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2월 5, 2016 - 15:30
[논평]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의회, '누리과정' 원칙을 기껏 총선 표에 팔아버리나
오늘 열린 서울시의회 임시회 본회에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누리과정예산에 대해 4.8개월치를 편성하는 내용의 교육청 추가경정예산안을 통과시켰다. 현행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과 <지방자치법>에 의해 서울시의회의 추가경정예산안은 교육감의 동의가 있어야 되는데, 이 날 서울시의회에 출석한 조희연 교육감은 몇 가지의 유감을 표한 후 "그렇지만 의원 여러분들의 뜻을 존중해서 유치원과 어린이집 관계다들이나 부모님들의 걱정이 최대한 없도록 저희가 만반의 대책을 마련하도록 하겠습니다"라는 뜻으로 동의했다.
사실상 박근혜 정부의 몽니에서 비롯된 누리과정 논란이 결국은 교육청의 부담으로 전가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서울시의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몰상식이 한 몫했다. 애초 정부에서 책임지기로 했던 누리과정 예산이 정부의 독단적인 시행령 개정과 대국민 사기극으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일선 교육감들이 청와대 앞 1인 시위를 나서겠다는 등 반발이 지속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2011년 이명박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만 5세아 보육료에 대한 지원을 시작한 이래, 정부는 비용에 대한 책임 대신 생색은 자신들이 내고 비용은 지방정부와 교육청에 떠넘기는 행태를 지속해왔다. 만약 이번에도 교육청이나 지방정부의 양보로 이 문제가 봉합된다면, 내년에도, 내 후년에도 비슷한 일이 반복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논란이 되더라도 이 참에 누리과정에 대한 정부책임을 명확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충분했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 소속 서울시의원들은 당면한 선거를 앞두고 어린이집 등 누리과정 이해당사자들의 단시안적 민원에 굴복했다. 민간어린이집이 90%를 훨씬 넘는 지금의 보육시설 특징 상 이들의 민원은 당연히 선거시기 지지여부와 연결되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의원들은 자당의 정치적 지지를 위해 원칙도 저버리고 교육청의 돈을 자신들의 '매표' 행위에 사용한 것 되었다.
<교육감이 제출한 추가경정안(왼쪽)과 서울시의회에서 통과된 추가경정안(오른쪽)>
특히 이 과정에서 애초 교육청이 관할하는 유치원에 대한 2개월치 예산 420억원만 편성했던 추가경정예산안을 6배에 달하는 2,521억원으로 증액했다. 일차적으로는 어린이집에 대한 예산이 1,512억원이 편성된 탓이다. 하지만 지원 기간도 늘렸다. 기존 2개월를 4.8개월로 늘린 것인데 이는 전형적으로 선거용이라 의심할 만한 내용이다. 2개월 이래봤자 2월말이면 다시 논란이 될 테니, 아예 4월 말까지 지원하는 것으로 만든 것이다.
지방자치에 대한 관점, 그리고 현재 누리과정에 대한 정확한 귀책지점들을 시민들에게 알려나가고 차제에 국가부담의 누리과정 제도를 안정화하는데 전력을 해야 되는 서울시의회가 고작 선거에서의 득표를 위해 특정 이해관계집단의 로비에 무릎을 꿇은 것은 정말 한심한 작태라고 할 수 밖에 없다. 만약 필요하다면, 교육청에서 제출한 것과 같이 2개월치 씩 추가경정을 하더라도 지속적으로 누리과정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촉구하는 것이 합리적인 정치과정이었다고 본다. 그렇게라도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하면서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이어지면서 크게 꼬여버린 누리과정의 책임을 묻는 것이 타당했다.
서울시의회는 자신들의 단기적인 정치적 이익을 위해서 자신들의 정치 행위를 포기했다. 고작 선거 시기에 이해관계 집단의 표를 위해 원칙과 지속가능한 방안을 도외시했다. 다시 한번 한심한 서울시의회의, 더불어민주당 소속 서울시의원들의 수준을 확인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