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 TV 12층의 ‘문서 파쇄’

뉴스타파가 방석호 아리랑 TV 사장의 호화판 해외 출장과 가족 동행 여부에 대한 입장을 묻기 위해 방석호 사장을 만난 1월 29일의 일이다. 뉴스타파가 방 사장을 만난 지 몇 시간 뒤, 아리랑 TV 사장실이 있는 12층에서 이런 사진이 찍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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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 TV 노조 관계자에 따르면, 12층에서 파쇄기로 문서 두 박스를 파기하고 있다는 제보(?)를 듣고 뛰어 올라가 보니 이미 문서 파쇄는 끝나 있는 상태였다고 한다. 검은 비닐 봉투 안에는 갈가리 찢긴 종이 조각들만 남아 있었다. 앞으로 있을 감사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정말 중요한 문서를 파기했는지, 아니면 일상적인 정리 차원에서 문서를 파쇄했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히 알 수 있는 것은 사장실이 있는 12층에서 문서 파쇄기가 돌아갔다는 것 만으로도 노조에 긴급히 연락이 올 정도로 아리랑 TV의 내부 구성원들이 방석호 사장을 불신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왜 아리랑 TV 구성원들은 방 사장을 불신의 눈초리로 바라볼까? 아마도 이미 보도한 방 사장의 해외 출장비 뿐 아니라 다른 경영 행태에도 문제의 소지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방 사장과 식사한 적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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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는,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전달 받은 문건 가운데 방 사장의 업무 추진비를 집중적으로 검증해봤다. 뉴스타파가 확보한 방 사장의 업무 추진비 내역은 2015년 1월부터 10월까지의 내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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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논현동의 한정식 집이다. 점심 정식 가운데 가장 싼 메뉴가 2만 2천원이다. 웬만한 메뉴는 모두 3만 원 이상이다. 방 사장은 지난 해 4월 13일, 이 곳에서 법인카드로 16만 원을 결제하고 신문사 문화부 기자 2명과 밥을 먹었다고 했다. 그러나 뉴스타파 확인결과 사실이 아니었다. 방 사장이 이름을 적어 놓은 신문사 기자는 무척 황당해 하며, “허위 영수증인 것 같다. 그런 적 없다고 내가 확인해줬다고 쓰셔도 된다”라고 답변했다. 이 한정식 집은 방 사장의 자택에서 불과 2킬로미터 떨어져 있었다.

업무 추진비 사용처 22%가 자택 반경 2킬로미터 이내

뉴스타파는 방 사장이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사용한 업무 추진비 내역 가운데 일부인 210여 건을 입수했다. 업무 추진비의 사용처를 지도에 표시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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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더니 주로 3군데 지역에서 업무 추진비를 사용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첫 번째 지역은 회사 근처, 법인 카드로 직원들이나 회사 방문객에게 밥을 사줄 수 있기 때문에 이는 당연한 일이다. 두 번째 지역은 광화문 근처다. 정부, 특히 방송통신위원회가 이 지역에 있는 만큼 이해가 간다. 문제는 세 번째 지역이다. 방 사장의 자택 근처 2킬로미터 반경 안에 법인 카드 사용처의 22%가 몰려 있었다.

의심스러운 사용처도 상당하다. 방 사장의 자택에서 직선 거리로 1.5킬로미터 거리에 위치한 식당, 아파트 상가에 있는 조그만 식당이라 공적인 만남을 갖기에 적당한 장소로 보이지는 않는다. 대부분의 메뉴가 1-2만 원 사이인 이 식당에서 방 사장은 법인카드로 64만 원을 결제했다. 통신사의 부회장을 포함해 6명이 밥을 먹었다고 했다. 뉴스타파 확인 결과, 이 식당 사장은 1인당 10만 원 어치는 “엄청 많은 액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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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식사가 있었던 당일, 불과 1시간 뒤에는 청담동의 한 제과점에서 21만 원을 결제했다. 이 곳은 방 사장의 자택에서 800미터 떨어진 곳에 있다. 방 사장은 여기서도 통신회사 부회장과 함께 만남을 가졌다고 기재했다. 뉴스타파가 이 제과점을 직접 찾아가보니, 테이블이 2-3개 밖에 없는 곳이었다. 제과점 직원은 “이곳의 영업은 대부분 테이크 아웃”이라며 “21만 원이면 2단 케잌이나 생화 케잌을 주문 제작한 것”일 거라고 말했다.

방 사장은 정말 집 근처 아파트 상가에 딸린 조그만 식당에서 통신 회사의 부회장과 64만 원 어치의 식사를 했을까? 그리고 같은 날 집근처 제과점에서 21만 원짜리 케잌을 함께 먹었을까? 뉴스타파는 방 사장이 지목한 전직 통신회사의 부회장에게 몇 번이나 사실 확인을 요청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다.

사적인 학회 모임도 회사 돈으로

방석호 사장의 업무 추진비 사용 내역에 허위가 아닌 경우도 있었다. 대표적인 게 한 언론 학회 회원 교수들과 신사동의 고깃집에서 23만 원 어치의 식사를 한 내역이다. 뉴스타파가 참석자에게 확인을 한 결과, 이는 사실이었다. 그러나 이 모임은 아리랑 TV 업무와는 별로 관계가 없는 학회 모임이었다. 방석호 사장은 아리랑 TV 사장이 되기 한참 전인 2004년에 이 학회 회장을 역임한 바 있다.

아리랑 TV의 내부 문건을 보면, 방석호 사장은 사규로 정해진 업무 추진비 2천 9백만 원을 7월까지 모두 소진해버렸다. 그 뒤 “기관장의 영업 활동 강화” 등의 명목으로 두 차례에 걸쳐 천 600만 원의 업무 추진비를 더 배정 받았다. 회사가 한 해 수십억 원의 적자를 보는 가운데 그렇게 더 타낸 업무 추진비를 엉뚱한 곳에 쓰고 다닌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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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 보도 이후 전국 언론 노조와 아리랑 TV 노조는, 이미 해외 출장과 관련해 비위 사실이 드러난 방석호 사장을 퇴진시키고 방 사장이 유용한 돈을 환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아리랑 TV의 감독 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는 특별 조사를 실시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아리랑 TV 노조는 문체부의 특별 조사가 오히려 방석호 사장에게 면죄부를 주는 형식적인 조사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러한 우려가 현실이 되지 않도록 광범위하고 철저한 특별 조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