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3월 10, 2016 - 18:25
[논평] 조례에서 사라진 '뉴타운', 진짜 벗어나자_<서울시 도시정비조례 개정안> 통과에 부쳐
시장에 의해 '직권해제'가 가능하다는 내용이 포함된 <서울특별시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조례> 개정안이 서울시의회를 통과했다. 지난 3월 9일 제266회 임시회 본회의에서의 일이다. 작년 8월에 관련 법령이 국회에서 개정되고, 11월에 서울시가 입법예고했던 내용이 서울시의회에서의 일부 수정을 거쳐 위원회 대안으로 확정되었다.
서울지역의 수많은 뉴타운지역에서는 아직도 사업추진 측과 사업반대 측의 지역갈등이 심하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구역이 많다. 이는 애초 뉴타운 사업이라는 것이 주민 주도 사업이 아니라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지정하고 고시하는 방식으로 추진된 탓이다. 서울시 입장에서야 막대한 공공시설을 기부채납 방식으로 확보할 수 있으니 좋았고 건물주나 토지주는 부동산거품에 힘입어 막대한 개발차익을 챙길 수 있으니 좋았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뉴타운 사업이라는 것이 더 많이 가지고 있는 주민들이 없는 사람들의 재산을 편취하면서 가능했다는 것이 속속 밝혀졌다. 1차 뉴타운지역인 길음뉴타운의 원주민 재정착률이 10%를 간신히 넘었다는 것이 단적인 사례다.
이 때문에 노동당은 뉴타운사업이 사실상 정책의 실패로 빠르게 중단하고 원거주민들이 혜택을 볼 수있는 사업으로 전환해야 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경기도에서 먼저 시행하고 있었던 도지사에 의한 직권해제를 서울시에 도입해야 한다는 제안을 한 배경에는 이런 문제의식이 있었다. 결국은 서울지역 뉴타운비대위 주민들과 함께 법과 조례를 바꿨다. 정말 긴 시간이었다.
이번 조례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직권해제' 조항이 들어간 것이지만, 상징적으로는 기존 조례에서 '뉴타운'으로 명시되어 있던 것이 모두 '재정비촉진지구'로 바뀌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뉴타운이라는 희대의 개발사업은 정책 수단으로서 시효를 다했다. 이제는 실질적으로 뉴타운에서 벗어나는 것이 필요하고 이번 조례가 그 출발점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
하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다. 하나는 시의회 심의과정에서 '사업성이 떨어지는 구역'의 기준이 낮아졌다는 것이다. 서울시 안에서는 비례율이 85%였으나 시의회에서 이를 80%로 바꿨다. 2013년에 서울시가 시범적으로 조사한 8개 구역의 평균 비례율은 63% 정도였으나 대부분 추진주체가 없는 지역이었다. 추진주체가 있는 곳을 포함하면 평균 비례율이 92.9% 정도로 나타났다. 이런 차이는 비례율이 사실상 장래의 분양가를 보수적으로 추정하느냐, 낙관적으로 추정하느냐에 따라 천지차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기도의 경우에는 아예 별도의 산정기준을 마련했다.
그런데 이번 조례의 경우에는 조합장이나 임원이 입력한 클린업시스템을 기준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조합의 생리 상 90%~110% 사이로 비례율을 맞춘다는 것이 일반적인 통념이라는 것을 볼 때, 비례율 기준을 도리어 낮춘 서울시의회의 수정안은 아쉽다.
다음으로는 비례율 등의 기준 외에 직권해제를 요청할 수 있는 수단으로, 직권해제를 바라는 주민 30%의 요청이 있으면 주민조사를 통해서 지속 추진 50%가 넘지 않을 때 해제를 검토하는 안이 있다. 하지만 개정안의 부칙으로 30%의 서명을 통해서 직권해제를 요청할 수 있는 시기를 1년으로 제한했다. 즉, 내년 초까지 30%의 서명을 받지 못해 직권해제 청구를 할 수 없다면 다시 현재와 같은 상황으로 방치될 개연성이 크다.
노동당서울시당은 이런 제한들은 이후 조례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개선될 수 있다고 보고, 개선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서울지역 비대위 주민들과 함께 조례 통과를 환영한다. 이 한걸음이 나가는데, '직권해제 조항을 추진하겠다'는 박원순 시장의 약속으로부터 4년이 걸렸다. 그것만으로도 큰 진전이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