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방환경청 유제철 청장님, 그리고 환경평가과 이과장님 안녕하세요? 지난 1월 14일 내성천 영주댐 담수문제와 관련한 환경청 설명회에 참석했던 박용훈입니다. 설명회는 3시간이나 이어졌지만, 그날 저녁 버스를 타고 서울로 돌아오면서 마음이 무척 무거웠습니다. 곰곰 생각하다가 긴 글을 드립니다. 혹시 윤성규 환경부장관님도 보시게 되면 좋겠습니다. 

제가 내성천을 알게 된 것은 2009년 7월입니다. 4대강사업 마스터플랜이 나온 후 생태지평이라는 환경단체에서 4대강 16개보 예정지를 답사할 때 따라나섰는데 안동 낙동강을 가던 중 예천 호명에서 이 강을 처음 보았습니다. 비가 온 뒤 강의 모습은 한마디로 ‘굉장하다!’였습니다. 강 가득히 모래가 찬 채 모래가 강을 품었습니다. 8월과 9월에도 회룡포와 선몽대 등을 찾았습니다. 모래가 풍경의 중심인 이 강을 보고 걸으면서 문득 아주 오래 전 남한강변에서 친구들과 함께 보낸 즐거운 시간이 떠올랐습니다. 어린 소년이었던 1970년대 초반 여름방학 때 몇 명이 함께 하얀 모래가 가득하고, 강 건너편 멀리 아래쪽으로 절벽이 아름답던 제천 한 강가에서 맑은 모래와 맑은 물 그리고 새, 곤충, 물고기들과 함께 했던 시간이었습니다. 그것은 그동안 정신없이 살면서 아주 작아지기는 했어도 사라지지는 않는 제 마음 깊은 곳에 있는 소중한 지도 또는 보물상자 같은 것입니다. 누구에게나 그런 자연과의 교감에서 경험한 소중한 추억이 있을 것입니다. 소년시절의 아름답던 그 강과 세월이 흘러 본 내성천이 소백산맥의 남북 양쪽에 위치한다는 것은 나중에 지도를 보다가 알게 되었지요. 북사면의 그 모래강변은 1985년 충주댐 완공으로 이제 아련한 기억 속에서만 남아있고, 남쪽의 모래강은 영주댐으로 사라지기 직전입니다. 한국의 빼어난 모래강이 다 사라지고 이제 명맥조차 잇기가 어려운 시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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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사업 영주댐공사 전의 회룡포. 2009년 9월. / 박용훈

대구지방환경청이 내성천 담수문제와 관련한 설명회를 한다는 말을 전해 듣고 대구로 가는 버스 속에서 몸도 마음도 그리 편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사람이 하는 일인데 하는 마음이 한편에 있었습니다. 지난 연말 접했던 한 기사도 서로 진지하게 말을 나눌 수는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하였습니다. 지난해 12월 14일 유역 환경단체와 학자 등이 유제철청장님과 면담하는 자리에서 강에 "심각한 생태변화가 진행 중이라며 중단을 촉구한 반면, 환경청과 수공은 가뭄이 원인이라며 담수를 미룰 수 없다고 반박했다“는 평화뉴스 기사를 보았습니다. 이 자리에서 환경평가과 과장님은 "본청, 수공, 전문가 그룹 조사 결과 일부지역에 변화가 있을 뿐 대체로 변화는 미미했다"며 "댐 공사와 담수 자체를 중단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하셨습니다. 변화가 있건 없건 담수는 진행하겠다는 말보다는 다행인 것이지요. 대화할 여지가 있으니까요. 기사대로라면 문제는 같은 사안에 대한 서로의 해석이 전혀 다른 것 이었습니다

대구행 버스를 타면서 예천의 한 주민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이런 설명회가 오늘 있는데 혹시 오시지 않겠는지, 오셔서 직접 본 강의 변화를 말해줄 수 있는지 물었습니다. 아무래도 평생을 이 강 옆에 살면서 지켜본 사람들이 그 자리에 가장 적절한 분들일 것 같았습니다. 고맙게도 잠시 후 두 분이 내려가고 있다는 문자를 받았습니다. 사실 전날 저녁 설명회 소식을 듣고 파일을 하나 찾아보았습니다. 2014년 늦가을 내성천 무섬마을 뒤편에 강을 끼고 있는 탄산리 밭에서 수확한 생강을 다듬는 초로의 할머니 세분과 가을 볕 아래에서 짧지 않은 시간 이야기 나눈 것을 녹화한 동영상입니다. 이 분들을 모시고 설명회에 갈 수는 없지만 어쩌면 그 장소에서 함께 들어볼 수는 있을 것 같았습니다. 이날 기록한 내용은 대략 이런 것입니다. 

“은빛이라고 해야 하나 금빛이라고 해야 하나? 은빛이지?/금빛이지/진짜 말그래 순박한../참 모래알이 반짝한다드만../물은 옥수같이 흐르고 바닥은 판판~한 게 너무 좋아, 버들피리가 얄랑얄랑얄랑 흔들고 다니는 게 그냥 그림같이 보였어요/지금은 찾아볼 수도 없어/이제는 진짜 흉측해졌어, 강이 강이 아니야/모래 파고 그러기 전에는 저런(풀이 들어오는)현상은 없었어요/(댐 상류에서 모래를 파내고) 모래가 안내려왔어요/모래도 모래지만 난 저놈의 잡초 때문에.../큰 아들이 (차를 몰고) 로타리 지나면서 이명박정부가 4대강사업 때문에 이 내성천 다 망가뜨려놨다고 하는 소리를 내가 들었어요/걱정이라기보다는 일단 불편해요/농사가 문제지, 안개 많이 끼면 볕을 못 보니까 곡식도 늦되고/강이 안 좋아지는 건 사실이래/강이 죽어가는 거지/죽어간다고 진짜 느끼세요?/예, 진짜 느껴요/우리가 봐왔던 강은 전혀 아니야” 예전에 강이 그림 같다던 한 분은 “강이 죽는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 그룹이 “변화가 미미했다”고 낸 결론과는 전혀 다른 세상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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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시 문수면 탄산리 일대 강변. 2011년 5월 / 박용훈

지난해 초여름 영주와 안동의 경계인 분계 석탑교에서 어느 할머니와 잠시 나눈 대화도 생각납니다. 저는 차에서 내린 할머니 짐을 들어 드리려 하였고 할머니는 사양하고, 그러면서 같이 다리를 건넜습니다. 서로 한 두 마디 말을 나누는데 할머니는 “강이 곧 산 된다”라고 딱 잘라 말씀하셨고 그걸 어찌 아시느냐는 제 반응에 너무 빤한 이치라는 듯 그냥 갈 길을 가셨지요. 그런가하면 왕버드나무가 한창 물이 오르던 지난해 봄, 회룡포 하류에 사는 한 노인은 모래가 쓸려나가기만 하니 유속을 낮춰 모래가 쌓이도록 하상유지공을 만들어주어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처방은 서로 달랐지만 노인은 강을 걱정하는 사람을 만나 반갑다는 듯 사양해도 결국 저를 차에 태워 강 반대편에 내려놓아주었습니다. 이렇듯 강가에서 만난 주민들은 강이 크게 변하는 것을 매우 걱정하고 있습니다. 환경평가과 과장님이 지난 연말에 아주 잠시 내성천을 찾았다는 말을 전해 들었습니다만, 다음에는 이 강에 가시면 강변 따라 여러 곳의 주민들과 말씀도 충분히 나누고 강안에 들어가 모래의 변화도 직접 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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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산리와 2km 거리의 석탑교 일대 풀이 모래톱을 잠식한 모습. 2014년 8월  박용훈

설명회가 있을 회의실을 찾았을 때 예천에서 온 주민 두 분이 문 앞에 서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두 분은 입실이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물론 단체에 소속되지 않은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지난번 면담에 왔던 단체 분들만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잠시 후 입장이 번복되어 회의실에 모두가 같이 앉았습니다만 환경청이 내성천과 관련해서 의견을 나누고 귀 기울일 대상에 대해서는 좀 더 열린 태도가 필요해 보입니다. 동강이래 내성천만큼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강이 없을 것입니다. 어디를 가도 만나는 사람들은 내성천은 지금 어떠냐고 걱정합니다. 환경단체만 이 강에 관심을 보이는 것도 아닙니다. 2013년 여름에는 5대 종단의 종교환경회의에서 여름 순례구간으로 영주댐 수몰예정지와 댐 하류를 걸었고, 각 종단들도 이런 저런 프로그램으로 이 강을 꾸준히 찾고 있습니다. 지난해 늦가을 가톨릭뉴스매체 <지금 여기>는 “천주교 주교들이 11월 6일 사목 현장 체험의 하나로 낙동강 중류와 내성천을 찾아가 ‘4대강 사업’의 결과를 살펴보고, “자연 보호, 존중”을 위한 노력과 고민을 계속하겠다고 다짐했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또 지상파 3사, 여러 언론 등이 기획프로그램 등으로 내성천과 영주댐 문제를 소개하여왔습니다. 그리고 내성천을 지키기 위해 모니터링하고 활동하는 또 다른 단체들이 있습니다. 대구지방환경청이 유역의 단체들과 내성천 문제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것은 감사하고 또 당연한 일입니다만, 우리사회의 많은 시민들이 내성천을 함께 걱정하고 있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강 주변의 주민들이 강의 변화를 근심 속에 지켜본다는 것도 함께 생각하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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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댐 상류를 순례중인 종교환경회의 - 극심한 골재채취에도 시간이 지나자 모래가 다시 상당부분 돌아왔다. 막히지 않은 강에서 가능한 일이다. 2013년 8월  박용훈

한편 설명회를 당초 수공 시설인 강정보에서 계획하였다가 다시 대구환경청 회의실로 바꾼 것은 다행입니다만, 3시간 가까운 이날 설명회가 환경청의 설명회였느냐에 대해서는 의문이 듭니다. 환경부는 국책사업의 환경영향평가를 담당하는 전문성을 지닌 정부 부처로 영주댐사업의 환경영향평가를 협의해줬고, 또 이 사업이 시작된 지 만 6년이 지났음에도 이날 대구지방환경청이 사업수행자인 수공으로 하여금 설명하게 한 것은 아무리 수개월 전에 인사이동이 있었다고 해도 바른 방식은 아닌 듯 보입니다. 

