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문제 해결을 위해 노동시장 구조개혁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경영계의 민낯이 드러났다. ‘사람이 미래다’며 어느 대기업보다 인재를 중요시 한다고 광고해온 두산인프라코어가 입사한지 몇 개월 안 된 20대에까지 희망퇴직을 실시해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앞에서는 청년을 위한다며 청년희망펀드에 30억을 기부하더니 뒤에서는 갓 입사한 신입사원들까지 희망퇴직 시키는 두 얼굴의 모습이 공개됐다. 또 이 회사는 희망퇴직으로 인력이 부족해 문제가 발생하자 회사를 떠난 173명의 노동자와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사용자들은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노동시장이 매우 경직돼 있어 경쟁력이 없다며 고용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해야 한다고 말해 왔다. 경영상 필요에 따라 해고를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끊임없이 주장해 왔고, 최근 들어서는 경영상 필요에 의해서 뿐만 아니라 저성과자에 대한 일반해고제 도입을 일방추진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두산인프라코어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이미 상시적으로 구조조정을 하고 있고 노동자들은 저항한번 못하고 맥없이 짤려 나가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올해 들어서만 네 번째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해고된 노동자만 850여명에 이른다.

 

그동안 정부와 경영계는 300인 미만의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노동시장은 유연하지만 대기업 정규직 고용이 경직돼 있어서 우리나라 노동시장 구조개혁이 시급하다고 말해왔다. 그런데 이번 사례는 그러한 주장을 보기 좋게 뒤집고 있다. 

지금까지 노동시장 구조개혁이 청년실업문제 해결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해온 정부와 경영계가 이번 사태에 대해 뭐라고 말할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기업들이 비정규직 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린다고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할리 만무하다. 있는 정규직도 자르고 비정규직으로 재고용하는 마당에 비정규직 기한연장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률을 높인다는 소리는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일이다.

 

기업들은 비용절감 외에는 관심이 없다. 양극화 해소니 청년실업문제 해결이니 하며 노동계를 압박하고 있지만 결국 기업의 본질은 변할 수 없다.

이번 사태를 통해 우리는 정부와 사용자가 추진하려는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이 결코 청년실업 문제 해결과 노동시장 양극화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없음을 똑똑히 보았다.

 

임금피크제를 실시하고 있는 은행권에서 불고 있는 희망퇴직의 칼바람도 임금피크제가 중장년층의 고용기간을 늘리기 보다는 임금삭감으로 조기퇴직의 압박수단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정부는 당장 일반해고 및 취업규칙 변경 지침 강행을 철회해야 한다. 노동개악 입법안 철회는 말 할 것도 없다. 지금도 노동자들은 구조조정의 쓰나미 앞에 맥없이 쓸려 나가는데 정부가 지침을 시행하면 더욱 더 많은 노동자들이 해고의 재앙에 직면할 것이다.

 

2015년 12월 17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