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원동 에코하우스  서평


영화 <노임팩트 맨>을 보면 뉴욕 대도시 한복판에 사는 젊은 가족의 투쟁기가 나온다.

그들은 더워지는 지구를 지키기 위해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해 보이는 삶을 살아간다.

즉, 전기를 쓰지 않고 일회용품을 쓰지 않는 등등의 삶을 1년 동안 사는 것이다.

처음엔 그들의 행동을 이해하기 힘들고 굳이 그렇게 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그들의 친구들과 이웃도 그랬다.

 ‘과연 계획처럼 1년을 잘 버틸 수 있을까’ 싶었는데

그들은 결국 성공했고, 그 이후에도 주인공 콜린은 지구를 살리는 환경운동가로서 살고 있다고 한다.

「망원동 에코 하우스」는 도시 속에 살면서 지구와 도시가 행복하기를 꿈꾸는 ‘레알’도시인을 위한 책이다.

<노임팩트 맨>에서 느꼈던 비슷한 감정이 들었지만,

책 속 배경 자체가 대한민국 서울이기에 더욱 실제적으로 와 닿는다.

저자가 제시하는 다양한 친환경 정보들을 참고하여 나도 따라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 책의 주인공이자 저자인 고금숙은 환경운동가이며 ‘88만 원 세대’이자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삼포세대’로 자신을 설명한다.

그나마 8년의 경력이 있어 월수입이 130만 원이 되었지만 서울에서 자신의 집을 사기란 하늘에서 별 따기다.

 다행히 부모의 도움을 받아 저자는 룸메이트와 함께 망원동에 지은 지 19년 된 연립주택을 사게 된다.

이 책에는 저자가 집을 구하게 된 배경에서부터 자신이 원하는 집을 구하고

만들어나가는 과정에 대해 친환경 정보와 함께 소상하게 나온다.

저자는 환경운동가답게 집을 고를 때도 ‘건강한 집, 좋은 집’에 대한 십계명을 가지고 그 조건에 맞는 집을 찾는다​.

 

<건강한 집, 좋은 집 십계명>

 

1. 빛의 가치 – 남향집을 선택한다. 그 이유는 해가 좋은 날 집안으로 깊숙이 들어온 햇살로 구석구석이 살균된다. 곰팡이나 습기가 생길 가능성도 낮다.

 2. 바람의 가치 – 바깥공기보다 실내 공기의 오염도가 더 높고, 오염 물질이 폐에 전달될 확률도 실외에 있는 경우보다 실내에서 천 배나 높다. 환기는 실내 공기를 깨끗하게 만드는 가장 효과적이고 간단한 방법이다. 맞바람이 치도록 창과 문이 마주 보고 있는 집이 좋다.

3. 뺄셈의 인테리어 –인테리어와 장식이 많을수록 유해 물질이 더 많이 나온다. 실내장식, 시트지, 새 가구 등에서 새집증후군을 일으키는 성분이 스며나올 수 있다.

4. 작은 집, 소박한 살림 – 넓은 집은 청소하고 관리해야 할 공간이며 많은 물건에 의해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가정용 화학제품도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성분이 들어있을 수 있다.

5. 흙에서 가까운 곳 – 땅에서 멀리 떨어진 초고층에 살수록 유산과 사산의 가능성이 높고 저층에 살수록 건강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6. 골목으로 들어가라 – 연구에 따르면 도로변이나 버스 정류장에서 멀어질수록 미세먼지 농도가 줄어드는데 10미터만 떨어져도 약 25%가 감소한다. 조용한 장점도 추가다.

7. 전자파를 피하라 – 주변에 고압선이 지나가거나, 집이나 근처 건물 옥상에 휴대전화 중계기가 꽂혀 있는지 살펴본다. 전자파는 <국제 암연구소(IARC)>가 인정한 발암물질이며, 고압 송전탑 주변에는 강한 전자파가 흐른다.