설명회의 여러 논란에 대해서는 뒤에서 살펴볼 것이기 때문에 앞서 정리할 필요는 없겠습니다만, 전체적으로 시민단체는 영주댐 공사기간 중 나타난 강의 심각한 변화현상에 대해 환경부가 원인을 정확히 조사하는 것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고, 수공은 강의 변화가 댐 때문이냐고 반박하였으며, 환경평가과장님은 “대체로 변화는 미미했다”던 위의 언론보도와는 달리 여러 시시비비 후 설명회가 끝나갈 무렵 “변화는 피할 수 없다”면서도 조사와 담수는 별개라는 수공주장처럼 (담수와 별도로) 환경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사를 올해 계획하고 있다고 말하셨습니다. 또 설명회에 앞서서 영남자연생태보존회 류승원회장님 등이 “설명회 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이해 못하거나 우리가 이런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할 때 어떻게 하겠는가” 라며 설명회의 목적을 재차 물었을 때 “들었을 때 합리적이지 않으면 듣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고, 합리적인 이야기면 들을 수도 있는 것이고”라고 하였지만 결국 이날 설명회는 그렇게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 강을 여러 해 보아왔던 한 사람으로서 여러 사람들이 설명회장에서 이 강과 강의 생명들에 대해 걱정하며 가졌던 시시비비들이 헛되지 않도록 이날의 중요 사안들에 대해서 살펴보며 제 생각을 말씀드립니다.


1. 내성천의 장기적인 하상변동 자료제시 관련

이날 수공은 뜻밖에도 내성천의 장기적인 하상 변동현황에 대해서 설명하면서 1985년 국토부에서 하천 전 구간에 대하여 측량하고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서 1985년과 영주댐 건설 이전인 2010년 측량자료를 비교한 그림을 제시하면서 영주댐 하류 약 30km 구간에 대해서 전체적으로 하상은 전반적으로 세굴되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아마도 내성천의 하상저하가 골재채취 때문이지 영주댐 때문이 아님을 강조하기 위해서 보여준 듯 생각됩니다만, 문제는 영주댐사업을 허가한 환경영향평가서에서는 댐 건설과 관련하여 이런 중요한 내용이 전혀 다루어지지 않았을 뿐 아니라 아래에서 보듯이 오히려 이와 충돌하는 내용이 평가의 기조가 되고 있습니다. 

국가 명승 제19호 회룡포는 잘 발달한 만곡부로 모래의 퇴적경향이 강한 곳입니다. 더욱이 내성천에서 가장 하류부에 위치하여 여러 지천으로부터 모래를 공급받는 좋은 입지조건을 갖고 있습니다. 환경영향평가서 수리수문 부문은 이런 회룡포 하상변화 영향만을 검토하며 “사업 시행시 일부 퇴사량 변화가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되었으나, 현재 내성천 유역에서 매년 약 75만㎥/년의 골재를 채취함에도 회룡포 모래사장이 유지되고 영주다목적댐 건설시 배사문 2개소(5.0×5.0㎡) 등을 계획하여 방사함을 고려할 때 본 영주다목적댐 건설에 따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었다”고 기술하고 있습니다. 나아가서 환경영향평가서는 “댐 건설 후 유사량 감소로 인해 댐 상·하류에 미치는 영향을 사후환경영향조사 계획에 포함하여 지속적인 조사·관찰을 통해 댐 건설로 인한 모래공급량 감소 및 하천 지형변화 등의 부정적 영향을 파악하고 문제점 발생 시 적극적인 방안을 강구토록 계획할 것이다”고 하였습니다. 

얼핏 그럴 듯한 글인데 곰곰 생각해보면 댐을 짓기 전에 해야 할 변화분석을, 그래서 분석결과 그 영향이 너무 커서 댐을 지어서는 안 된다는 평가도 해야 하는 것이 이 제도를 만든 취지일 텐데 영주댐 환경영향평가서는 골재를 많이 채취해도 회룡포 모래사장이 유지되니 댐건설 영향이 크지 않다고 판단하고, 댐을 건설하고 그 다음 댐 하류에 영향이 확인되면 그때 조사하여 방안을 강구한다는 것이지요. 그러면서 댐이 건설되면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댐 하류의 하상저하, 모래의 입도변화 및 식생유입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제반 생태적 문제에 대한 분석을 하지 않았습니다. 환경영향평가는 환경부가 갖고 있는 가장 강력한 제도적 틀인데 이 장치가 영주댐 문제에 있어서는 가장 중요한 부분에 대해서 사실관계를 왜곡하면서 전혀 작동하지 않은 것입니다. 한편 만곡부로 모래가 쌓이기 좋은 조건인 회룡포도 이미 많은 변화를 보이고 있습니다. 2013년 여름 이미 사람 한길 정도는 빠져나간 것으로 보이는 모래톱 중앙부 사진 한 장을 보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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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흰 파이프가 드러난 회룡포 만곡부. 2013년 8월 / 박용훈
 
만약 내성천 하상이 골재채취 등으로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는 사실이 환경영향평가에서 함께 검토되었다면 사업타당성(B/C) 검토와 별개로 영주다목댐사업은 환경부와의 협의를 결코 통과할 수 없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강이 계속 낮아지는데 강을 가로막는 댐을 세우는 것은 모래가 만드는 아름다운 풍경으로 국가명승이 2개나 있고 심각한 멸종위기 상태에 처한 고유 민물고기 흰수마자의 최대 서식처이며 역시 멸종위기종 흰목물떼새의 주요 서식처인 내성천에는 아주 치명적인 일이 될 것이 너무 빤한데 협의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일 겁니다. 

한편 내성천에서 그동안의 골채채취로 하상이 얼마나 변하였는지 등과 같은, 모래강에 댐을 지을 경우 분석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날 지적되었듯이 엄중하게 따져봐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한 예로 국토부에 의해 1984년과 2001년에 조사된 ‘하천정비 기본계획’을 인용하여 분석한 「경북 내성천 하도단면의 시계열적 변화/이광률 등 지음, 한국지형학회지 제18권 제2호(2011)」 역시 “지난 약 20년 동안 내성천 하류부의 대부분 지점에서는 최대 2m까지 하상고도의 저하가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30년간 활발하게 이루어진 하상 골재 채취 작업과 하천준설에 의한 영향으로 판단된다” 고 기술하고 있습니다. 이날 수공 또는 환경청측 전문가로 참석한 교통대학교 장창래 교수님도 “하상이 지속적으로 저하된 것은 건기연 뿐만 아니고 이미 다 아는 얘기다”라고 말하셨지요. 이미 다 아는 얘기인데 왜 환경영향평가는 왜 이 가장 중요한 현상을 검토하지 않았을까요? 환경영향평가서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6년이나 지나서 1조1천억 원이 들어간 댐 담수를 앞두고 수공 스스로에 의해 부정되는 상황을 국민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2. 유사조절지 시시비비 관련

영주댐 상류에서 내려오는 모래를 전면적으로 차단하는 시설인 유사조절지와 관련된 수공의 태도는 그것만으로도 수공을 신뢰할 수 없는 조직으로 여기게 만듭니다. 환경영향평가서에서는 유사조절지에 대하여 “영주다목적댐과 같이 유사유입량이 많은 경우 저수지 퇴사량을 사전에 차단시켜 이수, 치수 및 환경기능 개선뿐만 아니라 저수지 기능과 효율을 제고시키며, 골재활용 및 친수성 있는 수변공간 조성 등의 목적으로 유사조절지를 계획”하였음과 “유사조절지는 저수지 퇴사량을 사전에 차단하고 배사문으로 퇴적토사를 주기적으로 방사시킴에 따라 저수지 용량유지 효과와 용수공급 증대효과가 기대되며”라고 기술합니다. 즉 이 시설의 주요목적은 배사문과 함께 댐의 저수지 용량을 유지하는 것이고 사전에 이 시설에서 차단된 유사(모래)는 골재활용으로 쓸 목적이 있음을 보여줍니다. 한편 배사문은 환경영향평가서 용어해설을 통해 “쌓인 모래를 흘려서 없애기 위하여 만든 수문”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일관되게 그 목적은 저수지 용량의 유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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댐 상류 13~14km에서 강을 완전히 가로막은 채 모래를 차단하는 댐인, 총연장 246m 높이 8.5-16.8m의 유사조절지. 2016년 1월 박용훈
그런데 영주댐 공사가 시작되고 2010년과 2011년에 내성천 모래가 사라진다거나 회룡포, 무섬마을 등의 비경이 사라진다고 언론이 보도하였을 때 수공과 국토부는 댐으로 인한 모래감소는 17% 이고, 그 영향은 적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습니다. 한 예로 국토부는 2011년 8월 보도해명자료에서 “댐 건설로 유사량 감소는 약 17% 수준이고, 하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배사문을 설치할 계획임에 따라, 하류에 미치는 영향은 적은 것으로 판단됨” “지자체에서 매년 골재를 채취하고 있으나 회룡포 하상이 유지되고 있음”이라고 밝혔습니다

환경영향평가서에서 배사문을 저수지용량 유지 용도라고 한 것을 이 해명자료는 하류 유사량 감소를 최소화하기 위한 시설물로 소개합니다. 사실관계는 똑같이 댐에 쌓인 모래를 댐 하류로 내보내는 것인데 해석이 바뀐 것이지요. 일종의 립 서비스인 셈입니다. 그러면서 상류에서 내려오는 모래를 차단하는 유사조절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습니다. 유사 량 감소를 최소화하기 위한 시설로 배사문을 소개했으니 모래가 하류로 내려가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고 골재활용 목적도 겸비한 유사조절지를 같이 언급할 수가 없는 것이지요. 

