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3월 7, 2016 - 12:02
[성명]
‘죽음의 공장’ 삼성은 노동자 직업병 문제 해결하라
- 故 황유미 9주기를 추모하며 -
지난 3월 6일은 故 황유미 씨가 삼성반도체에서 일하다가 백혈병을 얻고, 오랜 투병 끝에 스물셋의 나이로 생을 마감한 지 9년이 되는 날이었다. 민주노총은 억울하게 유명을 달리한 故 황유미 씨의 원혼을 위로하고, 고인의 숙원이었던 삼성 직업병 문제 해결을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다. 민주노총은 이를 위해 삼성의 반도체 직업병 문제에 대한 공정하고 투명한 보상과 진성성 있는 사과를 다시 한 번 촉구하며, 노동자 직업병 문제에 대해 분명한 책임을 지고 대책을 마련할 것을 엄중히 요구한다.
故황유미씨는 고등학교도 채 졸업하기 전에 입사하여 삼성전자 반도체 기흥공장에서 일한지 1년 8개월 만에 급성백혈병 진단을 받았고, 2년 후인 2007년에 세상을 떠났다. 건강했던 딸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납득할 수 없었던 황상기 님(故황유미 씨의 아버지)의 문제제기를 시작으로 2007년 여러 노동·시민단체가 모여 시작된 대책위는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이하 반올림)으로 이어져 삼성반도체 직업병 문제에 대한 진상규명과 산재인정을 위해 여러 활동들을 벌이고 있다.
지금까지 반올림에 제보된 삼성 계열사의 직업병 노동자는 298명에 달하고 그 중 110명이 사망했다. 삼성의 공장에서 일하는 수많은 노동자가 병들고 다치고 목숨을 잃었지만, 삼성은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되찾는 데 관심이 없다. 삼성과의 교섭과정에서 반올림은 ‘진정한 사과’와 ‘배제 없는 보상’, ‘실효성 있는 재발방지대책’을 교섭의제로 요구했지만, 파행이 계속되었다. 작년 삼성의 주도로 조정위원회가 출범하였으나, 여기서 나온 조정권고안이 자기들 입맛에 맞지 않자 보상위원회를 따로 꾸리기에 이르렀다. 이후 조정위를 통한 ‘재발방지대책’은 합의에 이르렀으나, 가해자이자 책임자 격인 삼성이 제대로 된 사과도 않은 채 보상절차 전반을 직접 총괄하고 있는 상황은 여전하다. 반올림은 “삼성은 보상, 사과에 대해 반올림과 대화에 나서야 한다”며, 삼성전자 본관 앞에서 150일이 넘도록 노숙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독선적이고, 사고의 책임을 부정하는 삼성의 태도는 이미 수차례에 걸쳐 반복해 나타났다. 지난 2013년에는 삼성전자 화성공장 불산 누출로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장시간 동안 무리한 보수작업을 하던 중 5명의 사상자(사망 1, 부상 4)가 발생했다. 삼성은 불산이 누출된 지 7시간이 넘도록 당국에 신고하지 않으면서 은폐를 시도했고, 송풍기를 이용해 불산 가스를 공장외부로 유출시켰다. 이 사고를 계기로 고용노동부는 삼성 반도체 공장(기흥, 화성, 온양공장)에 대한 안전보건 종합진단을 실시했으나, ‘영업비밀’이란 이유로 미공개 상태로 있다가 한 언론사의 보도로 세상에 알려졌다. 이뿐만이 아니다. 작년 메르스 사태에서도 삼성 서울병원은 의료진의 메르스 확진 사실과 병원 내부의 감염 위험 상황을 은폐했다. 최근에는 부천지역 삼성전자 하청업체에서 불법파견으로 일하던 20대 노동자 4명에게 급성 메틸알코올 중독이 발생했고, 이 중 3명이 실명위기에 빠진 사고가 발생했다. 원청인 삼성은 이 사고 이후에도 1차 하청업체에게 공문을 보낸 것 이외에는 별도의 후속조치를 하지 않았다. 삼성은 최첨단 스마트폰을 만들면서 탄력적인 생산과 비용절감을 위해 여러 하청을 두고, 하청사업장에서 비용이 낮다는 이유로 메틸알코올 등 유해화학물질을 쓰는 것을 방치•방관해 온 것이다.
삼성은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은 등한시한 채, 사고의 책임을 개인에게 떠넘기거나 위험의 외주화를 확대하는 등 문제회피만 일삼고 있다.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노동자 직업병에 대한 구조적 대책이 없다면, 삼성은 ‘죽음의 공장’이란 오명을 결코 벗어던질 수 없다.
반올림은 故 황유미 씨를 추모하며 3월을 ‘삼성전자 산재노동자사망 추모의 달’로 선언했다. 민주노총은 반올림의 투쟁이 노동자•시민의 건강을 위협하고, 그 위협을 숨기는 삼성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묻는 중요한 과정이기에 끝까지 함께 싸울 것이다. 또한 삼성 등 재벌 대기업이 이윤을 앞세워 노동자의 건강과 생명을 침해하는 현실을 막아내는 투쟁을 강력하게 전개해 나갈 것임을 분명히 한다.
2016년 3월 7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 취재문의 : 민주노총 최명선 노동안전보건국장 (010-9067-96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