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주기 추모집회를 개최하며>

 

2007년 2월 11일 여수출입국관리소의 외국인보호소에서 새벽에 발생한 화재참사로 보호외국인 10명이 사망하고 17명이 부상당하는 사건이 발생한 지 9년이 되었다이 사건으로 인하여 한국 사회의 이주민 인권지수가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고이후 여수출입국관리사무소는 외국인 보호실 운영을 재개하면서 예전에 없던 야외 운동장과 스프링클러를 설치하고 불가연성 건축 자재를 이용한 리모델링을 하는 등 시설 환경을 개선하였다그리고 보호외국인의 심리 안정을 도모하고자 국악한국어 교육요가 등의 정기적인 동감 프로그램도 실시한다고 한다.

 

하지만 여수외국인보호소의 운영 실태는 과거에 비해 별로 달라진 게 없다. 출입국관리법은 보호외국인의 보호 기간을 ‘10일 이내로 제한하고 부득이한 사유가 있을 때에만‘10일 이내로 한 차례 기간을 연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그런데도 2015년 1월부터 9월까지 여수외국인보호실에서 한 달 이상 지낸 사람은 전체 1,736명 중 102(5.7%)에 달했다그 가운데 31(1.78%)은 보호기간이 두 달 이상이다.

 

보호외국인의 본국 송환이 늦어지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임금체불이다갑작스러운 단속으로 적발돼 붙잡힌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회사에서 받아야할 임금이 있는 경우가 많다. 2011년 7월 조사에 의하면 인천화성청주여수의 외국인보호소에 수용된 체불임금자는 15.4%~42%로 나타났다. 2008년 이래 여수외국인보호실을 거쳐간 보호외국인이 매년 1700~1900여명 안팎임을 감안할 때 얼마나 많은 체불임금자가 있을 지 짐작할 수 있다.

 

외국인보호소는 교도소가 아니다외국인이 체류기간을 넘기거나 미등록된 경우 본국으로 출국시키고자 일정한 장소에 강제로 수용해 보호하는 곳이다그럼에도 지금 한국의 보호외국인에 대한 처우는 어떤 면에서 교도소보다 더 열악하다하루 20~30분의 짧은 운동시간 외에는 종일토록 철창의 비좁은 보호실에 갇혀 지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금은 비단 성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한국정부는 18세 이하의 이주아동들도 체류자격이 없다는 이유로 외국인 보호소라는 구금시설에 가두고 있다. 2013년도 대한변협의 조사에 따르면 최근 3년간 화성과 청주여수의 외국인보호소에 구금되었던 이주아동은 총 80명이었다고 한다그 중 1, 4세와 같이 아주 어린 아이조차 잡아 가두었다는 사실은 믿기조차 어렵다유엔아동권리위원회에서는 아동을 그들의 체류자격 때문에 구금하는 일은 시급하고도 완전히 멈추어야 한다.”고 하였고, 2011년에는 한국정부에 대해 이주아동의 구금을 삼갈 것과 대안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했다고 한다이 땅에서 태어나고 자란 것이 죄가 되고 불법이 되는 현실에 아이들이 놓여있다는 것은 참으로 끔찍하고도 부끄러운 일이다.

 

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참사는 결국 이주노동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낳은 비극이다.한국정부는 이주민에게 불안정한 체류자격만을 주어 언제 어느 때고 불법’ 체류 딱지를 붙일 수 있게 제도화 했다이러한 체류 시스템은 이주노동자들이 권리주장을 하지 못하게 만들고 우리 사회에서 이주노동자를 종속적이고 취약한 지위로 내몰고 있다결국 정부는 미등록이주민을 제도적으로 양산한 뒤에 다시 열심히 단속하고 추방하고 있는 셈이다이주민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가장 근본적인 조처는 안정적인 체류이다.

 

또한 한국사회는 이주민에 대한 권리를 제약하고 차별하는 것을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왔다여기에 최근 테러리스트라는 낙인까지 덧씌우고 있다. 2015년 11월 파리의 테러사태이후 한국내의 무슬림을 테러리스트로 몰아가며 테러방지법을 통해 이주민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법제화 하려고 한다사회의 모든 비판적인 목소리를 잠재우고 무슬림을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테러방지법은 중단되어야 한다.

 

불법 사람은 없다강제단속 강제추방 반대한다!

인종차별과 무슬림 혐오 중단하라!

인권침해 정당화하는 테러방지법 중단하라!

 

 

 

2016년 2월 11

 

 

이주민 인권을 위한 부산울산경남 공동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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