그런데 “댐으로 인한 유사량 감소가 17% 수준”이라는 주장은 시간이 지나고 슬그머니 5%로 바뀝니다. <내성천의 친구들>이 영주댐 소송(이때에는 이 단체 명칭을 사용하지 않았지만)을 진행하면서 2014년 인터넷 싸이트에 올렸던 2014카합299 영주댐공사중지가처분 사건의 수공 측 답변서 내용을 보면 수공은 변론을 통해 “한편 유사조절지에 퇴적되는 14.8만㎥/년의 모래는 그간 지방자치단체가 내성천 전반에서 채취하여 온 골재를 대체하여 활용할 계획입니다. 결국 이 사건 댐으로 인해 하류하천에 영향을 미치는 모래의 양은 총 유사량의 5%(3.8만㎥/년)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는 바(아래 그림 참조), 댐 건설로 인한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입니다”라고 주장하였습니다. 국토부와 수공이 언론을 통해 국민에게 말한 당시 보도자료의 17% 감소내용을 정면으로 뒤집은 주장을 수공은 법정에서 하였고, 이 소송은 “댐으로 인한 유사량의 감소는 5%”라고 주장한 수공의 승소로 이어졌지요. 한편 법정에 제출된 참조 그림은 지난해 국정감사기간 중 심상정의원에게 제출한 2015년 9월 25일자 문서에도 토사유입량과 유출량의 변화라는 제목으로 들어가 있습니다. 차이점은 법정 제출그림은 유사조절지 14.8만㎥ 모래가 지자체활용이라고 명기되어 있는데 국감 제출에는 이 표기가 빠져있는 것 정도이고 5%는 변하지 않습니다. 댐으로 인한 하류변화라는 중대한 사안에 대해 국토부와 수공이 내세웠던 중요한 수치가 어느 날 돌변하는 이 한가지만으로도 수공을 믿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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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자원공사의 내성천 토사유출량과 유입량의 변화그림. 2015 
언론보도를 통해 국민에게 말한 내용을 법정에서 뒤집었음에도 승소한 자신감 때문일까요? 이날 설명회에서 수공측은 다시 다음과 같은 뜻밖의 주장을 합니다. “수공에서 영주댐을 건설하고 나서 유사대책은 그런(지자체의 준설)부분을 추가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유사조절지를 설치해서 기존 지자체에서 준설했던 부분에 대해서 해당되는 양 만큼을 유사조절지 상류의 유사를 활용해서 내성천 하류에 공급되는 유사감소를 최소화하겠다는 방법이다” 

법정소송에서는 14.8만㎥/년의 모래를 지자체가 활용한다고 밝혔는데 이 자리에서는 유사조절지 설치는 지자체 준설 등으로 인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계획된 것이라고 다시 말이 바뀐 것이지요. 시민단체 측에서 이 시설의 목적이 당초 다른데 있음을 환기시켰지만 오히려 우리나라 댐 중 유사조절지가 있는 댐이 있느냐고 반문합니다. 댐 하류 모래감소를 최소화하기 위해 댐 역사상 최초로 계획된 시설이라는 강변이겠지만, 이 대목에 이르면 참으로 얼굴은 붉어지고 할 말은 없어집니다. 그동안 영주댐을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영주댐이 갖고 있는 부정적인 최초의 기록에 댐 상류에서 모래를 원천 차단하는 반 생태적인 유사조절지와 댐 건설로 인해 국민세금이 2000억원이 넘게 투입된 철로이설비 등을 손꼽았었지요. 영주댐은 댐 때문에 철로이설과정에서 안동 학가산을 지하 26m에서 최고 250m로 5,999m를 뚫는 난공사인 북후터널 공사를 하였습니다. 이로 인해 73년 역사의 평은역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고, 옹천역도 70년을 유지한 터를 버리고 신호장으로 격하되어 자리를 옮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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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예술가 부부가 평은역 운행 마지막 날 이 역을 기억하는 퍼포먼스를 하려고 찾았다. 2013년 3월 / 박용훈

나중에 환경평가과 과장님이 유사조절지에 모래가 쌓이면 그 모래를 처음에는 영주시가 사용하는 그런 계획도 있었던 게 맞다고 말하면서, 이게 하천에 문제가 된다면 그것은 안 된다고, 전량을 어떻게든 하천에 포설하는 방법을 찾으라는 의견을 환경청이 낼 것이라고 정리하셨습니다. 말씀대로라면 아직 영주시와 협의된 내용도 아닌 듯합니다. 어쨌든 어떻게 수공 직원이 시민들에게 설명하는 공적인 자리에 참석하여 이 유사조절지에 대하여 환경영향평가가 담고 있는 내용과 어긋나고 법정에 수공이 제출한 자료와 반대되는 내용을 임의로 주장할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일관되게 이런 태도를 보여주는 한국수자원공사가 제시하는 데이터를 신뢰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3. 하상고의 변동이 없었다는 수공의 주장과 관련하여

이날 수공은 댐 건설 후 하상고는 거의 변하지 않았다, 또 식생유입 등 댐 하류에 나타나는 변화는 영주댐 때문이 아니다 라고 주장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에서 온 한 분이 제가 제시한 무섬마을 수도교 교각사진과 수공의 자료를 비교하며 어떻게 똑같은 자리인데 이렇게 내용이 전혀 다르게 나올 수 있느냐고 물었죠. (이날 수공이 2010년 국토부의 하천정비 기본계획 측량자료를 기준으로 2015년 4월에 하상측량을 실시한 결과는 서천합류 이후 약 8.2km 구간에 대해서 평균 약 9cm의 하상 상승이 있다고 분석한 반면 제가 제시한 수도교 자료는 2011년 6월과(2011년 3월이라고 잘못 말했더군요) 2015년 10월 두 자료는 약 1미터가량 모래가 빠진 상태였지요. 사진자료는 너무 분명하니 수공의 측량자료가 믿을 수 있느냐는 뜻이었겠죠. 수공측은 이에 대해서 “이 자료는 측량한 자료다. 측량을 의심한다면 더 이상 논의할 수 없다”라고 단언하였고 저는 “수공에서 만든 자료는 기술적으로 하자가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찍은 사진도 하자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저는 지금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강이 어쨌든 변했다는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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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섬마을 교각. 2011년 6월 박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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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 사진과 비교할 때 두번째 교각을 기준으로 모래하상이 약 1m 낮아진 것이 관측되었다. 2015년 10월 박용훈
제가 이렇게 말한 이유는 강의 가장 큰 특징이 변동성이기 때문입니다. 그 변동성의 변수는 강우, 골재채취 등 여러 가지입니다. 한 예로 무섬마을 일대를 볼까요? 제가 무섬마을을 처음 찾은 것은 2010년 여름입니다. 강변이 조금 거친 정도였는데 마을의 한 노인으로부터 그 해 하류 쪽에 골재채취를 하면서 모래가 많이 빠져나갔다고 들었습니다. 2011년 5월 중순에 영주지역에 175mm의 비가 한꺼번에 내리면서 모래가 다시 공급되어 무섬마을은 제가 본 가장 좋은 모래상태를 보여줬습니다. 물론 마을 어른들의 말을 들으면 모래밭이 가장 좋았던 때와는 비교하기 어렵겠지요. 6월까지 두 번에 걸친 큰 비에 훼손되었던 가물막이 댐이 8월에 보았을 때는 다시 복구되어 여름에 강의 큰 흐름을 완전히 막았고 영주댐의 본격적인 축조를 알리는 정초식이 있던 그해 9월부터는 무섬마을의 모래톱이 넓게 거칠어지는 것이 강변을 따라 목격되었습니다. 이런 모습은 2010년 여름 이후 처음 목격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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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의 큰 비에 훼손되었던 가물막이댐이 복구되었고 강의 큰 흐름을 완전히 막았다. 2011년 8월 박용훈

아시는 것처럼 2012년에 들어서면서 댐 상류에서 극심한 골재채취가 시작되어, 강을 막았건 안 막았건 사실상 댐 하류로 내려갈 모래가 거의 없었고 당연히 하도의 모래입도가 굵어지고 모래톱이 깎여나가는 것이 관찰되었습니다. 이런 현상은 강화되다가 2014년 10월 하순 하루에 100mm의 비가 영주지역에 내린 후에 중류 일대에 모래 상태가 일부 좋아진 것이 보였고 우래교 일대도 모래가 공급된 것이 관찰되었습니다. 이듬해인 2015년 3월에 댐 직 하류인 미림교 일대를 이전과 비교하는 사진작업을 했을 때 모래가 다시 일부 돌아온 것을 보게 되었고, 이곳은 서천 상류이기 때문에 이 모래는 댐 상류로부터 온 것이지요. 극심하게 준설했지만 동시에 그 수년간 강이 상류로부터 계속 모래를 공급받아 그 웅덩이들을 상당부분 채우고 다시 그 일부를 댐 아래로 내려 보내기 시작한 것입니다. 아마 강이 전면적으로 열려있었다면 이런 복원의 모습은 좀 더 분명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댐이 강을 완전히 막은 상태였다면 그 모래는 내려올 수 없었겠죠. 앞으로 우려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2015년 봄부터는 댐 본체의 비상수로를 막는 작업이 목격되었고, 10월 초순 보고서 <내성천 모래지도를 그리다> 작업용으로 미림교 일대를 기록하려 했지만 이 일대의 제방 보강공사를 하면서 하상이 훼손되어서 작업하지 못했습니다. 11월 초순 우래교 일대에서는 하도경계를 중심으로 모래가 다시 상당히 거칠어지는 것이 관찰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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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림교 하류의 모습. 2011년 6월 박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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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자리 - 모래가 빠지면서 돌이 드러난 미림교 하류모습. 2014년 5월 / 박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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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자리 - 돌이 드러난 미림교일대에 다시 모래가 일부 들어왔다. 2015년 3월 / 박용훈
이런 내용은 (이번에 전해드린) 생태지평이 2015년 11월 발행한 보고서 <내성천 모래지도를 그리다>에도 실려 있습니다. 보고서에서도 2010년 여름부터 육안으로 볼 때 가장 상태가 좋았던 시기는 2011년 5월 중순이후로 보인다고 언급했는데, 이때 작업했던 맞은 편 야산 자리는 이후 잡목이 많이 자라서 비교작업을 포기했고, 2011년 6월에 교각을 기록한 사진으로 지난해 보고서 게재용 비교작업 한 것을 이번 설명회 때 보여드린 것입니다. 참고로 무섬마을은 2014년 여름 모래톱에 풀이 들어온 이후 지속적으로 트랙터로 모래톱을 손본다거나 축제 때 일부 모래톱에 손을 대는 등 인위적인 개입이 계속 있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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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류 석탑교 상류 모래톱이 거칠어진 모습. 2013년 4월 박용훈
길게 설명한 과정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제가 본 내성천의 강 하상은 어떤 변화의 경향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강이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여러 변동성 때문에 변화경향의 축을 따라서 위아래 양방향의 침식과 퇴적을 반복합니다. 이 상하로 운동하는 곡선에서 특정 시점 두 곳의 하상고를 비교하면 전체의 경향과 상관없이 같은 자료가 나올 수 있습니다. 2010년 국토부 자료를 기초로 2015년 수공이 수도교를 측량한 자료는 기술적으로 하자가 없다고 제가 말한 것은 이런 뜻입니다. 그런데 이것은 어떤 경향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수공이 이날 첫 측량을 2014년에 했다고 언급한 것처럼 계속 변동성을 보였던 강에 대해서 해당 시기에 대한 데이터를 스스로 갖고 있지 않다면 이 단 두 시점의 데이터로 강이 어떻다고 정리하는 것은 “수자원을 종합적으로 개발 · 관리”하는 것을 본업으로 하는 수자원공사로서는 바른 태도가 아니라고 봅니다. 수공 측량자료 그 자체는 틀리지 않았다고 해도 앞에서 말씀드린 여러 이유로 인해 그것을 가지고 강 하상고가 변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오히려 제 사진은 2010년부터 2015년 4월 사이 강이 가장 회복된 기준시점이 될 것이기 때문에 이에 기준해서 하상고의 저하여부를 보는 것이 조사의 취지에 맞겠지요. 측량의 속성이나 의미하는 바가 ‘정확성’이라고 해서 거기서 생산된 자료가 수공측이 말했듯 바로 ‘객관적인 자료’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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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돌이 드러난 예천 미호교 상류 강변. 2015년 10월 박용훈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해야 할 것은 댐 상류 강 본류의 댐 하류 강 전역에 대한 영향력 입니다. 댐 하류에도 화강암 풍화지대인 영주분지를 지나는 서천과 한천 등이 있지만 댐 상류에서 지속적인 골재채취가 행해지면서 댐 하류로 유사 공급이 끊기고 댐 구조물로 강의 정상적인 흐름이 영향 받는 가운데 중하류 일대가 크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댐 상류로부터 강물과 모래가 같이 흐르며 하류에 주는 영항력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입니다. 이를테면 몸의 중심인 목뼈나 척추에 이상이 생기면 그것이 아무리 작아보여도 그것은 몸 전체에 영향을 줍니다. 강은 그런 것입니다. 단순히 댐 상하류 간의 유사공급 비율, 즉 숫자로 따질 문제가 아니고 강을 총체적으로 인식해야 함을 알려주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이렇게 강을 완전히 가로막는 댐이 가동되고 나서 댐 하류에서 일어날 현상을 영주댐에서는 골재채취라는 변수를 매개로 선행적으로 보여준 것에 대해서 수공이 이날 강의 변화에 대해서 주장한 것처럼 “(공사 중 막지 않고 내보냈는데) 그것이 댐 때문이냐”로 시비하는 것은 문제의 핵심을 비켜갑니다. 설명회자리에서 결국 서로 인정한 것처럼 댐이 들어서면 강이 변합니다. 강은 이미 변하고 있는데 숫자에, 그것도 매우 단편적인 숫자에 매달려 있는 것은 이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고 다시 이 강을 아름다운 모래강의 모습으로 되돌릴 수 있는 그리 많지 않은 시간을 그냥 낭비하게 합니다. 


