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국민은 집회ㆍ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대한민국 헌법 제21조 1항은 ‘모든 국민은 언론ㆍ출판의 자유와 집회ㆍ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헌법에 명시된 집회의 자유를 가지는게 2015년 대한민국 땅에서 이렇게 어려운 일인가?
지난 12월 5일 ‘백남기 농민 쾌유 기원과 민주회복 민생 살리기 범국민대회’(2차 민중 총궐기)가 3차례의 불허 끝에 간신히 개최됐다.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는 12월 5일 집회를 평화적으로 하겠다고 선포하고 집회신고를 했다. 경찰은 허가를 해줄듯 하다가 며칠 뒤 ‘차명집회’라며 불허방침을 내렸다. 11월 14일 1차 민중총궐기 주최 측의 차명이란 것이다. 이 무슨 코미디인가? 차명 집회라니.
12월 4일 법원이 합법 집회의 길을 터줌으로 집회가 성사될 수 있었고, 12월 5일 오후 3시 서울시청 광장에는 5만여 명의 시민들이 모였다. 수만의 시민들은 박근혜 정부의 복면시위 금지 시도에 저항하듯이 다양한 퍼포먼스를 준비했. 시민들은 가족과 친구와 함께 재미난 가면을 쓰고, 5대 종단은 평화시위 보장을 위해 앞장섰고, 연대회의는 시민들에게 셀프가면 제작을, 여성단체들은 평화 비둘기 모형을, 대학생들은 바람개비를 만들어 모였다.
5만여 시민들은 백남기 농민 쾌유를 빌며 모두 꽃송이를 손에 들고 ‘민주주의를 지켜내자!’ ‘백남기를 살려내라!’를 외치며 백남기 농민이 누워계시는 서울대병원까지 평화롭게 행진했다. 오직 가면과 손피켓, 꽃송이, 구호만이 거리를 메웠다. 차벽과 물대포가 없으니 시위대의 폭력도 없었다. 5만여 명이 2개 차로를 행진하다보니 대열이 길어져 시민들이 조금은 불편을 겪었으리라.
하지만 그 조금의 불편은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비한다면 기꺼이 감수할 수 있는 일일 것이다. 노동개악과 한ㆍ중 FTA로 노동자, 농민의 생존권이 위협에 처해지는데. 역사교과서 국정화로 학생들의 사고를 정부 생각대로 획일화하려 하는데. 정부의 폭력적인 물대포 때문에 백발의 농민이 생명이 위독한데......
몇 년 전 프랑스 파리를 방문했을 때 어느 날 지하철이 파업하여 파리 시민에게 ‘불편하지 않냐’고 물었다. “좀 불편하면 어떠냐? 저 사람들은 먹고사는 문제인데 내가 좀 불편을 참으면 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국민들이 살기 힘들다고, 정부가 잘못한다고 외칠 수 있는 나라가 민주공화국이다. 국민들의 목소리를 차단하기 위해 집회를 불허하고 차벽을 세우고 물대포를 쏘아댄다면 헌법 제21조 1항은 있으나마나 한 것이 된다. “얼마나 살기 힘들면 사람들이 주말에 쉬지도 않고 나왔겠나. 그걸 폭력시위로 매도하니 울분이 솟구쳐 참석했다”고 말한 어느 시민의 이야기에 박근혜 정부는 귀기울여야 한다.
분명한 것은 집회를 무리하게 막지 않으면 불법시위는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집회를 통해 국민의 요구를 알리는 것이 민주주의다. 정부가 이런 국민의 소리를 듣겠다는 태도만 있다면 집회를 막을 이유가 없고 집회를 막지 않으면 불법도 폭력시위도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는 12월 5일 평화집회를 통해 정부가 공권력을 먼저 행사하지 않으면 평화롭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똑똑히 보여주었다.
정문자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