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신년 (丙申年)
: 밝을 병
펼칠 신
요즘 우스갯소리로 또는 비하의 뜻으로 그 어느 해의 이름보다 자주 들리는 '병신년'입니다.
병신년은 붉은 원숭이띠의 해라고도 하는데요,
이는 '병'이 붉은 태양을 '신'이 원숭이를 뜻하기 때문이랍니다.
새해를 맞아 큰 아이가 고 3이 되었습니다.
앞으로 펼쳐질 어마 무시한 여정이 안쓰럽습니다.ㅠ
길게는 사정상 계획하지 못하고 당일여행으로 어깨가 무거운 예비 고3을 위해 새벽부터 길을 나섰어요~
급하게 잡은 여행 일정은 전남 보성 일대였습니다.
율포해수욕장 (해수녹차탕) -> 벌교(아침 겸 점심) -> 녹차밭 (대한다원)
주로 편하게 휴식할 수 있는 여행 일정으로~
경남 김해에서 출발한 시간이 오전 5시 40분,
차 안에서 쿨쿨 자다가 눈을 떠보니 벌써 전남 보성에 도착했네요 ^^;
아직 시간이 일러서 혹시나 일출을 볼 수 있을까 작은 기대를 해봅니다.
오~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일출을 보여주는 율포의 하늘!
새해맞이 일출을 보지 못했던 우리 가족의 첫 해맞이가 되었답니다.
겨울바다에 둥둥 떠있는 백조 튜브가 웃음 짓게 합니다.
마침 썰물이 빠져나간 때라서 백조들이 반은 바다에 반은 갯벌에 앉아있네요 ㅎ
아마도 백조 튜브는 그 누구보다도 올해 여름을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아요.
아토피가 있는 아이들을 위해 이른 아침 일정으로 선택한 해수녹차목욕!
면역력이나 신경통 혈액순환 피부미용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소문이 나있거든요~
율포해수욕장에 위치하고 있는데, 보성 다**콘도에서 운영하는 곳과
보성군에서 운영하는 율포해수녹차탕이 있어요.
저는 진입로에서 오른 편에 있는 율포해수녹차탕으로 고고씽~
바로 옆 콘도보다 시설은 열악하지만 여유롭게 바다 전망을 보며 목욕하는 낭만이 있답니다. ^^
(참고 : 해수녹차목욕비는 만 7세 이상 육천 원입니다.)
율포 해수녹차탕 바로 옆은 율포 솔밭해변이 있답니다.
마침 '2016 보성차밭 빛축제' 가 열리고 있었는데요,
아쉽게도 아침이라 화려한 빛축제 행사장은 구경하지 못했어요. ㅠ
그저 전선을 연결해 놓은 조형물만 볼 수 있었다는...
보성차밭 빛축제는 율포 솔밭해수욕장 이외에도 다향각 및 차밭에서 동시에 열리고 있습니다.
주제는 차와 이순신과의 만남~
특히 율포 솔밭해수욕장에서는 이순신 장군을 스토리텔링, 다양한 빛 조형물을 전시 중이라고 합니다.
[사진출처 : 보성군 홈페이지]
사진을 볼수록 밤까지 머물지 못해 아쉽네요.
아침엔 일출을 볼 수 있는 기쁨이, 밤에는 빛축제를 구경할 수 있는 기회였는데 말입니다.
깨알같이 적혀있는 수많은 소망카드들
바람에 아름답게 나부낍니다.
바람에 실려 소원하는 일들이 하늘에 닿았으면 좋겠네요
거북선의 앞머리를 형상화했을까요?
이건 이순신장군의 투구를 말하는가 봅니다.
알고 보니 보성은 이순신 장군이 백의종군 시절 조선 수군의 재건과 군량미를 확보한
의미 있는 곳이며, 영화 '명량' 때문에 더 유명해진,
지금 신에게는 아직도 전선 12척이 남아 있나이다
라는 장궤를 올린 곳이기도 합니다.