4. 흰수마자 관련 입도조사 및 추가조사의 시기문제에 대하여

영주다목적댐건설사업과 관련하여 생태적으로 가장 민감한 사안은 한반도 고유 민물고기 중 4대강사업 이후 가장 심각한 멸종위기 상황에 처한 흰수마자 문제입니다. 설명회에서 지적된 것처럼 영주댐 환경영향평가서에서 흰수마자와 관련된 분석은 엉터리였습니다. 또 수몰예정지에서 과도한 골재채취로 이제 단 한 개체도 발견되지 않으며, 인공증식 방류 치어에 대해 댐 하류 일정 구간의 모니터링에서 방류치어 5,000마리 중 단 1개체만 최종 확인되었고 게다가 자연산 치어는 단 한 마리도 발견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내성천 흰수마자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한편 흰수마자가 가장 많이 발견되는 강인 내성천에 굳이 적지 않은 예산을 투입해 흰수마자 알을 인공부화하여 증식한 치어를 방류하였다는 사실이 흰수마자의 문제를 역설적으로 말해주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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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섬마을에서 모래성을 쌓고 놀던 가족이 모래 속에서 튀어나온 흰수마자를 손에 들어 보고있다. 2010년 7월 박용훈

영주댐 환경영향평가서는 어도설치와 관련하여 “유영력이 떨어지는 흰수마자의 경우 어도 이용 가능성이 희박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어도의 건설비용 대비 효율성에 의문이 들 것“이라고 기술하고 결국 영주댐에 어도를 설치하지 않았습니다. (어도설치의 기준이 특정 종에 국한할 수는 없다는 점에서 이 분석은 터무니없는 것이지만 어쨌든 흰수마자의 비중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수몰예정지의 어류에 대한 공사 시 영향을 검토하면서는 ”대부분의 어류는 유영능력이 높아 탁도의 영향을 심하게 받지 않는 수역으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습니다. 어도를 만들지 않을 명분으로 흰수마자를 내세웠지만 공사로 인한 탁수영향을 들 때는 정작 가장 주의 깊게 봐야 할 유영력이 떨어지는 흰수마자는 말하지 않았습니다. 환경영향평가서의 성실성 또는 신뢰성 수준을 엿볼 수 있습니다. 어쨌든 이 분석을 통해 어른 손가락만한 크기로 모래 바닥에 사는 흰수마자의 유영력이 다른 물고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것과 공사로 인한 탁도가 물고기에는, 특히 강바닥에 사는 물고기에는 치명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환경영향평가서는 댐 운영시 흰수마자 영향을 검토하면서는 흰수마자가 좋아하는 유속이 0.43~0.67m/sec 라고 밝히거나 “모래가 깔린 여울과 같은 매우 제한적인 미소환경에 국한하여 서식하고 있다”고 기술하고, 흘려보낼 하천유지용수의 관리유속이 4월에는 14.67m/sec로 표시된 월별계획표를 제시하면서도 (댐 운영시) “흰수마자가 선호하는 서식처의 유속과 하상구조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전혀 다른 방향의 결론을 내리고 있습니다. 14.67m/sec의 유속은 시속 52.812km에 해당됩니다. 높은 댐에서 물이 쏟아져 내리는 이 유속에 만약 수달이 휩쓸린다면 수달은 혹시 빠져나올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모래강이라는 점에서 흰수마자의 서식처든 하상구조든 온전하지 않을 겁니다. 흰수마자가 이 강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생물종이라면 당시 대구지방환경청이 도대체 어떤 태도로 협의한 것인지 전혀 알 수 없습니다.

댐 고시지역은 환경영향평가와 사후환경영향조사를 통해 여러 지점에서 다수의 흰수마자가 서식하는 것이 지속적으로 확인되었던 곳입니다. 당초 수자원공사는 대구환경청의 허가를 얻어 수몰지내에 서식하는 흰수마자를 전량 포획하여 이주시킨다고 계획하기도 하였었죠. 흰수마자는 사후환경영향조사 7개 지점에서 2010년 총 53개체, 2011년 94개체가 발견되었으나 골재채취가 극심하게 행해지기 시작한 2012년에는 28개체, 2013년에는 15개체만 발견되는 등 점점 감소하다가 2014년 조사에서는 골재채취가 이뤄진 수몰예정지에서 한 개체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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댐 수몰예정지에서 좁은 수로만 남긴 채 흰수마자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행해진 준설. 2012년 2월 박용훈
흰수마자의 서식기반인 강 하상에 대하여 수몰예정지에서의 지속적이고 과도한 골재채취와 그로 인한 수중 탁도가 끼치는 치명성, 환경영향평가서에서 언급한 흰수마자의 좋지 않은 유영력, 골재채취 이후 농사에 지장이 생겨 설치된 수몰예정지 하천 바닥의 철책보로 인한 상·하류간 이동장애 등을 고려한다면 우선적으로 폐사가능성을 고려해야 하지만 수공의 분석은 연차적으로 내성천 하류 인접 낙동강 본류지역으로 모두 이동하였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환경영향평가에 포함되지 않은 골재채취가 이미 흰수마자의 여러 서식처가 확인된 댐 고시지역에서 영주시에 의해 4년간 무분별하게 행해졌고, 댐건설사업 주체인 국토부가 준설을 허가하였으며, 흰수마자를 이주시킨다는 계획까지 갖고 있던 수공은 4년간 보기만 했고, 대구지방환경청은 (이미 한 개체도 발견되지 않는 시점인) 2014년에 영주시의 골재채취를 중단시켰다고 하였지만 이 구조적 폐사 가능성에 대해서 아직 실태조사는 시작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수몰예정지의 구간이 대략 17-18km 정도 된다고 볼 때 이 광범위한 공간에서 4년이라는 긴 기간 동안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이 사안은 혹시 근래 법적보호종 관리문제와 관련된 가장 큰 사건이 아닐지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책임문제가 정리되고 유사한 재발방지 대책이 강구될지 지켜봐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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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재채취 이후 댐 수몰예정지에 설치된 철책보의 모습으로 농어촌공사에서 관리한다. 2014년 7월 박용훈

댐 하류지역 흰수마자 문제의 심각성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인공증식 치어를 방류한 후 모니터링 과정에서 제기되었습니다. 치어가 보이지 않는, 즉 성체는 아직 그런대로 살 수 있지만 치어는 살기 어려운 환경이 되었을 가능성이 있는 이 심각한 결과는 지난해 가을 국정감사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심상정 의원에 의해 지적되어 관련 모래 입도조사를 대구지방환경청장에게 요구하였고, 유청장님이 수용하여 조사가 이루어졌습니다만 조사방식의 심각한 문제점이 지난 설명회 때 지적되었습니다. 

말씀드렸던 것처럼 이 조사는 조사방식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사전 모임에서 시민사회에서 참여한 어류전문가는 지점별로 격자 식으로 나누어 전수조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였지만 수자원공사와 대구환경청은 결국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지점별로 흰수마자가 서식하기에 적합한 미소서식지에 대해서만 2014년 조사와 비교하는 방식으로 조사하였습니다. 대구환경청에서는 이날 시간의 문제를 들었지만 흰수마자가 서식하기에 적합한 좋은 자리만 조사하겠다고 고집하는 것은 역설적으로 상황이 그리 좋지 않음을 보여주는 의미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한편 이런 일방적인 조사방법을 택했음에도 불구하고 설명회 때 지적된 것처럼 상당수 조사지점에서 1mm 이하의 고운 모래비율이 지난 2014년 조사보다 7.1~14.7% 포인트 정도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고, 1년4개월만의 조사에서 이 정도의 변화가 나타난 것은 결코 작은 변화라고 볼 수 없습니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이날 한국교통대학교 장창래교수님은 입도에 대해서 “전체 평균을 봐서는 큰 변화가 없다”고 분석하였습니다(이 부분은 뒤에서 따로 의견을 드리겠습니다).

