의 합리적인 타당성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지 다시 묻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입니다. ‘보완’이라는 이름의 땜질이 아닌 근본적인 처방을 찾아야 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모래가 흐르는 강’ ‘마지막 모래 강’ 또는 ‘아름다워서 슬픈 강’ 등의 수식을 달고 있는 내성천은 한반도 자연하천의 전형적인 모습을 잘 간직한 강으로 경상북도 봉화, 영주, 안동, 예천 일대를 흐르는 강이었습니다. 모래톱이 탁월하게 발달하였고 모래 강에 사는 한국 고유 물고기 ‘흰수마자’가 처음 발견된, 경관 생태적으로 매우 뛰어난 강이지만 안타깝게도 영주댐 사업을 통해서야 일반에 알려진 강입니다. 안타깝게도 댐 공사를 시작한지 불과 4년여 만에 강은 크게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낙동강 수질을 개선한다는 명분으로 아름다운 강 하나가 수몰예정지부터 하류전역에 걸쳐 훼손되고 있습니다.


이 보고서는 먼저 모래를 중심으로 하는 내성천의 지리 및 생태환경과 함께 한국 모래강의 원형으로 평가 받는 이 강을 통해 강 모래는 어떤 기능을 하는지 살펴봅니다. 그리고 ‘영주다목적댐사업’의 추진경위와 타당성 문제, 환경영향평가는 그 형식과 내용에 충실하였는지 따져봅니다. 또한 댐 공사 이후 강의 변화과정을 살펴보고, 절멸의 위험에 처한 내성천 흰수마자 문제와 부속 댐인 유사조절지, 4년간 과도하게 행해진 골재채취 문제도 들여다볼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사람들이 이 강에 눈을 돌려 그 아픔에 함께 아파하고, 이 강이 본래의 모습을 회복하는 데에 함께 마음을 모을 수 있다면, 감사하게도 그 일에 작은 보탬이 되는 것으로 이 보고서의 목적은 충분히 이뤄지는 것이라고 봅니다.


내성천 에뉴얼 리포트_내성천 모래지도를 그리다_최종_생태지평.compressed.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