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EBS 사장에 이명희 내정? 교육방송마저 ‘국정화’하겠다는 것인가!
박근혜 정권이 교육방송 사장에 이명희 교수를 내정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교수는 역사왜곡으로 파문을 일으킨 <교학사 교과서>의 집필자이다. 역사교과서에 이어 교육방송마저 ‘국정화’하려는 시도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
이명희 교수는 역사 교과서 파동을 주도해온 대표적 뉴라이트 인사이다. 그가 집필한 <교학사 교과서>는 친일·독재를 미화하고 역사를 왜곡해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다. 그는 2013년 김무성 대표가 주도한 강연회에서 “현재 좌파진영이 교육계와 언론계의 70%, 예술계의 80%, 출판계의 90%, 학계의 60%, 연예계의 70%를 장악하고 있다”며 이념공세를 펼쳤고, 그의 주장은 “역사학자의 90%가 좌파이고, 역사교과서의 99.9%가 좌편향”이라는 정부여당의 거짓선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는 “역사 문제는 21세기 한민족의 미래를 건 한판 싸움”이며 “그 싸움의 본질은 이념전 혹은 사상전”이라며 ‘역사전쟁’을 선동해왔다. 최근에도 ‘국정교과서 반대’를 “위기의식을 느낀 좌파들의 총력전”으로 규정하는가 하면, “대한민국의 좌익과 북한의 권력집단은 기본적으로 뿌리가 같은 동일 이념집단”이라며 매카시적 색깔론을 펼치고 있다. 한 마디로 그는 역사학계는 물론 온 나라를 ‘이념전쟁’으로 몰고 간 ‘역사파동’의 주범이다. 박근혜 정권이 국민 다수가 반대하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강행한 것도 모자라 이런 자를, 다른 곳도 아닌 ‘교육방송’의 수장으로 임명하겠다고 나선 것은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들을 철저히 짓밟고 가겠다는 대국민 선전포고나 다름없다.
교육방송 이사진의 면면을 보면 ‘뉴라이트 낙점설’은 괜한 얘기가 아니다. 서남수 EBS 이사장은 교육부장관 시절 <교학사 교과서>의 검정승인을 밀어붙였던 인사이다. 그 외에도 국정화 찬성을 선언한 교총의 안양옥 회장, <지식채널e>를 좌편향 방송으로 매도했던 조형곤 미디어펜 논설위원 등 극우인사들이 EBS이사회에 포진해있다. EBS 뿐만 인가. 박근혜 정권은 이미 KBS이사회와 MBC방문진에도 고영주, 이인호, 차기환, 김광동, 조우석 등 역사왜곡을 주도해온 인사들을 대거 임명한 바 있다. 공영방송을 ‘국정화’하겠다고 작정하지 않고서야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박근혜 정권은 이미 민주주의의 길을 벗어나 되돌아 올 수 있는 길로 치닫고 있다. 박 대통령은 국민에게 “방송장악은 가능하지도 않고 할 생각도 없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그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친 채 지금 국민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하루 빨리 착각에서 벗어나기 바란다. 거짓과 왜곡으로 절대 국민을 이길 수 없다. ‘역사전쟁’은 결국 실패할 것이며, 역사는 박근혜를 국민의 방송을 강탈한 독재자로 기록할 것이다. 교육방송 ‘국정화’ 시도는 방송장악의 마침표가 아니라 정권 몰락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역사를 제대로 살펴보기 바란다. 독재자의 말로는 비극으로 끝나기 마련이다.
2015년 11월 6일
언론개혁시민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