멸종위기에 처한 흰수마자 문제와 관련하여 이날 토론하면서 환경평가과장님은 댐이 지속적으로 흰수마자에 끼치는 영향을 인식하면서도 올해 계획하는 흰수마자 관련 조사와 담수를 별개로 말하셨습니다. 수공과 입장이 별로 다르지 않아보였습니다. 담수를 하고 안하고에 대해서는 환경청이 관여할 일이 아닌 듯 말하였지만 이날 수공 측은 시험담수과정에 대해 설명하면서 “담수를 한다면 적법한 절차에 의해서 관계기관 협의, 그 다음에 저수지 사용승인 그런 어떤 절차에 의해서 시행”함을 언급하였습니다. 적법한 절차에 의한 관계기관과의 협의는 당연히 환경 관련 사안에 대한 대구지방환경청과의 법적 협의일 테니 흰수마자 문제는 이 법적 협의의 중요한 대상입니다.

이날 대구지방환경청은 담수는 하고, 댐 영향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하였지만, 댐도 가동하고 그 영향도 최소화하는 그런 방안은 세계 댐 역사상 없다는 것도 잘 아실 겁니다. 그런 신통한 방법이 있었다면 독일 등 유럽연합이 21세기로 들어서는 문에서 “모든 하천을 자연스러운, 또는 자연에 최대한 근접한 형태로 되돌리는 것”을 주요 목적으로, 하천생태의 발달을 촉진하기 위해 “2015년까지 인위적인 설치물을 모두 제거”하는 등 EU 각국의 실천을 규정하는 내용을 담은 「유럽연합의 물관리 기본지침」을 제정할 필요가 없었을 것입니다. 참고로 2015년 9월 29일자 한겨레신문은 “멸종위기종 ‘흰수마자’ 낙동강 본류서 사라졌나”라는 제목의 기획보도에서 “흰수마자를 지키려면 훼손된 서식지를 다시 회복시켜주는 방법밖에 없다. 아무리 많이 부화시켜서 내려 보낸다 해도 살아갈 서식지가 없는 상황에서는 아무 의미가 없는 일” 이라는 담수어류 전문가의 말을 소개한 바 있습니다. “훼손된 서식지를 다시 회복시켜주는 것만이 흰수마자를 지키는 방법”이라고 이미 전문가는 밝히는데 담수와 조사를 별개로 구분하는 것은 환경부와 대구지방환경청이 한국에서 긴급한 멸종위기 상황에 처한 고유 민물고기 흰수마자를 지킬 의지가 전혀 없음을 보여주는 뜻으로 읽힙니다. 

자동차를 만들 때 악세레이터와 브레이크를 함께 넣는 이유는 차를 운전할 줄 모르는 삼척동자도 알 일입니다. 그리고 그 끝에는 생명의 문제가 있습니다. 사람들이 탑승한 비행기가 이륙 전 이미 기체에 여러 이상이 감지되었는데 어쨌든 사정상 가야하니 일단 비행기는 비행기대로 운행하고 나중에 조사는 조사대로 하겠다는 것은 전혀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역시 돈으로 따질 수 없는 생명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환경평가과장님이 설명회를 마무리하면서 언급하신 것처럼 내성천은 참 좋은 강입니다. 반드시 지켜서 후대에 그대로 물려주어야 하는 강입니다. 국민들과 함께 환경부가 해야 하는 일입니다. 이 강이 사라지고 이 강의 물고기가 사라져서 두고두고 국민들이 안타까워하면서 환경부의 존재 이유를 물어야 하는 것보다는 이 아름다운 강을 모두가 함께 지켜냈다고 말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우리 아이들의 아이들을 위해서 말입니다. 


5. 유황, 식생이입 등에 관하여

이날 참석한 한국교통대학교 장창래교수님은 식생이 들어오는 원인을 묻는데 대해서 1차적으로 유황의 변화를 언급하셨지요. 이날 장교수님은 유황이란 “흐름의 패턴의 변화”라고 정의하면서 하천에서 식생이 생존하는데 있어서 교란을 최대한 피해야 하는데 그 교란은 골재채취 등의 인위적 교란과 홍수나 가뭄 등의 자연적 교란이 있다. 그러면 왜 교란이 적었느냐에 대해서 하상이 저하되는 부분과 홍수가 적은 부분 두 가지를 볼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여기까지는 선후의 문제는 있겠지만 저도 일정부분 그렇게 생각합니다. (유황의 변화가 생겼느냐의 문제는 혹시 표현상 전달이 잘못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한 두 해의 가뭄으로 유황 자체의 패턴이 변한다고 보기에는 너무 이른 듯해서입니다) 

이산에 사는 한 농부가 2014년 여름, 풀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풀이 한참 자랄 때는 여름인데 그 여름에는 내성천의 (두터운) 모래밭도 건조하고 뜨겁기 때문에 풀이 지금처럼 무리지어 모래밭을 들어올 수 없다. 그런데 골재채취를 하면서 모래층이 얇아져서 풀이 들어오기 좋은 조건이 되었다” 학자는 아니지만 평생 강 옆에서 살아온 분의 관찰이지요. 모래밭에 풀이 못자라는 것은 물론 아닙니다. 다만 모래톱이 두툼한 제 모습을 갖출 때는 풀이 힘을 쓰지는 못하고 들어온 풀들은 우기 때 쓸려내려갑니다. 

여름 우기 때 큰 비가 오면 이동성이 좋은 모래톱은 떼로 이동합니다. 있던 모래들은 거센 물살에 쓸려 하류로 내려가고 그 자리는 위에서 큰물과 함께 내려온 모래들이 다시 차지합니다. 모래강은 그 과정에 모래톱에 조금씩 들어온 풀들을 모두 청소하고 본래의 자기 모습을 되찾는 것이지요. 소위 강이 홍수기를 이용해서 복원되는 것입니다. 수천 수 만년 모래 강이 자신의 형상을 유지해온 방식입니다. 그렇지만 순환의 과정에서 이탈한 모래에는 결국 풀들이 자리 잡고 나무가 들어서겠지요. 범람이 어느 시기 너무 높은 곳까지 모래를 쌓아놓는다면 이곳의 모래에는 시간이 경과하고 식생이 들어올 것이고, 홍수빈도가 다른 조건이니 사람들도 농지로 사용하게 될 것입니다. 

사실 비가 오지 않는 것, 그래서 건조함이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것이 풀에게 유리한 조건일 수는 없습니다. 수공은 “가뭄이 심해 모래유입이 적고 육화가 진행되는 것으로, 이 현상은 전국에서 벌어진다”고 말했지만, (설명회 때 보여드렸던 사진처럼) 섬진강 하류의 평사리 넓은 모래톱은 2014년의 전국적인 가뭄에도 하얀 모래가 가득합니다. 지난해 여름까지 이 일대에서 작업하였던 한 촬영감독은 올 여름에도 여전히 모래톱이 깨끗한 상태를 유지했다고 전합니다. 한편 골재채취가 심한 2012년과 2013년에 영주댐 수몰예정지에서는 이미 풀이 모래톱을 잠식하는 모습이 몇 군데서 목격되었습니다. 이것은 댐 하류에 풀들이 일제히 들어온 2014년 이전의 현상입니다. 

한편 장교수님은 이날 홍수가 적은 부분을 식생유입의 한 원인으로 보셨지만 지난해 12월 14일 면담 관련 기사에서 보듯 수자원공사는 식생 문제에 대해서 가뭄을 원인이라고 말해도 홍수라고 말하지는 않습니다. 강에서 홍수가 없었기 때문에 풀이 들어온다고 하면 그것은 앞으로 이 강에서 강의 복원력과 관련있는 홍수기능을 차단할 영주댐에 대해서도 같은 문제를 언급해야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가뭄과 홍수가 같은 듯 쓰여도 댐과 관련해서는 구분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댐 하류가 세굴되고 입도가 달라지며 풀이 들어오는 문제와 관련해서는 다음 논문을 참고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한국 수자원학회 논문집 제43권 제5호(2010년 5월) 「댐 하류 충적하천에서 식생이입 및 천이 – 낙동강 안동·임하댐 하류하천을 중심으로/우효섭 등 지음」 은 그 요지에서 “하천형태 및 하상재료 분석 결과, 댐 하류는 전반적으로 저하되었고 일부 구간은 최대 3m 이상 세굴되었다. 하상재료도 전반적으로 임하댐 건설 전 평균 1.5mm에서 건설 후 2.5mm로 조립화되었다. 댐 건설로 인한 하상소류력의 감소는 사주에 식생활착을 촉진시켰으며, 그 결과 사주의 식생이입률은 1971년 자연상태에서 8%수준에서 안동댐 건설 후 1988년에 25%로 증가하였다. 임하댐이 완공된 1992년 이후 사주 상 식생이입은 가속화되어 겨우 3년이 지난 1995년 사주 식생이입률은 43%가 되고, 그후 10년이 지난 2005년에는 74%까지 증가하였다 ” 기술하고 있습니다. 댐이 들어서면 댐 하류는 저하되고 세굴되며 풀이 들어온다는 이 분석에 ‘가뭄’은 언급되지 않고 있습니다. 

불행하게도 한국의 강들은 지자체의 골재채취 행위, 각종 하천정비사업 등에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노출되어왔고 여기에서 자유로운 강은 거의 없다는 것을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한국은 모래강이 잘 발달하였지만 18,000개의 크고 작은 댐이 강을 모두 끊어놓았고 더욱이 4대강사업으로 모래강이 대규모로 사라졌습니다. 수공이 “가뭄이 심해 모래유입이 적고 육화가 진행되는 것으로, 이 현상은 전국에서 벌어진다”고 말했는데 근래의 가뭄으로 모래유입이 적어서 새롭게 육화가 진행되는 어떤 모래강들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물론 인위적인 개입이 없는 자유로운 모래강 말이지요.  

