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가슴 달래주는 목소리
- 세월호 청문회 2일차와 416합창단
세월호 청문회 2일차
청문회장인 서울 YWCA 앞의 모습입니다.
군복 입은 어르신들은 청문회 반대 시위를 하고
진실이 밝혀지기를 바라는 사람들은 추운 바람을 견디며 1인 시위를 하고.
어제 올라간 세월호 청문회 1일차 기사에서 보셨듯이
2일차도 참으로 답답했습니다.
제대로 질문하는 특별위원은 3명 정도밖에 없고
증인석에 앉은 사람들은 "모르겠다." "보고받지 못했다." " 나중에 알았다."라는 답변만 되풀이할 뿐이었습니다.
지켜보는 사람도 이리 답답하고 분통이 터지는데
유가족들은 오죽했을까요.
청문회장을 가득 채운 사람 중 절반 정도가 언론사 기자와 카메라였습니다.
이 중 몇 사람이나, 몇 대의 카메라가 제대로 기사를 낼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오후 6시쯤 휴식시간에 세월호 유가족 중 열두 분이 416합창단 연습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청문회장을 떠났습니다.
저도 그분들을 따라 416합창단 연습 장소로 따라가 보겠습니다.
명동성당 앞의 모습입니다.
따라가는 길, 00 백화점 앞에 세워진 커다란 크리스마스트리 장식을 보면서 유가족 몇 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트리에 커다란 노랑별을 달았으면 좋겠다."
"노란 리본을 여기저기에 달았으면 좋겠다."
"밤에 몰래 달아 놓을까?"
이젠 차량 지원금도 안 나오는지 차가 멈추면 얼른 내려서 밀라는 우스개 소리도 하셨습니다.
오늘 연습 장소는 한겨레신문사입니다.
원래 안산 합동분향소에서 하는데, 청문회 관계로 월요일인 연습 날짜도 미루고 장소도 이곳으로 했다는군요.
416합창단은 세월호 유가족과 평화의 나무 합창단원 8명, 총 25명으로 구성된 합창단입니다.
평화의 나무 합창단은 한겨레 통일문화재단 소속으로 8년 전에 창단했고
현재 100명이 활동하는 시민합창단입니다.
평화와 생명을 주제로 용산, 평택, 세월호 등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현장에 찾아가
노래로 힘을 보태고 있다고 합니다.
먼저 와서 연습 중인 평화의 나무 합창단원들은 컵밥으로 저녁을 해결하고 있었습니다.
평화의 나무 합창단이 쉬는 사이에 30분 정도 416합창단이 연습을 하고
저녁을 먹은 후 다시 9시 넘어서까지 연습을 했습니다.
오늘 연습할 곡은 총 3곡입니다.
'사랑합니다', '약속해',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올 하반기부터 공연이 많아져서 연습도 매주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20일, 29일, 30일에 공연이 있고
12월 마지막 날 밤에도 새해를 맞이하는 공연이 있다고 합니다.
저녁 식사 후 다시 연습할 때는 앞서 연습하던 평화의 나무 합창단원들과 함께 한 곡을 불렀습니다.
한 곡을 부른 후 평화의 나무 합창단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줄 선물이 있다며
평화의 나무 합창단 CD와 보조가방을 주셨습니다.
특히 지휘자 선생님이 유가족들에게 인기가 많아서 CD에 사인을 받느라 줄을 서기도 했습니다.
유가족 대표로 창현엄마가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 어제오늘 정말 열 받았는데 한 번에 풀리네요. 앞만 보고 달려왔는데 합창 연습하는 시간은 잠깐 쉴 수 있어서 참 좋아요. 힐링도 되고요. 여러분들이 저희를 정말 사랑해 주시는 것이 눈으로 보여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다시 연습을 시작했습니다.
밝은 분위기의 노래도 있었지만
'약속해'라는 노래를 부를 때는 유가족뿐 아니라 저도 눈물이 앞을 가려서 잠깐 카메라를 내려놓았습니다.
< 약속해 >
우리가 너희의 엄마다
우리가 너희의 아빠다
너희를 이 가슴에 묻은 우리 모두가 엄마아빠다
너희가 우리 아들이다.
너희가 우리의 딸이다.
우리들 가슴에 새겨진 너희 모두가 아들딸이다
그 누가 덮으려 하는가
416 그날의 진실을
그 누가 막으려 하는가
애끓는 분노의 외침을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우리 모두 행동할 거야
이마저도 침묵한다면
더이상의 미래는 없어
끝까지 다 밝혀낼 거야
끝까지 처벌할 거야
세상을 바꾸어낼 거야
약속해
반드시 약속해
매번 이 노래를 어찌 부르시는지...
밝은 곡인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를 부를 때는 안무도 새로 짜봤습니다.
안무를 따라 연습하다 보니 노래 부르는 것을 잊어버리게 되더군요.
밤 9시 반쯤 연습을 마치고
다시 보자는 인사를 나누며 헤어졌습니다.
아래 영상은 416합창단의 '네버엔딩스토리'와 '약속해'라는 곡입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사람에게 받은 되돌릴 수 없는 상처를
사람의 목소리로 위로받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세월호 참사가 제대로 밝혀질 때까지
끝까지 지켜볼 것이고
끝까지 함께 할 것입니다.
글. 사진 즉문후답 ㅣ아이쿱 시민기자 (한밭iCO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