아침부터 온천욕을 했더니 뱃속에서 요동이 칩니다.
보성에 왔으면 벌교 꼬막정식을 꼭! 먹어야 한다길래
검색 사이트에 가장 많이 올라온 식당으로 향했습니다.
식당에 들어서니 테이블마다 있는 꼬막 까는 집게,
이 집게를 어느 초등학생이 발명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
음~
기대를 너무 많이 해서인가요? 아님 이번에도 블로그 맛집 포스팅에 속을 걸까요?
그리 맛나다던 꼬막정식과 게장정식은 그저 그랬어요.
제가 식당 선택을 잘못 했었나 봐요~
흑...
벌교의 꼬막정식을 먹고 향한 곳은 대한다원 녹차밭입니다.
주차장에 내리자마자 녹차 아이스크림 한 컵부터~
시원하게 뻗은 삼나무 길
요즘은 뒤태 사진이 유행이라고 하네요~
초상권 보호에도 그만인듯합니다. ㅋ
이런 신발샷도 유행이라고...
삼나무 낙엽 위에서 찍었는데 참 폭신폭신했어요.
여러 영화 촬영지로도 유명한 대한다원의 차밭,
가족뿐만 아니라 연인들의 필수 여행코스이기도 하죠 ^^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차밭인 대한다원은 유일한 차 관광농원이기도 합니다.
대한다원 입장료는 성인 사천원, 청소년 삼천원~
십 년 전쯤에 보았던 저 나무가 기억납니다.
차밭 한가운데 서있는 작은 나무였는데 키가 많이 자랐네요.
그때 유모차 타고 아빠 품에 안겨있던 둘째 아이가 벌써 초등학교 6학년이 된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그 자리에 서있는 나무가 너무나 반갑습니다.
나만의 기억을 저 나무가 품고 있는 듯한 기분에 절로 지어지는 미소...
중앙 전망대에서 본 차밭
많은 사람들이 포토존으로 삼고 있는 중앙 전망대에서는
카메라 셔터를 마구 눌러대도 한 폭의 그림이 되네요.
차는 많은 것을 주는 듯합니다.
정갈한 차맛으로 입을 즐겁게 해 줄 뿐만 아니라,
차밭 이랑을 넘어 군무를 하듯 늘어져있는 차밭 풍경이 눈을 시원하게 해주네요.
산비탈, 선이 고운 능선은 날카로운 우리의 마음도 부드럽게 어루만져 주니
힐링한다...라는 말이 절로 새어 나오는걸요?
이른 새벽부터 서둘렀더니 겨우 1시가 조금 넘었습니다.
힘들게 전라남도까지 온 우리들은 집으로 바로 돌아가기가 아쉬워
즉흥적으로 또다른 곳으로 떠나봅니다.
과연 어디로??
한 시간 반을 달려 도착한 구례 IC,
아이들은 아직까지 어디로 가는지 모릅니다. ㅎ
엄마의 서프라이즈~
네~
요즘 구례의 명소가 되었다는 구례 자연드림파크에 들리기도 했답니다. ^^
바쁘게 달려가면 하루에 세 번 있는 견학 중 마지막 시간 (오후 3시)에 참여할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안내센터에 도착하니 마지막 견학 접수를 하고 있어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구례자연드림파크 견학비는 일 인당 육천원)
구례자연드림파크 견학은 가이드 설명이 곁들여져 생생한 생산 과정 견학시 많은 도움이 된답니다.
오늘 견학 가이드는 이금단, 김난이 조합원이 수고해 주셨어요 ^^
자연드림 시네마에서 아이쿱생협과 구례자연드림파크에 대한 영상, 해설을 보는 것으로
견학 일정이 시작되었습니다.
길지 않은 영상이라 지루하지 않아요~
토요일이라서 그런지 30여 명이 넘는 분들이 견학 신청을 하셨어요.
두 팀으로 나눠서 약 1시간 30분이 소요되는 자연드림공방 견학을 시작하였습니다.