장교수님은 내성천의 “(식생)문제를 비교할 수 있는 것은 서천이고 서천에 어떤 변화는 시민단체가 더 잘 알지 않느냐 그 변화가 거의 똑같은 패턴으로 (본류에도) 들어오고 있다”고 말하셨지만 그 서천에 최근 몇 년간 영주시의 하천정비사업이 어떻게 있었고, 강바닥에 하상유지공이 어느 정도로 촘촘히 설치되어 있다는 것까지 말하셨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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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가뭄에도 풀이 들어오지 않은 섬진강 하동 평사리공원 모래톱. 2015년 3월 / 박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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댐수몰예정지 금강마을 강변. 2010년 9월 박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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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자리-상류에서의 과도한 골재채취 후 2014년 여름 가뭄 이전에 이미 크게 풀이 들어왔다. 2013년 10월 박용훈
한편 저는 강의 생명성과 함께 사용되는 ‘유황’이라는 용어가 이 자리에서 언급되는 것에 조금 놀랐습니다. 유황의 문제를 다룬 <생명의 강/RIVERS FOR LIFE/샌드라 포스텔외 지음, 뿌리와 이파리> 이라는 책은 “하천이 지닌 일년 혹은 여러 해에 걸친 고수위와 저수위의 변동패턴”이라고 정의하는군요. 세계적으로 현재 하천관리에서 유황이 중요한 이유는 생명적인 이유때문이지요. 하늘을 나는 새든 또는 강안의 물고기이든 강에 의존하는 모든 생명은 특정한 강의 홍수기와 갈수기에 대해서 몸으로 기억합니다. 그래야 때를 놓치지 않고 번식을 하고 종족을 유지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서 내성천의 흰목물떼새나 꼬마물떼새 등 물새들이 장마가 오기 전에 부화를 마치려고 봄부터 부지런히 알을 낳고 품는 이유는 이 강의 유황을 알고 있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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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몰예정지 금강마을 상류 강변에서 부화한 꼬마물떼새 새끼들이 고라니 등의 이동으로 생긴 작은 모래구덩이에 들어가 있다. 2015년 6월 / 박용훈
또 어른 팔뚝보다 조금 작은 황어라는 물고기는 바다에서 지내다가 음력 2월이면 하구로 모여드는데, 이곳에서 민물에 적응하는 시간을 가지며 기다리다가 봄비가 지리산 계곡으로부터 맑은 물을 내려 보내기 시작하면 한꺼번에 섬진강을 거슬러 올라 수위가 잠시 높아진 지천에 알을 낳고 다시 바다로 돌아갑니다. 이 때 섬진강에는 가마우지들이 떼로 길목을 지키다가 오르내리는 황어들을 포획합니다. 황어나 가마우지 모두 강의 ‘때’ 즉 유황을 아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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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충분히 내린 이른 봄 바다를 떠난 황어들이 산란을 위해 수량이 풍부해진 섬진강 지천인 화개천을 오르고 있다. 박용훈

지금 시기에 유황이 중요해진 이유는 인간이 만든 댐 등으로 인해서 하천의 고유 유황이 파괴되고 강에 의지하는 생물종들이 어려움에 처하며 궁극에 멸종되기 때문입니다. 자연이 홍수 등을 통해 만드는 고수위와 저수위의 다양한 환경은 다양한 생물종이 존재하게 하는 토대입니다. 그런데 댐이 들어서면 이런 다양성이 사라지고 따라서 다양한 종이 사라지는 것은 이미 교과서 같은 이야기지요. 물론 댐도 가끔씩 한꺼번에 물을 쏟아 내리지만 그것은 유황만을 기억하는 강의 생명들이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댐 운영자의 결정에 따른 것이어서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킬 것입니다. 아쉽지만 장교수님은 영주댐 담수 시 유황의 관점에서 어떤 생태적 문제들이 생길 것인지 까지는 언급하지 않으셨지요. 

아마 이 강에 가보신 분은, 강을 천천히 걸어보신 분은 강안과 밖에서 모래가 만드는 다양한 그림을 보셨을 겁니다. 저도 자연의 강이 선물하는 이 모래그림을 좋아하는 사람 중 하나입니다. 설명회에서 장교수님이 ‘하상파’를 언급하셔서 저도 이런 그림을 만드는 물결을 하상파라고 하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장교수님은 “하나의 파안에서도 하상토 입경이 내려가는 쪽은, 흐름을 맞아서 내려가는 쪽은 가늘다”고 설명하고, 이번 흰수마자 관련 입도조사의 결과에 대해서 “하상토 입경이 조금 굵어지는 것은 포션의 문제이지, 그것은 충분히 조사자의 위치선정이라든가 실제 지형이 바뀐 점이라든가 그런 것에 의해서 충분히 많은 원인이 있고, 전체 평균을 봐서는 큰 변화가 없다”라고 정리하셨지요. 이에 대해서 시민단체 측에서 반발하고 고성도 조금 오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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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몰예정지 평은면 일대 흐르는 강물과 모래가 만드는 그림. 2010년 6월  박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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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몰예정지 평은면 일대 흐르는 강물과 모래가 만드는 그림. 2011년 5월 박용훈
저는 이 강을 6년 넘게 다니면서 많은 시간을 물이 흐르는 강안에서 보냈습니다. 당연히 바닥의 모래를 보는 시간이 참 많았고 그것은 즐거운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강안 여기저기에서 눈에 띠게 입도가 달라지는 것을 보아왔습니다. 우선은 강의 경계부위에서 상류에서 하류뱡향으로 이어지는 거친 모래들을 보았습니다. 또한 아마도 교수님이 언급한 ‘파’와 분명히 상관있겠습니다만 언제부턴가 뭉텅뭉텅 ‘잔돌’이라고 할 만한 것들이 무리지어 확산되는 것을 보았습니다. 같은 공간이라고 해도 바로 옆은 가는 모래이고 그 옆은 잔돌 또는 꽤 큰 돌들입니다. 강에는 일반적으로 이러이러한 현상이 있다가 아니고, 제가 본 내성천의 변화상황을 말하는 것입니다. 아래 우래교의 두 사진에서 그 차이를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모습들은 유감스럽게도 지금의 내성천에서 얼마든지 관찰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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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래교 하상 모래입도. 2015년 12월 9일 15시 07분 11초 / 박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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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래교 하상 모래입도(바로 옆자리). 2015년 12월 9일 15시 07분 14초 박용훈

앞부분으로 돌아가서 흰수마자 서식환경 실태파악을 위한 모래입도 조사를 격자방식으로 전수 조사해야 한다고 시민사회 쪽 전문가가 주장한 이유일 겁니다. 미소서식처만 조사하기로 한다면 미소서식처 주변에서 볼 가능성이 있는 이런 현상들은 모두 무시해도 되는 의미 없는 데이터가 되겠지만 그것을 객관성이 담보되고 현실을 반영하는, 강의 변화경향 여부를 잘 확인하는 ‘조사’라고 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장교수님이 아마도 근래의 내성천을 가보시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편 장교수님이 언급한 ‘유황’은 내성천 담수 시시비비가 있는 지금 흰수마자와 함께 가장 주목해야 할 단어라고 보입니다. 우선 환경영향평가서 등을 통해 영주댐 하류방류 유속이 가장 빠른 시기인(즉 물을 많이 내려 보내는) 4월부터 6월까지는 강변모래밭에서 멸종위기종 흰목물떼새를 포함한 물새들이 산란 및 포란을 하는 시기입니다. 물론 부실한 평가서는 이에 대한 시뮬레이션 분석이 전혀 없습니다. 영주댐이 깨뜨릴 내성천의 유황과 그로 인해 여러 생물들에 미칠 악영향에 대해서 늦었지만 반드시 조사해야 할 내용입니다. 물론 담수 전에 말입니다.


6. 영주댐을 왜 짓는지에 대하여

당연한 것이지만 설명회가 끝나갈 무렵 왜 영주댐을 짓느냐는 문제가 나왔습니다. 밤새 토론할 분위기는 아니어서 잠시 시시비비를 하는 정도였지요. 4대강사업까지 연결되어 시시비비 되는 것에 부담스러우실지 모르겠지만 4대강사업 22조 가운데 1조원이 영주다목적댐건설사업에 들어갔고, 영주댐의 명목상 주목적이 낙동강에 물을 흘려보내기 위한 사업이고, 이는 내용적으로 4대강사업이 낙동강 본류 준설과 8개의 보설치를 통해 달성한다는 사업내용과 충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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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에 물을 가득 담는 것이 지상과제이며 궁극의 목표였던 4대강사업 홍보지 내용 박용훈
4대강사업은 “깨끗한 물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1년 내내 일정한 양의 강물을 확보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합니다. 보는 물 저장량을 늘리고 수위를 적절히 조절해 수질을 개선하는 큰 물그릇을 만드는 일입니다”라고 하면서 낙동강을 파내고 8개의 보를 설치하여 6.7억㎥의 물을 확보하는 마스터플랜을 보여줬죠. 물을 많이 담는 것이 설령 맑은 물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해도 이미 낙동강은 강을 깊이 파내서 담을 수 있는 최대한의 양만큼 가득 담았으니 그곳에 물을 더 확보하기 위해 지천에서 더 물을 확보하는 것은 돈만 버리는 것이지요. 이를테면 이미 물이 가득찬 그릇에 계속 물을 쏟아 붓는 셈 인 것이지요. 세금을 이중으로 낭비하는 중복사업이라는 것입니다. 그것도 상류 쪽 강에 댐을 지어 강 하나를 통째로 훼손하면서 말이지요. 만약 많은 물이 곧 맑은 물이 되는 것이 아니라면, 강을 막아 물을 채운 본류사업이나 그 사업의 하나로 물을 더 확보하겠다는 영주댐사업은 결코 해서는 안 되는 사업이었던 것이지요. 유감스럽게도 4대강사업 후 낙동강 등에서는 덕지덕지한 녹조와 폐사하는 물고기와 큰빗이끼벌레 뉴스가 계속 올라왔습니다. 4대강사업의 효과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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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가득 담은 함안보-시민조사단이 찾았을 때 물을 내보내면서 녹조도 같이 흐르고 있다. 2013년 8월 박용훈

한편 영주댐사업의 주목적인 환경개선용수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자료가 2009년 「저널 물 정책 · 경제」 2009년 12월호에 당시 한국수자원공사 정책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이 「영주댐 환경개선용수부문 비용부담방안」를 발표하며 담은 <표3 환경개선용수의 효과>에 들어있습니다. 그런데 이 표에서 환경개선용수의 효과로 들고 있는 다양한 유속과 수심, 복잡한 물가의 형태, 하상의 보전, 강물의 토사운송 등은 갈수기의 저수위와 홍수기의 고수위가 자유롭게 보장된 댐이 없는 자연하천의 특징이지 강물의 자연스런 흐름을 인위적으로 통제하고 토사운반을 막아 댐 하류의 침식을 초래하는 댐이 가져오는 효과는 아니지요. 

