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는 ‘보호’라는 이름의 인권 침해를 조장하지 말라.

(헌법재판소 2014헌마768 결정에 대한 논평)

2015. 12. 23. 헌법재판소는 청구인이 구 소년법 제33조(이하 ‘이 사건 조항’)가 1심 결정에 의한 소년원 수용기간을 항고심 결정에 의한 보호기간에 산입하는 규정을 두지 아니한 것이 청구인의 신체의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제기한 헌법소원심판 청구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렸다. 국회는 이 사건 조항이 가지고 있던 문제점을 인식하고 2015. 11. 12. 소년법을 개정해 제45조 제3항과 제47조 제2항을 신설하여 항고 및 재항고를 제기한 경우 원결정에 따른 보호처분의 집행 기간은 그 전부를 항고에 따른 보호처분의 집행 기간에 산입하도록 하였다. 국회에서 인권 침해의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소년법을 개정했음에도 불구하고 헌법재판소가 이 사건 조항이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린 것은 가히 충격적이고 매우 우려스럽다.

헌법재판관 5인의 다수의견은 이 사건 조항이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청구인의 주장에 대해 ‘소년보호사건에서 소년은 피고인이 아닌 피보호자이고, 소년원은 구금시설이 아닌 소년보호기관으로서 소년의 보호와 교육에 주안점을 둔 학교로서 기능하고, 소년원학교는 초·중등교육법에 의한 정규학교로 인정된다. 따라서 1심 결정에 의한 소년원 수용기간을 항고심 결정에 의한 보호기간에 산입하는 것은 보호처분의 본질에 비추어 오히려 부적절한 측면이 있다’고 하면서 ‘항고심은 보호의 필요성이 없을 경우 불처분 결정도 할 수 있고, 다시 보호처분결정을 하는 경우에도 이 사건과 같이 인용하는 경우에는 소년원 수용기간이 단축되고, 기각하는 때에도 그때까지의 수용기간이 전부 산입되는 셈이므로 그 불이익이 크지 않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판단은 형벌과 보호처분에 대한 형식적인 구분 논리에 사로잡혀 보호처분이 집행되는 실질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납득하기 어렵다. 소수의견이 지적하는 것처럼 소년법상 보호처분은 일정기간 소년원에 감금하여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고 반사회성 있는 소년에 대한 강제조치를 수반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형벌과 같은 효과가 있다. 특히 나이가 어린 소년들은 그 명목과 상관없이 자유의 박탈로 받는 충격과 공포가 상당하며, 소년원의 열악한 시설과 환경으로 인해 집행 과정에서 각종 가혹행위 등의 위험에 노출되므로 그 과정에서 또 커다란 마음의 상처를 받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조항은 원결정에 따른 보호처분과 항고 결정에 따른 보호처분을 전혀 별개의 것으로 보고 전자의 집행기간을 후자의 집행기간에 전혀 산입하지 않음으로써 소년의 항고의사를 위축시키고, 이로 인해 소년의 재판청구권을 중대하게 침해하여 실체적 진실의 발견에도 장애로 작용할 수 있었으며, 소년에게 사실상 죄질 및 책임을 초과하는 처벌을 부과하고 있어 책임주의 원칙에도 부합하지 못했다. 이는 또한 소년의 자유박탈은 최후의 수단으로서 최소한의 기간에 그쳐야 한다는 국제규범(「유엔아동권리협약」 제37조 b항, 「자유를 박탈당한 소년의 보호에 관한 유엔규칙(하바나 규칙)」 제2조)에도 어긋났다.

다수의견의 논리처럼 보호처분의 교육적 성격을 인정하다 하더라도 구금의 성격을 부인할 수는 없으며, 항고 결정이 날 때까지의 보호처분 집행 기간 동안 필요한 교정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그 기간을 항고 결정의 보호처분 기간에 산입하지 말아야 하는 논거는 될 수 없다. 또한 일각에서는 항고 결정이 날 때까지 소년의 비행성을 진단할 필요성이 있으므로 산입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있으나, 비행성의 진단이라는 것이 보호처분 집행과 본질적으로 분리되어 이루어질 수 없다는 점, 현실적으로 항고심 결정까지의 평균 기간이 2개월 정도이므로 그 사이에 소년의 비행성에 관한 상황 변화가 크게 이루어지기 곤란하다는 점에서 마찬가지로 설득력이 없다. 결국 이 사건 조항은 소년의 신체의 자유를 부적절한 수단으로 침해하면서, 그 실현하려는 공익적 취지가 불분명한 조항이었던 것이다.

다수의견은 이 사건 조항이 청구인의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소년원 수용이라는 보호처분은 도망이나 증거인멸을 방지하여 수사, 재판 또는 형의 집행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반사회성 있는 소년을 교화하고 건전한 성장을 돕기 위한 것으로서 그 차별대우를 정당화하는 합리적 이유가 존재하므로 청구인의 평등권도 침해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이 사건 조항은 헌법 11조에 명시되어 있는 사회적 신분에 따른 차별 대우이므로 비례의 원칙에 따라 평등권 침해 여부를 엄격하게 판단해야 함에도 다수 의견이 차별의 합리성 유무를 판단 기준으로 삼은 것은 헌법재판소의 기본 입장에도 반하는 것이다.

가사 완화된 기준으로 평등권 침해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다수의견은 신체의 자유 침해 여부 판단에서와 같이 청구인을 피고인이 아닌 보호의 대상으로 판단하여 차별대우의 합리성을 인정하고 있지만, 이는 위에서 설시한 바와 같이 ‘보호’라는 미명 아래 소년이 격리되어 생활하는 데서 겪는 현실적인 피해를 무시하고 있을 뿐이다. 또한 소수의견이 지적하고 있는 것과 같이 소년형사사건에 있어서 역시 보호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소년분류심사원 위탁 기간을 본형기에 산입하는 것과 이 사건 조항의 경우를 차별해야 할 합리적인 이유를 도저히 찾을 수 없으며, 보안처분의 일종인 치료감호기간을 형 집행기간에 산입하는 규정이 있는 점과 비교하여 볼 때도 역시 청구인에 대한 보호 목적만으로는 그 차별대우가 정당화될 수 없는 것이다. 다수의견이 들고 있는 ‘보호’라는 이유는 보호처분의 장기화로 인해 소년이 겪어야 하는 고통 앞에서 그저 공허할 뿐이다.

국회가 소년법을 개정한 내용과 이유를 충분히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헌법재판소가 이 사건 조항을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은 입법부의 진일보한 결단을 무시한 역행이라는 점에서, 아동 인권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낮은 인식 수준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결코 좌시할 수 없는 사안이다. 시민의 인권을 보호하는데 앞장서야 할 헌법재판소가 그 의무를 저버린 채 현실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오로지 ‘보호 목적’이라는 단어 뒤에 숨어 내린 게으른 판단에 대하여 심각한 유감을 표하는 바이다. 헌법재판소의 이러한 태도가 우리 사회의 아동 인권 현실에 악재가 될 수 있음을 경고하며, 앞으로 제기될 아동 인권 사안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진일보한 입장 변화를 강력하게 촉구한다.

 

2015. 12. 24.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아동인권위원회

위원장 김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