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벌어진 살인극은 너무 끔찍해 절로 탄식이 나올 지경이다. 우리는 피해자와 유가족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

하지만 이 비극을 이용해 인종차별과 무슬림 혐오를 부추기려는 자들이 있다. 우리는 그런 자들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

인종차별주의자들과 우파들은 테러 희생자들을 내세우며 더 많은 제국주의 전쟁을 벌이고 무슬림 혐오를 부추기려 한다. 극우는 인기 상승 기회로 삼으려 한다. 저들이 희생자들을 그렇게 욕보이려는 것을 결코 좌시해서는 안 된다.

일부 정치인들은 난민들이 유럽으로 오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들려 할 것이다. 우리는 난민에 대한 아주 기초적인 사실, 즉 난민이란 폭력과 전쟁을 피해서 도망친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난민은 살인극의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다.

그 어느 때보다도 엄혹한 상황이지만 우리는 주저 없이 말한다 ― 난민은 환영받아야 하고, 유럽은 국경을 개방해야 한다.

일상을 마치고 휴식을 즐기려던 무고한 사람들을 살해한 일은 그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이런 식의 살인극은 반제국주의적 행동도 결코 아니다. 오히려 무슬림, 흑인, 아시아계 이민자들의 삶을 더 힘들고 더 위험하게 만들 뿐이다. 반면 전쟁광들은 더 기세등등해질 것이다.

이렇듯 이번 살인극은 결코 옹호할 수 없다. 그럼에도 이 사건이 특정한 맥락 속에서 벌어졌음을 봐야 한다. 식민주의와 제국주의가 지난 2백50년간 세계를 할퀸 결과, 서방 세계를 향한 광범한 증오가 쌓여 왔다. 게다가 15년 이상에 걸친 ‘테러와의 전쟁’은 1백만 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갔고 수백만 명의 고향을 파괴했다. 이에 대한 반발은 어찌 보면 예견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11월 13일 밤 파리에서 벌어진 참극과 똑같은 일들이 이라크,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팔레스타인, 예멘 등에서는 매일같이 벌어진다. 서방 정부와 그 동맹국들은 이런 나라들을 파괴하고 대량학살을 야기했다. ‘이라크·시리아 이슬람국가’(ISIS)는 서방이 중동에 제국주의적으로 개입하고 반혁명을 지원한 결과로 생겨 났다. 프랑스 전투기들은 벌써 두 달 가까이 시리아를 폭격하고 있고 이라크는 1년도 넘게 폭격 당하고 있다.

프랑스는 2013년 아프리카의 말리도 침공했다. 2009~13년 서방 국가들은 무려 8개국에서 군사작전을 벌였다.

2001년 9 · 11 테러와 마찬가지로 이번 파리 참극은 단순한 진리 하나를 상기시킨다. 제국주의적 대외정책으로는 자국 시민들을 전혀 지킬 수 없다는 것이다. 테러리스트들이 각국 정부와 그 나라의 평범한 사람들을 동일시하면서 되려 평범한 사람들의 안전은 더 위험해진다.

근본적으로 말해, 서방이 벌이거나 지원하는 전쟁과 그 전쟁에 대한 반발이 이번 파리 참극의 원인이다.

더 많은 폭격과 더 많은 무인 폭격기, 더 많은 탄압과 더 많은 살상은 더 끔찍한 테러 보복을 낳을 뿐이다. 미국과 함께 이라크를 침공했던 영국의 안보국(MI5) 전 책임자조차 이라크 침공 때문에 영국에서 테러 위협이 “현격하게” 증대했다고 인정한 바 있다.

지금 프랑스 정부는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를 근거로 프랑스 정부는 야간 통행 금지를 실시하고, 민간 주택을 임의로 수색하고, 언론을 검열하고, 영장 없이 가택연금 시킬 수 있고, 공공장소를 폐쇄한다. 이렇게 탄압을 키우는 방식으로는 결코 안전을 도모할 수 없다.

우리는 이번 파리 참극을 빌미로 난민, 이민자, 무슬림을 공격하는 것에 반대한다. 우리는 시리아 등 그 어떤 나라를 대상으로도 전쟁을 벌이는 것에 반대한다.

더 나아가 우리는 노동계급이 국제적으로 단결하고 투쟁해 파리 참사 같은 일이 일어날 조건을 낳는 제국주의와 자본주의 체제 자체를 끝장낼 수 있도록 헌신할 것이다.

2015년 11월 15일
노동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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