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납을 통해 치유의 공간 만들다

평택오산 프로젝트모임 [품앗이수납]

 

집에 들어오기 싫다.”

너희 집은 지저분해서 가기 싫다.”

넌 왜 집을 이래 놓고 사니?”

 

당신이 이런 말을 듣는 다면 기분이 어떻겠는가?

사실이 그럴지언정 주부로써 좋을 리 없다.

이 불쾌한 말을 들은 이들은 얼마 전 품앗이 수납을 통해 만난 사람들이다.

집이 어느 정도 길래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아이들 있는 집이 그렇듯

정신없이 흩어진 장난감과 구석으로 쌓아 놓은 짐들이 빼곡한 것은

정리의 마음을 내려놓으면 순식간에 벌어지는 일이다.

치워도 치워도 제자리인 물건들 틈에 자신조차 포기해 버린 사람들...

그들을 만난 건 내게 우연히 찾아온 인연에서 시작 된다.

 

품앗이 수납이 뭐죠?

올 봄 조합에서 수납의 달인 까사마미 심현주씨의 수납강좌가 열렸었다.

평소 수납에 관심이 많던 지라 집안 정리 소모임에 대한 조언을 부탁을 드렸는데

이웃의 집을 돌아가며 정리하는 품앗이 수납을 해보라고 권유 하셨다.

 

심현주씨는 현장에서 수납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이 치유되는 과정을 보면서

자신의 재능을 나누기로 결심하고 품앗이 수납이라는 씨앗프로젝트를 시작하였다고 했다.

마침 곁에 있던 조합원이 이웃에 불치병이 있는 딸을 키우는 집인데 집이 방치되어 있어 돕고 싶다고 하자

심현주씨는 고민도 없이 바로 시간 내서 오겠다고 했다.

그 대답과 함께 품앗이 수납이 시작 되었다.

 

 

정리가 우선? NO! 소통이 우선이다


before

after

 

며칠 후 사전정리를 하러 대상자의 집에 들어선 순간.

탁 트인 거실과 방에 넘쳐나는 교구와 장난감을 보자 내가 뭐 하러 이 집을 온 거지라는 반감이 들었다.

그때까지 봉사라는 것은 형편이 안 좋은 집을 돕는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어서 인지 집주인의 성의 없는 태도는 정리하는 내내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하지만 수납 당일 심현주씨가 집주인을 대하는 것을 보고 많은 것을 느꼈다.

전문가이지만 절대 나서서 아는 척 하지 않았다.

집주인의 옆에 앉아 조용히 이것저것을 물어보며 조심스레 정리하는 모습이었다.

주인의 마음을 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우선해야 할 것은 집주인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라고 했다.

 첫 번째 집 수납 후 까사마미 심현주씨와 함께

 

 

그래 함께 해보는 거야

품앗이 수납 봉사 후 더 많은 조합원과 품앗이 수납을 해 보고 싶다는 생각에

연합회 프로젝트 모임에 신청해서 운 좋게 선정이 되었다.

때 마침 심현주씨가 세월호 피해 가족 집 봉사를 한 번씩 도우면서 좀 더 수납에 대해 배워보라고 했고

몇 번의 봉사면 우리끼리도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청천벽력의 일이 생겼다.

심현주씨의 늦춰졌던 멕시코행이 앞당겨 지면서 품앗이 팀은 사라질 위기에 쳐했다.

우리끼리 할 수 있을까?’ ‘그만둘까?’ ‘누가 우리를 믿고 같이 할까?’

여러 생각이 들면서 긴급회의를 한 결과 부딪혀 보자는 의견에 힘을 모았다.


before

after

 

공고를 내자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고 문의 했다.

하지만 개인적인 연락에는 바쁘다는 이유로 오지 않는 사람들이 많았다.

어렵게 품앗이 수납 대상자를 찾았고 걱정 반 두려움 반으로

두 번째 집 수납, 세 번째 집 수납까지 무사히 마쳤다.

어설프게 시작한 품앗이 수납은 1시간이라도 도와주러 오는 마음 따뜻한 조합원들과

품앗이 수납 팀의 노하우가 쌓이면서 각자의 영역에서 정리가 쉽게 되는 놀라운 일들을 경험했다.

이제 보면 앱~니다.’

 

엄마가 아프면 집도 아프다

심현주씨가 쓴 수필집이 있다.

 여자에게 마음정리가 필요할 때

이 책은 여자의 마음을 쪽집게처럼 잘 아는 공감과 위로의 책이다.

현장에서 다양한 삶을 사는 여성들을 만나면서 알았다 한다.

집이 지저분하고 정리가 되지 않는 것은

습관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문제라는 것을~

우리가 심란할 때 일이 손에 잘 잡히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품앗이 수납팀도 그 동안 배운 것은 수납기술보다 사람사이의 소통이었다.

수납을 하러 갔을 때 대상자들은 지쳐 보이는 모습이었다.

처음에는 자신의 집을 보여주는 것이 부끄러워 어쩔 줄 몰라 했지만

함께 앉아 옷을 개키며 도란도란 이야기 하다보니 마음 속 깊은 이야기가 끊임없이 나왔다.

그냥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그들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방 하나를 마무리 지을 즈음에는 활짝 웃는 얼굴로 변하기까지 한다.

그 얼굴이 참으로 예뻐 보였다.


두번째집 대상자가 품앗이 수납후 보내온 글

세 번째 집 대상자가 품앗이 수납 후 보내 온 글

 

품앗이 수납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낼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대상자들의 변화된 모습때문이었다.

눈도 마주치지 않던 첫 번째 대상자가

두 번째 집 품앗이 수납때 밝은 모습으로 도와주러 와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아픈 아이 때문에 집에만 있던 그녀가

지금은 문화센터에서 댄스를 배운다는 말에 다들 잘했다며 격려해 주었다.

당시 그녀는 우울증 증세로 심리치료를 받을 만큼 많이 힘들었는데,

정리된 방을 보는 순간 가슴이 뻥 뚫렸고,

그동안 받은 심리치료보다 확실히 자신의 마음을 치유해 주었다는 얘기에

품앗이 수납팀은 감동의 도가니에 빠져버렸다.

대상자들의 활동적이며 밝은 모습으로 변화된 모습이 가장 큰 보람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소통의 도구로 이어가기

12월 11일 아이쿱 활동연합회 '프로젝트 박람회' 사례발표 모습

 

품앗이 수납을 하면서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공감 해주고, 이를 통해 조금은 나아진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내년에는 마을모임에서 작은 소모임으로 계속 해 보면 어떨까 의논하고 있다. 

솔직히 우리 집을 깨끗하게 정리하고 싶은 마음으로 시작했던 수납! 

품앗이 수납을 배워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소통의 순간이

오히려 내 마음이 정화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내년에는 많은 사람들이 품앗이 수납에 함께하면서

이웃을 돌아보고 서로 소통할 수 있으면 참 좋겠다.

 

 

 

 

 

글.사진_박은주(아이쿱시민기자/평택오산iCOOP)

편집_용감한 마누라 (아이쿱시민기자/울산시민iCO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