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문제연구소 | 2015-11-07 22:14:09 |
“대통령님 귀를 여세요” “한가지 역사교과서가 싫어요”
하루 종일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린 7일에도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집회가 서울 도심에서 이어졌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저지 네트워크’는 이날 오후 5시 30분부터 서울 청계광장에서 국정교과서 저지 범국민대회가 이어졌다. 1000여 명의 시민들이 범국민대회를 찾았다.
▲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시민들이 7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국정화 반대 집회를 하고 있다. / 김창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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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김무성·황교안·황우여·김정배는 을미오적”
범국민대회 무대가 설치된 서울시 중구 한국정보화진흥원 건물 앞에서 청계광장 입구까지 범국민대회에 참가한 시민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집회에 늦게 합류한 시민들이 인도까지 가득 메웠다.
범국민대회 참가자들은 노란색 우의를 입고 야광봉을 흔들며 “을미년 역사왜곡 을미오적 규탄한다”는 구호를 외쳤다. 올해는 을미년이다. 집회 참가자들이 말한 ‘을미오적’은 박근혜 대통령,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황교안 국무총리, 황우여 교육부총리,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이다.
발언 순서에서 김원웅 항일독립운동단체협의회장(전 민주당 의원)은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할 때 밝힌 이유 중 하나는 조선의 교과서를 빼앗아다 불태운 죄”라며 “이 시대에 안중근 의사가 살아 계셨다면 박근혜 정권을 처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순향 서울민주행동 상임대표는 “(박근혜 정권은) 자신의 정권 연장을 위해 역사와 민주주의를 짓밟는 나쁜 정권이다. 뻔뻔한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을 우리는 더이상 두고볼 수 없다”고 말했다.
▲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시민들이 7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국정화 반대 집회를 마친 후 행진하고 있다. / 김창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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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 관계자들에 이어 청년들이 발언에 나섰다. 경기대 학생 임승헌씨는 “우리가 틀리지 않았다는걸 알 수 있는 이유는 먼저 피흘리신 분들이 역사책에 똑똑히 적혀있기 때문”이라며 “우리가 맞다는 것을 믿고 계속 싸우자”고 말했다. 권명숙 서울청년네트워크 대표는 “역사학자 대부분이 국정화에 반대하고 국민 절반 이상이 반대하는데도 박근혜 정부는 국정교과서 고시를 강행했다. 국민 의사를 무시하는 정권이 독재 정권이 아니면 뭐냐”며 “정부와 여당은 학생들이 잘못된 역사교육을 받아 이 나라를 부끄러워 한다고 한다. 우리는 국민 의견 무시하는 불통 정권, 박근혜 정권을 부끄러워 한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서 국정화 저지 네트워크는 촛불집회 참가, 내짚 앞 현수막 내걸기, 한국사 국정화 반대 스티커 붙이기 등 일상적인 행동을 제안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저녁 7시경 집회를 마치고 “멈춰라 역사쿠데타, 멈춰라 노동개학” 등의 구호를 외치며 40여분간 행진했다. 시민들은 종각과 을지로 2가를 거쳐 전 국가인권위 건물 앞에 도착했다. 범국민대회 참가자들은 “14일 10만이 모이는 광화문 민중총궐기에서 다시 만나자”며 해산했다.
■ 학생들 “대통령님 귀를 여세요”
앞서 오후 3시엔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국정교과서 반대 청소년 행동’ 소속 학생 60여명이 5차 거리행동을 벌였다.
행동에 참여한 학생들은 교복 차림에 노란 우의를 입었다. 이들은 ‘대통령님 귀를 여세요’,‘한국사 국정화, 독재의 시작입니다’, ‘민주주의 역행하는 국정화를 철회해야 합니다’는 내용이 적힌 피켓과 현수막을 들었다. 학생들은 가방과 몸에 ‘한가지 역사교과서가 싫어요’, ‘다양한 역사교과서가 좋아요’라고 손으로 쓴 손바닥 크기의 노란 색지를 붙였다.
▲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청소년들이 7일 서울 세종로 정부청사 앞에서 국정화 반대를 요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 김창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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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발언대에 나선 학생들은 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고등학교 3학년 송모양은 “현재 한국사 교과서가 아이들에게 패배주의를 가르친다고 하는데, 우리를 N포세대, 달관세대로 호명하는 이 나라가 우리에게 패배주의를 가르친다”며 “바뀌어야 하는 것은 과거가 아닌 미래”라고 말했다.
고등학교 2학년인 또다른 송모양은 “어렸을 때 육영수 여사 평전을 읽었고 현 대통령에 호감이 있었기 때문에 국정교과서 주장도 금세 거두실 줄 알았는데 오산이었다”며 “국정교과서는 특정인의 사익을 위해 추진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고등학교 3학년 김모군은 “후배들에게 다양한 역사를 배우게 하고 싶어 3주 연속 거리 행동에 참여하고 있다. 1, 2년뒤 투표권을 갖는 우리의 의견을 정부가 무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청소년들이 7일 서울 세종로 정부청사 앞에서 국정화 반대를 요구하는 현수막 위에 손도장을 찍고 있다. / 김창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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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을 마친 학생들은 안중근 의사를 본따 “박근혜 정부는 민주주의 역행하는 국정화를 철회해야 합니다”라고 적힌 대형 펼침막에 지장을 찍었다. 빗줄기 때문에 지장이 번지고, 학생들이 준비해온 종이 팻말도 일부 찢어졌다. 하지만 학생들은 3시 50분부터 예정된 행진을 시작했다.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출발한 학생들은 세종문화회관과 종각역을 지나 광화문 광장으로 돌아왔다. 학생들은 행진하면서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국정교과서 청소년들은 반대한다”,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는 국정교과서 청소년들은 반대한다”는 구호를 외쳤다.
한편 이날 공교육살리기연합, 재향경우회 등 보수단체는 서울 광화문 KT사옥 등에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찬성하는 기자회견과 집회를 열었다.
백철·배장현 기자
<2015-11-07>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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