제일 먼저 견학한 곳은 라면공방이었어요.
벌써 네 살이 다 되어가는 자연드림 라면공방의 숨겨진 이야기를 들으며
한 줄 기차처럼 긴 라면의 생산공정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답니다.
특히 아이들이 좋아했는데요,
밀가루 덩어리가 꼬불꼬불 라면이 되는 과정을 너무나 신기해했습니다.
가이드분이 내는 문제를 맞히면 맛있는 간식도 선물로 받았답니다 ^^
아빠, 엄마들이 격하게 좋아한 비어락하우스 견학
비어락은 수제맥주 공방이랍니다.
바이젠, 필스너, 페일에일 등 세 가지 맥주를 만들고 있는데,
생소한 맥주 이름이었지만 자세한 설명으로 조금은 알게 되었네요.
특히 남편이 귀 기울여 경청~ 역시 본능적인 관심사는 어쩔 수가 없나 봅니다.
비어락하우스 견학 후에는 수제맥주는 시음할 수 있는데요,
쌉쌀한 맛이 특징인 페일에일을 시음했답니다.
아이들은 사과 한모금을 주셔서 감사히 잘 마셨구요~
마지막으로 들린 곳은 우리밀공방
가이드분께서 이곳의 출입문은 음성인식으로 열린다고 설명,
다 같이 말씀해주신 출입문 비밀번호로 '자연드림' 을 외쳤더니 스르륵 열리는 문!
감탄사가 연발되는 가운데, 가이드분의 재치 있는 장난으로 밝혀져 한바탕 큰 웃음이 있었답니다.
덕분에 분위기가 화기애애 ^^
우리밀 캐릭터 밀랑이예요
여기는 우리밀공방 공식 포토존~ 가족사진 찍기 좋았어요.
자연드림 매장에 공급되는 케이크와 우리밀 찐빵 만드는 공정을 견학하고
우리밀 베이커리의 원료에 대한 설명도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답니다.
우리밀 공방 견학 후에는 맛있는 롤빵도 시식하구요~
견학을 마치고 안내센터에 이름표를 반납하면 라면 3종이 들어있는 선물을 준답니다.
견학비를 낸 식구 수대로 받아서 한동안 라면걱정은 안해도 될 듯!
집으로 돌아오기 전,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비어락 하우스에 다시 들렸어요.
구례자연드림파크에서 생산하는 물품으로 만든 라면, 만두 돈가스 등이 메뉴에 있네요.
화덕에서 갓 구운 피자도 맛볼 수 있어 굿굿굿!
등심돈가스와 라면으로 맛있게 한 끼 해결하면서 다음엔 꼭! 1박2일로 머물자고 약속했답니다.
늦은 저녁에 자연드림 시네마에서 재미있는 영화 한 편도 보고 말이예요~
좀 더 머물고 싶은 아쉬움을 뒤로하고 집으로 출발!
전남 구례에서 경남 김해까지 소요된 시간은 약 2시간이 조금 넘었네요.
힘들 것만 같았던 당일여행, 전남 보성에서 구례까지~
막상 다녀보니 그다지 피곤하지 않았어요.
(말하고 보니 운전자의 피로도는 안드로메다에 던져버린듯 ㅎ)
집에 돌아와 늦은 밤 생각합니다.
여행이란.
나에게, 가족에게 '숨' 을 주는 귀한 호흡이었어요.
한참 낯설던 아이의 팔짱을 스스럼없이 낄 수 있었던 화해의 시간을 주었고
참 좋다...라는 말을 수없이 내뱉어도 부끄럽지 않은 시간을 누리게 해주네요.
오랜만에 연애감성 풍기며 싱긋 웃는 남편의 모습도 가슴에 남겨준...
짧은 시간이라도 여행은 무언가를 선물로 준답니다.
여운이 제법 긴...
[출처] 당일여행 - 전남 보성에서 구례까지~|작성자 icoop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