영주댐 환경개선용수부문 비용부담방안 화면캡쳐 자료.jpg

<영주댐 환경개선용수부문 비용부담방안 화면캡쳐 자료>

한 예로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환경농업자연소비자보호부가 2005년 생산한 「가로물막이와 수력발전용 구조물의 강의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은 “댐으로 강물을 막기 전에는 강바닥에 크고 작은 물질이 뒤섞여 소규모의 모자이크를 이루면서 미소서식지 및 중간서식지의 생태가 다양하게 나타나지만 댐을 설치하면 이런 현상은 자취를 감추고 강바닥은 획일화된다”고 기술합니다. 독일연방환경부 학생용 교육교재에도 다음과 같은 내용이 들어있습니다 “자연에 근접한 하천의 특징 : 자연스러운 강줄기는 구불구불 흐르고, 물길이 방향을 바꾸기도 한다. 강기슭의 경사가 가파른 곳이 있는가 하면 낮고 원만한 곳도 있다. 강의 수심과 폭 그리고 물줄기의 방향이 변화무쌍하고, 자갈과 모래톱, 바위와 나무뿌리등이 존재한다. 강기슭은...”
(독일의 이런 하천관리에 관한 여러 자료는 4대강사업 때 임혜지박사님 등 독일교포사회가 정리하여 올린  http://www.hanamana.de 에 들어가면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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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유속과 수심 복잡한 물가형태는 자연하천의 특징이다 - 내성천 중류. 2011년 5월 박용훈

환경영향평가서 계획대로 영주댐에서 월별로 다른 수량의 물을 내려 보낸다고 하더라도 수공선임연구원이 환경개선용수가 가져온다고 언급한 유속다양화, 수심다양화, 물가복잡화는 8개의 보가 들어서서 “1년 내내 일정한 양의 강물을 확보”하는 낙동강에서는 불가능한 일이고, 수체적증가나 수면증가 등에 의한 효과 역시 낙동강 보가 담아두는 이상으로 증가를 가져올 수 없다는 점에서 불가능한 일이며 수질희석에 의한 효과 또한 많은 물이 좋은 물이라는 전제를 토대로 낙동강 8개보의 ‘큰 물그릇’이 이미 달성할 몫이어서 환경개선용수를 공급할 목적으로 만든 영주댐이 사실상 아무 효과도 가져올 수 없다는 것을 수자원공사 스스로 입증한 것임을 보여줍니다. 

한편 설명회에 참석한 수공측은 댐에 담은 물을 이용해서 항상 일정량을 하류로 보낸다고 말하였는데 잘 모르는 것이든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든 이것은 정확한 말은 아닙니다. 영주댐 사업타당성 조사보고서는 “갈수기에는 연평균 방류량을 공급하고, 수질 악화기에는 공급 가능한 추가 유량 공급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수질보전유량을 탄력적으로 공급하는 것으로 계획”하고 있습니다. 수질악화기에 공급하는 용수가 영주댐이 주목적으로 하는 환경개선용수인 것이지요. 사실 이 내용을 가만히 생각해보면 댐이 없는 내성천은 모래강이기 때문에 갈수기라고 해도 늘 일정한 양의 물을 낙동강으로 보냅니다. 홍수기에는 훨씬 많은 물을 보내지요. 그것은 강에 의지하는 생명들 입장에서는 고대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생태적으로 내성천은 이미 완벽하게 기능을 하는 강인 것입니다. 영주댐이 홍수조절용 기능을 목적으로 한 댐이 아니고(홍수 관련 편익은 고작 0.2% 뿐이죠) 강 생태계에 필요한 환경개선용수 공급이 주 목적이라면 댐이 없는 자연의 내성천만큼 이 역할을 완벽하게 할 수 있는 댐은 없는 것이지요. 즉 영주댐을 지어야 할 아무런 이유도 없는 것입니다. 만약 그것이 아니고 4대강사업으로 인해 생기는 부작용, 이를테면 강을 막아 강물이 거의 흐르지 못하면서 시도 때도 없이 녹조가 창궐한다든가 하는 그런 것을 해소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이것은 영주댐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고 낙동강 8개의 보를 해체하고 강을 흐르게 해서 해결할 문제이지요. 어떤 경우가 되었든 영주댐은 존재해야 할 타당성을 찾을 수 없는 댐인 것입니다. 

한편 대구 평화신문은 지난 해 12월 14일자 보도에서 ”이미경의원이 올해 국감에서 국토부 비밀문건을 통해 영주댐은 이명박 대통령 대선공약인 한반도대운하의 낙동강 유람선 수위조절용 댐 중 하나로 불필요한 댐이라고 밝혔다“고 하였군요. 이에 대해서는 관련부처의 해명 보도 자료도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이런 마당에 영주댐 담수협의가 진행될 수는 없다고 보여집니다.


7. 다시 막힘없이 흐르는 강을 꿈꾸며

“뮌헨시민들이 강가에서 쉬면서 여가시간을 즐기거나 물속에 직접 뛰어들 수 있는 공간을 만들려고 하였다. 결국 뮌헨시민들이 여름에 멀리 바다로 가지 않고도 도심내에서 물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2011년 12월 3일 방송한 ubc 울산방송 <태화강 모래의 비밀/연출 김태훈>은 독일 이자르강의 뮌헨 도심을 통과하는 8km 복원사업에 대해 뮌헨시 수자원 건설국장의 입을 빌려 이렇게 전했습니다. 2000년 10월에 발효된 「유럽연합 물 관리 기본지침」이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진 이 이자르강 재자연화사업이 만들어낸 풍경은 수십 년 전 한국의 수도 서울 한강에서는 이미 흔한 풍경이었습니다. 물론 한강뿐이 아니고 어디를 가도 크고 작은 모래강에서 어른들은 강가에 나와서 자리를 깔고 앉아 바람을 쐬며 쉬거나 누워서 모래찜질을 하고 아이들은 두껍아 두껍아를 외치며 모래를 갖고 놀고 물놀이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때 그 시절 강은 그런 것이었습니다.  

2008년 3월 어느 날 끝없이 펼쳐진 하얀 모래밭 가장자리를 걷는 사람들 저편 물가에서 철새들은 마지막 휴식을 취하거나 십여 마리씩 무리지어 이동하고 있었습니다. 강은 먼 저편인데 물이 안쪽까지 들어와 흐르는 작고 맑은 물줄기를 건너며 아이들도 수녀님들도 즐거워했습니다. 한반도 대운하가 가시화되면서 ‘내 탓’이라고 참회하며 100여 일 간의 강 순례 길을 나선 종교계 어른들이 낙동강 구미 해평습지를 지날 때 모습입니다. 이 순례행렬이 금강 공주구간을 지날 때 본 고마나루 넓은 백사장은 공주시민들이 아무 때나 편하게 나와 어른들은 솔 밭 그늘에서 쉬고 아이들은 백사장에서 뛰어노는 도시 한복판의 정말 환상적인 쉼터였습니다. 4대강사업이 시작되기 직전인 2009년 여름 낙동강 상주와 풍양을 잇는 상풍교를 건널 때 다리 아래 백사장에는 커다란 검정우산을 쓰고 누운 사람의 몸 위로 삽으로 모래를 쌓아주는 밀짚모자 쓴 털털한 옷차림의 동네 어른 모습이 보였고, 상주 도남서원 아래 길게 펼쳐진 백사장에서는 동네 어른 두 분이 막걸리 두어 통을 놓고 유유히 흐르는 맑은 강을 바라보며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뭉게구름이 파란 하늘에 크게 그려진 늦여름 남한강 여주 바위늪구비에서는 오누이가 맑은 여울에서 잠자리채를 들고 물고기를 잡겠다며 공을 들이다가 서로 물을 튀기며 시간을 보내는,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그런 풍경이 강을 수놓았습니다. 죽은 강을 살려야 한다면서 4대강을 온통 파헤치고 물을 가득 담아 한걸음도 강에 발을 들여놓을 수 없기 전까지 강은 그런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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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종단 생명의 강 순례 때 낙동강 구미 해평습지를 지나는 순례단. 2008년 3월 / 박용훈

2011년 5월말 제주도 곶자왈 작은학교 어린이 13명이 살던 섬을 벗어나 강을 찾았습니다. 일주일간 강에서 보낸 일정 중 아이들은 사흘 동안 운포구곡이라고 불리는 내성천 영주댐 위아래 강과 무섬마을과 다시 중하류 여러 곳을 걷고 즐겼습니다. 강에서 소나기도 맞아보고, 모래에 그림을 그리고, 평생 처음 강을 건너보고, 모래밭을 뛰고 강에서 서로 물장난을 치거나 둥둥 강물에 떠내려가 보기도 하면서 강이 무엇인지 몸으로 알고 금 새 강과 친구가 되었습니다. 그 즐거웠던 시간을 한 아이는 이렇게 글로 남겼습니다 “내성천아 안녕? 나는 너를 따라 오늘 걸은 다영이라고 해. 오늘 나는 너의 여러 모습을 보았어. 구불구불 휘어진 곳, 물이 되~게 맑은 곳, 물고기들이 사는 곳, 물살이 빠른 곳, 너는 정말 예쁘더라. 흘러가는 소리도 예쁘고, 물도 맑고, 많은 생물들과 함께 있어서 더 예쁘게 보였어. 앞으로 4대강사업 공사 때문에 힘들겠지만, 힘 내! 앞으로도 맑은 물과 밝은 소리 들려줘. 그럼, 안녕!” 밤하늘 은하수처럼 이 어린이의 마음속에서 두고두고 흐를 강은 그렇게 흘러가는 소리도 예쁘고 맑고 밝은 강이었습니다. 그렇게 아이들이 이 강을 찾고 또 찾아서 모두 마음에 맑은 강을 하나씩 담아갔습니다. 마음속에서 평생 자유롭게 흐를 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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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천 예천 개포면 일대를 걷는 곶자왈작은학교 어린이들. 2011년 6월 / 박용훈
지난 해 여름 어느 이른 아침 강변에서 새들이 한꺼번에 지저귀는 소리에 눈을 뜬 저는 일어나 천천히 강변을 걸었습니다. 그 일 년 전 늦은 봄까지도 그곳은 회룡포 일대에서 모래가 가장 고와 아이들이 강 안팎에서 놀기 좋은 곳이었습니다. 곱던 하상은 그새 거칠어지고 강변에는 풀이 올라왔습니다. 아직 이른 시간인데 한 가족이 모래톱을 가로질러 강으로 향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가장 먼저 아이가 실망에 찬 목소리로 외쳤습니다. “엄마, 풀이 잔뜩 들어왔어!” 아마 이 가족은 전에도 이곳에 와보았던 모양이었습니다. 가족은 여기저기 잠시 돌아보더니 오래 있지 않고 그곳을 벗어났습니다. 연초에 한 단체의 선생님을 보게 되었습니다. 내성천에 아이들을 데리고 해마다 왔던 단체입니다. “지난해 풀이 많이 들어왔던데 올해에도 아이들과 같이 강을 체험할 수 있을까요?” “아직은 그런대로 강에 접근할 수는 있겠습니다. 풀이 사람 키를 웃도는 한여름보다는 5~6월이 더 좋을 것 같기는 합니다” 이 땅의 어른들이 강의 자유로운 흐름을 가로막는 댐을 지었는데 강을 잃어버리는 것은 두고두고 아이들입니다. 물론 물새들도 살아가던 터전을 잃습니다. 

