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1월 6, 2016 - 13:56
[논평] 특혜 아니면 방안없는 경전철 사업, 지금이 재구조화 시점이다
박원순 시장이 추진하고 있는 경전철 사업이 지지부진하다는 소식이다.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동북선'의 경우에는 우선협상대상자의 핵심기업이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 차순위협상대상자와 다시 민자협상을 진행하고 있고 '면목선'의 경우에는 2015년 1년동안 제3자 공고를 진행했으나 제안자가 없었으며 '신림선'의 경우에는 작년 연말 착공이었으나 일정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고 한다. 또한 서부선과 위례신사선은 민자적격성 조사 중이고, 위례선과 목동선은 검토단계에 있으며 난곡선과 우이신설 연장선은 사업제안자도 정해지지 않았다. 사실상 제대로 되는 곳이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동당서울시당은 오세훈 전 시장에 의해 8개 경전철이 추진될 때부터, 민자방식의 경전철사업은 결국 재정부담의 시민전가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기존 버스교통망을 활용한 간선체계의 강화가 더욱 나은 대안이라는 점을 제안해왔다. 하지만 박원순 시장이 취임한 2013년 7월, 기존 8개 노선에서 확대된 10개 노선안이 발표되었고 사업비도 불과 1년만에 3조원 가량이 늘어났다(2012년 경전철 예산 5조원, 2013년 발표당시 8조원 규모). 특히 일방적인 요금인상으로 민자사업 논란을 불러일으킨 지하철9호선 사태는, 당장의 재정부담을 회피하기 위해 지하철을 민자사업으로 추진할 경우 어떤 사후적인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지를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이를 재구조화했다고는 하나 그 사이에서 갈팡질팡 피해를 본 것은 시민들이었고 애초 민자사업자로 참여했던 맥쿼리는 초기 투자금 환수에 내부차입에 따른 이자수익까지 더해 나간 후였다.
통상 민간투자사업은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재정 수요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이라고 말하지만, 실제 주요한 공공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사업에서 민간사업자가 손해를 보는 일은 없다. 당장 공항철도만 하더라도 적자가 심해지자 철도공사가 비싼 값에 다시 사들여 민간사업자의 부담을 줄여주지 않았던가. 이런 상황에서 '최소운영수익보장'과 같은 독소조항이 '위험분담BTO-rs' 방식이니 '손익공유BTO-a'라는 방식으로 재도입하려 한다. 말이 위험분담이지 사실상 위험 전가일 뿐이다. 이익이 나더라도 내부 차입 등의 비용을 증가시켜 실제 순이익을 축소하는 기업회계 방식은 수많은 민간투자사업에서 드러난 기법이다. 즉, 전혀 수익이 공유될 가능성이 없다.
이런 상황인데도 서울시는 10개 경전철 노선의 재검토는 하지 않은 채, 민간사업자에게 제공할 인센티브의 목록만 만지고 있다. 노동당서울시당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서울시는 2014년부터 민간사업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할 명목으로 '경전철 수익성 강화를 위한 내부 검토'를 진행해 왔다. 골자는 지하철 역내 시민편의시설보다는 수익시설의 비중을 높이는(현재 건설하고 있는 우이~신설의 경우에는 화장실을 줄여 판매시설을 늘리는 방안이 포함되어 있다) 한편 역세권 개발에 대한 권리까지 민간사업자에게 제공하는 방안 등이다.
현재 경제적 타당성 분석의 방법에 있어서도, 재정투자에 따른 B/C분석과 민간투자사업에 따른 B/C분석은 다른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편익자체가 민간투자사업으로 할 경우 더욱 높은 것으로 유도되었다는 뜻이다(각각의 근거 법이 다르고 이에 따라, 각각에 대한 투자평가 지침이 다르다). 이런 조건에서도 경전철 민간투자사업이 잘 되지 않는다는 것은, 과거에는 어땠는지 몰라도 지금은 경전철 계획이 타당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적어도 민간투자사업으로 추진할 만 하지 않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런 시장의 평가를 도외시한 채 추가적인 인센티브를 통해서 불꺼진 경전철 사업의 불씨를 살려보겠다는 것이 서울시의 의도라 한심하다. 다시 말하지만 지금 서울의 도시환경은 한번 가설되면 장기적으로 변화가 불가능한 경전철이 적절하지 않다. 또한 무인경전철을 골자로 하는 현재 계획은 점차 노령화되고 있는 대중교통 이용자의 안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경전철을 놓자고 버스노선을 줄이는 방식은 오히려 대중교통 중심의 도시교통체계를 만드는데 역행하는 처사다.
지금과 같이 민간투자시장에서조차 경전철 사업이 외면받고 있을 때가 경전철 계획을 전면적으로 수정하고, 대신 교통낙후지역에 대한 다른 대안을 고민할 수 있는 적기라고 본다. 때마침 2004년부터 시행된 서울시 버스준공영제 체계의 근본적인 변화와 더불어 서울지하철과 도시철도 공사의 통합도 진행되고 있는 올 해가 서울시 대중교통체계를 근본적으로 개편할 수 있는 적기라 할 만하다. 언제까지 지역 민원을 가장한 부동산 투기세력에게 끌려다닐 것인가. 참 답답한 노릇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