8. 라돈의 침입을 막아라 –건축자재로 쓰인 석고보드에서 라돈이 검출된다. 라돈은 방사성 기체로 무색, 무미, 무취의 성질을 가지고 있으나, 폐암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며 <국제암연구소>가 인정한 1급 발암물질이다.

9. 어둡고 깜깜한 밤 – 밤을 낮처럼 환하게 밝힌 도시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빛 공해에 노출되고 있다. 빛 공해는 멜라토닌 분비를 억제하는데, 멜라토닌은 성장과 수면주기, 체내 각종 분비선과 호르몬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 야간에 과다한 빛에 노출된 지역의 여성들이 그렇지 않은 지역의 여성들보다 유방암 발병률이 73%나 높았다고 한다.

10. 함께 살기

 

 

 

 

저자는 낡은 집을 친환경 집으로 만들기 위해 직접 친환경 정보를 찾고, 발품을 팔아가며 그에 적절한 제품을 고르고자 부단히 노력한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값도 저렴하고 간편한 친환경은 없다는 사실에 불만을 토로한다.

부자들은 원한다면 비교적 쉽게 친환경을 선택할 수 있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친환경이 사치일 수 있다는 것.

그럼에도 저자는 자신의 상황에 맞는 최대한의 친환경 집을 만든다.

물론 인간이기에 자신만을 위한 조그만 사치는 남겨두고 나머지는 뺄셈의 자세로 사는 것이다.

우리가 계속해서 전자제품을 사고 물건을 구입하면서

버리는 쓰레기도 많아질뿐더러 우리의 건강이나 지구환경에도 좋지 않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또한, 요리를 좋아하진 않지만 집밥을 중요하게 여기는 저자는 헬렌니어링의 소박한 밥상을 좋아한다.

 

 

<헬렌 니어링의 소박한 밥상 스타일링 7가지>

*참고문헌: 헬렌 니어링, 「헬렌 니어링의 소박한 밥상」

“부드럽게 먹지 말고 단단하게 먹자, 음식에서도, 생활에서도 견고함을 추구하자”

“스콧과 나는 생야채를 먹는 것을 식사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는다. 샐러드가 있어야 저녁식사가 완성된다.”

“가능한 한 살아 성장하는 상태에서 수확해 즉시 먹어야 한다.

자연은 우리를 위해 이런 먹거리를 준비해 주었다. 살아있는 음식, 즉 햇빛으로 익힌 음식이다.”

“튀기기보다는 끓이는 편이 좋다. 끓이기보다는 굽기가 낫고 그보다는 찌기가 더 낫다.

하지만 가장 좋은 것은 날것으로 먹는 것이다.”

“독성에 찌든 이 세상에서 안전한 식습관이란 바로 부패하지 않은 음식을 피하는 것이다.

썩거나 부패하는 것만 먹으라. 그러나 썩기 전에 먹으라.”

“비타민은 껍질 바로 아래 있다. 가능하면 통째로 조리하는 게 좋다.” 

 

 

이 책을 통해 ‘과연 도시는 지속 가능할까’에 대한 고민을 다시 한 번 해보게 된다.

지속 가능한 삶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윤리적 소비’만으로는 불가능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도시에서 생태적으로 산다는 건 친환경 제품을 구입하고 유기농 먹거리를 구입하는 개인적 실천만으로 해소될 수 없다. 동네를 움직이고 지역사회를 바꿔 내고 도시를 조금이나마 인간적으로 만들어야,

비로소 우리 삶의 형식이 바뀔 수 있다.”

한편, 생태적 삶을 위해 무조건 도시를 떠나는 게 아니라,

도시 속에서 생태적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는 저자의 모습이 아름답게 느껴진다.

중요한 건, 혼자서는 도시에서 지속 가능한 삶을 살기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저자는 ‘따로 또 같이’(개인의 삶의 방식을 존중하지만 함께 사는 것)의 정신을 강조했고,

지속 가능한 도시가 되기 위한 필수요건이 ‘공동체’에 있다는 귀결을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