세계적인 하천 전문가로 한국의 강을 두 번 찾은 유럽의 하천전문가 한스 헬무트 베른하르트 독일 칼스루에대학교수는 ubc <태화강 모래의 비밀>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강은 어떤 것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강을 향해 다가갈 수 있어야 하고, 물속에서 뛰어놀 수 있어야 하고, 발을 담글 수 있어야 한다. 바로 한국의 모래톱에서처럼 이런 것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 강이다” 그는 2011년 여름 내성천과 낙동강 상류를 돌아보고 하류로 향하던 차 안에서 지도를 펼쳐 안내하던 저에게 내성천과 낙동강 상류를 손으로 가리키며 이렇게 말하기도 했습니다 “독일에서는 국립공원 감이다” 사실 이 말을 들었을 때 매우 슬펐습니다. 경천대에서 도남서원으로 그리고 다시 중동교로 이어지는 상주만 해도 어느 곳 하나 보물이 아닌 곳이 없었는데 그 아름다운 강변이 이미 모두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한편 그는 2014년 3월 다시 방한해서 낙동강을 돌아본 후 내성천에서 하루를 보냈을 때도 이 강을 좋아하며 안타까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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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천 중류 우래교에서 기자들과 강에 대해 이야기중인 베른하르트교수. 2014년 3월 박용훈

4대강사업이 한창이던 2010년 6월, 미국 환경계획계의 석학인 버클리대학교 랜디 헤스터교수가 내성천 회룡포 일대와 낙동강 상주 및 남한강 여주 일대 등을 돌아보고 국회에서 강연을 가진 적이 있습니다. 랜디 헤스터교수는 상주보 공사현장 관계자로부터 브리핑을 받기 전 공사 중인 강을 유심히 바라보더니 바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제 추측으로는 홍수조절능력, 식수 등의 이슈는 기존에 이미 있던 범람원 이용과 연관 지어 논의되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이것은 마치 공포영화와 디즈니랜드의 혼합 같습니다. 누군가의 공상, 정말 비정상적인 미래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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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이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던 낙동강 상주보 일대의 원래 모습- 모래를 공급하는 내성천의 전적인 영향권에 위치한다.  2009년 8월 박용훈

6월 23일 국회에서의 강연문 일부도 소개합니다. “미국에서 1960년까지 지난 3세기동안 미국 강의 생태는 댐 건설과 제방, 수로 직강화, 습지 메우기, 준설 등으로 꾸준히 손실되고 파괴되어 왔습니다. 이런 사업들은 일시적 그리고 단기적으로 이윤을 줄 수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장기적 비용이 공공의 이익을 훨씬 초과합니다. 미국은 이제 이런 손해비용을 실제로 깨닫고 있습니다...우리는 더 이상 댐을 만들지 않습니다. 우리는 더 이상 콘크리트 수로를 건설하지 않고 오히려 없애고 있습니다...이 그림은 캘리포니아 벤트라강의 메틸리야 댐입니다. 최근에 이 댐을 제거할 계획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이 사례는 수많은 사례 중의 하나일 뿐입니다. 이러한 댐 제거의 많은 경우는 어업을 보호하고 멸종위기종 생물을 보호하기 위하여 이루어지고 있습니다...한국에도 진짜 복원을 할 수 있는 많은 기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강을 원래 자연 상태로 되돌리는 것이 진정한 복원입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그가 보았던 내성천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그렇게 예쁜 강은 더 이상 과학자가 아니라 아름다운 경관이 사람의 마음을 울려서 시인이나 어린아이가 된 듯 느꼈고, 은퇴해서 여생을 보내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곳입니다. 특히 내성천의 모래사장은 너무나 자연적인 레크레이션을 만들어 주는 것이어서 어떤 건축가나 조각가도 그런 경관을 인위적으로 만들 수 없습니다. 미국의 수많은 강을 가보았지만 이 정도로 아름다운 강은 한두 군데 보았을 정도입니다. 한 인간으로서 이런 보물을 잃는 것은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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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룡포에서 강을 살펴보는 랜디 헤스터교수. 2010년 6월 박용훈

며칠 전 <숲으로 간 연어>라는 ubc 연속기획 태화강 다큐를 보았습니다. 2014년 여름 봉화 낙동강에서 아주 잠시 본 적 있는 김태훈PD가 연출한 다큐로 그해 가을에 제작한,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는 순환의 의미를 잘 살핀 좋은 프로그램입니다. 캐나다 프레이저강은 1,300km에 달하는 긴 강이지만 연어를 가로막는 어떤 인공구조물도 없어서 바다에서 600km 떨어진 이 강의 지천 아담스강에는 사카이 연어가 가장 많이 올라오는 때 사카이연어축제를 엽니다. 이곳 사람들은 연어가 알을 낳는 모습을 그냥 가만히 지켜보는 것을 축제라고 불렀습니다. 숲이 우거진 얕고 좁은 지천에서 물가에 앉아 연어를 두 손에 든 아빠가 아이에게 강에 도로 놓아줄까? 말하니 아이가 끄덕이고, 아빠는 다시 연어를 강으로 돌려보냅니다. 아이는 이 짧은 시간에 생명이 태어나고 죽는 모습을 경험합니다. 아름다운 숲속 물가에서 말입니다. 

사실 이 장면은 저에게는 문화적인 충격이고 부러움입니다. 한국의 강에서도 어느 시절에는 강과 숲이 함께 하는 곳에서 사람들이 이런 경험을 했겠지만 지금은 그런 곳들이 거의 파괴되었거나 또는 산업, 경제적 이유 등으로 한국의 강을 찾은 많은 연어들은 자연산란을 하지 못하고 강으로 올라오자마자 포획됩니다. 그래서 우리가 어느 방송을 통해서 연어의 소식을 접하든 그것은 연어가 다음 해에는 더 많이 올라오길 기대하면서 연어의 배를 갈라 알을 꺼내고 인공 수정하는 풍경입니다. 이듬해 또 그 이듬해 더 많은 연어가 올라와도 우리는 여전히 연어가 다른 생명들에게 베푸는 생의 마지막 공덕을 차단한 채 연어의 배를 가르겠지요. 왜 우리아이들은 캐나다의 아이들처럼 강을 품은 숲에서 모두에게 이로운 생생히 살아있는 생명의 축제를 체험할 수 없는 것일까요? 

올라오는 연어는 하구에서 바다사자와 물개와 곰이 먹고, 다시 강에서 곰과 독수리와 까마귀와 곤충들에게 몸을 내어줍니다. 곰이 숲으로 연어를 물고 들어가고 나무들이 그 덕에 잘 자랍니다. 연어가 많이 올라온 해에는 나이테의 간격이 넓어지고, 적게 올라온 해에는 간격이 좁아집니다. 그렇게 연어가 숲을 키우고 숲은 연어에게 대를 이을 자리를 내어줍니다. 일본에서 연어의 자연산란장으로 유명한 니가타현 무라카미시 미요모테강 어부들은 숲이 있다는 것이 강과 바다에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해마다 하구에서 40km 상류의 숲을 찾아서 너도밤나무를 심습니다. 아이들도 이 행사에 참여합니다. 너도밤나무들이 뿜는 체취가 강 흐름을 따라 내려가서 연어들이 자기가 태어난 강임을 알고 계속 올라와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습니다. 왜 이 땅에서 우리 아이들은 숲의 생명들과 강과 그리고 바다가 연어라는 물고기를 통해 하나로 연결되어있다는 것을, 아이들 자신을 포함해서 모든 생명이 다 이렇게 연결되어 있다는 생태적인 또는 종교적이거나 철학적인 눈을 뜰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없는 것일까요? 

서울대환경대학원장을 지낸 김정욱 교수님은 <나는 반대한다>에서 한국의 댐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합니다. “그동안 댐을 너무 많이 지어서 현재 한국의 대형댐 개수는 세계7위이다. 국토면적당 댐 밀도는 세계 1위이다. 정부는 2002년 국제댐위원회에 한국의 대형댐을 1,214개로 등록했다. 그러나 한국에는 물을 가두는 댐이 1만8,000개가 넘는다. 이 말은 곧 한국에서는 거의 모든 샛강, 개천, 강이 댐으로 막혀있거나 인공구조물로 물의 흐름이 차단되어 있다는 의미이다” 태화강 다큐가 말하듯 “숲이 연어를 키우고 연어가 숲을 만드는 공존”이 가능한 것은 당연히 연어가 바다에서 숲까지 가는 수백km 동안 연어의 길을 가로막는 그 어떤 댐도 없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아이들이 강과 숲이 만나는 곳에서 생명의 축제를 체험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한편 한국의 강들이 이렇게 꽉 막혀있는 것처럼, 이 땅의 아이들의 상상력도 지구에서 당연히 만나야 할 것들과 만나지 못한 채 갇혀있는 것은 아닐까요? ‘상상’이 무척 중요한 시대에 말입니다. 

지난해 가을 지인인 한 하천전문가로부터 뜻밖의 전화 한통을 받았습니다. 생태학을 전공한 한 유럽선교사가 교계의 일로 한국에 와 있으면서 내성천에 반했는데 댐 때문에 강이 변하는 것을 보고 동분서주하며 도움을 청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감사해야 할지 부끄러워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드리는 글의 일부분은 이번에 생태지평이 발행한 공동조사연구보고서 <내성천 모래지도를 그리다>에 실린 내용을 인용하였습니다. 긴 편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박용훈 드림



글과 사진 : 박용훈(초록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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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풍소식'은 초록사진가이자 생태지평 회원이신 박용훈 님이 사진과 글로 강 소식을 전하는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