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충남 보령지역의 가뭄 해결을 위해 금강 백제보에서 보령댐으로 도수관로를 설치해 물을 보내겠다는 국토교통부 계획이 논란이다. 관로 길이가 21㎞이고 하루 약 11만5000t(초당 1.3t)의 물을 공급하는 데 공사비가 625억원에 이른다. 4대강 사업으로 확보한 물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것을 4대강 사업의 효과라 주장한다. 한마디로 황당한 주장에 근거한 사업이다.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을 할 때 4대강에 확보한 물을 사용하기 위한 기본계획은 없었다. 2013년 7월 감사원 감사결과에 따르면 4대강 사업은 한반도 대운하를 염두에 둔 사업이라고 했다. 즉 4대강 사업으로 확보한 물은 운하용수였다는 뜻이다. 그러자 당시 청와대 이정현 홍보수석은 ‘그렇다면 국민을 속인 것’이라는 논평을 발표했다. 4대강 사업은 22조원을 낭비한 ‘대국민 사기극’이었다.
국민의 여론이 나빠지자 국토부는 ‘4대강’이라는 말을 금기시했다. 마침 충남지역에 가뭄이 들자 4대강 사업으로 확보한 물을 이용하자는 일부 언론 보도에 힘입어 국토부가 백제보 물을 이용할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문제점이 많은 잘못된 계획이다. 먼저 이번에 확보할 물은 국토부의 주장과는 달리 백제보의 물이 아니다. 국토부가 취수하려는 물은 백제보 하류 6㎞ 지점의 물이다. 4대강에 설치한 보들은 평상시에 수문을 조작하지 않고 상류에서 흘러들어오는 물을 하류로 그냥 흘려 보낸다. 백제보가 없더라도 상류에서 흘러오는 물을 취수할 수 있다. 금강 물을 보령댐으로 보내려면 160m 높이의 지티재를 넘기 위해 물을 펌핑해야 한다. 유지관리비는 별도로 하고 물을 펌핑하는 데 필요한 전기요금은 한 달에 3000만∼4000만원으로 추정된다. 3∼4급수로 수질이 나쁘기 때문에 수질 개선 비용을 포함한다면 경제성이 없다. 더구나 금강에서 취수하는 방법도 결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사를 시작했다. 내년 2월에 물을 공급하려면 추운 겨울에 공사를 해야 한다. 4대강 사업의 축소판을 보는 듯하다.
이번 충남의 가뭄은 40년 빈도 이상에 해당한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건설하는 도수관로는 평상시에는 그대로 방치할 것이다. 40년에 한 번 사용할 시설물을 만드는 데 625억원은 너무 많은 돈이다. 차라리 가뭄지역을 국가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그 돈의 일부를 피해농민에게 지원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4대강 사업으로 약 100개의 농업용 저수지 증고 사업에 약 3조원을 투입했다. 저수지 증고사업을 한 대부분의 지역은 그전에도 가뭄이 들지 않은 지역임을 감안한다면 3조원이 낭비됐다. 농촌지역 가뭄 해결에 실패한 4대강 사업을 덮기 위해 정부는 추가로 1조원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 도수관로 사업은 시범사업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대안으로는 누수율을 줄이는 것이다. 이번 가뭄지역에는 누수율이 50%에 이르는 지자체도 있다. 관로 보강사업을 하려 해도 지자체는 돈이 없다. 국토부와 환경부가 다 움켜쥐고 있다. 황당한 사업에 사용할 돈을 관로 개선에 사용해야 한다. 그리고 지역맞춤형 가뭄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지하수 개발, 폐쇄한 취수시설 복원 등이다. 특히 수자원공사의 광역상수도사업으로 많은 지방상수도 취수원들이 폐쇄됐다. 여러 대안이 있음에도 아무런 사회적 합의도 없이 국민세금을 물 쓰듯 한다. 더구나 사업비가 500억원 이상이면 국가재정법에 따라 예비타당성 조사를 해야 하는데 생략했다. 환경영향평가도 하지 않은 불법공사다. 지금 국토부와 수자원공사가 추진하는 이 사업을 지켜보면 최소한의 절차마저도 무시하고 브레이크도 없다.
첫 단추를 잘못 채우면 엉망이 되듯, 한번 거짓말을 하면 그 거짓말을 덮기 위해 더 큰 거짓말을 하는 법이다. 4대강 사업을 적극 추진한 공무원들이 높은 자리에 있으면 또 다른 거짓말에 근거한 황당한 사업을 진행할 것이다. 4대강 사업 부작용을 덮기 위해 추가로 20조원의 예산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정치권에서 흘러나온다. 세금 내는 국민만 봉이다.
박창근 | 환경운동연합 생명의강 특별위원회 위원장, 가톨릭관동대 교수·토목학
원문: http://m.khan.co.kr/view.html?artid=201511022054335&code=990402&med_id=…